[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4.고샅길 예쁜 한개마을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4.고샅길 예쁜 한개마을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2.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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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사우나에 들려 발 마사지를 해주고 온탕에서 몸을 담그니 피로가 확 풀려서 하루의 일정 시작하는데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호텔 조식 팬케이크 야채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며 즐긴 다음 가야산 자락에 있는 야생화 식물원으로 갔다. 가을에 오니 꽃은 대부분 가을꽃인 국화가 가장 많았다. 우리는 봄이나 여름에 오면 많은 꽃을 볼 수 있겠다며 아쉬웠지만 또 다른 꽃인 물든 단풍을 보는 재미도 있다.

식물원 안에는 나무의 일생, 꽃피는 시기, 식물 화석 등 전시 공간이 있으며, 바깥에는 야생화 꽃밭이 있었지만 대부분 봄에 피는 꽃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빈 뜰이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니 가야산의 만물상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암석원이 있다.

가야산 만물상

국화 화분을 조성해 놓은 데크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동심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으며 논다. 나의 장난기가 발동이 되어 하율이한테 배운 동작을 해대니 모두들 재밌어하며 웃는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맘껏 풀어헤친 마음들을 꽃과 나무에 실어 날려 본다.

큰멋쟁이 나비
한라부추

참외 고장인 성주로 차는 달리고 한개 마을로 들어 선다.

한개 마을은 안동 하회 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 마을이다.

성산 이 씨(星山李氏)의 집성촌(集姓村)으로, 성산 이 씨가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세종 때 진주 목사를 지낸 이우(李友)의 입향(入鄕)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7세기부터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였으며 ,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한주(寒州) 이진상(李震相) 등의 이름난 큰 유학자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大溪) 이승희(李承熙) 등의 인물을 배출하였다. 또한 마을의 전통 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土石) 담이 잘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마을의 동선을 유도하면서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잘 동화되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은 마을이다.

한개마을 전경

한개 마을이라는 지명은 이 마을에 있었던 한개 나루에서 비롯되었다. 한개 나루는 대구와 칠곡, 김천과 성주 지방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한개 마을은 입지의 생김새가 분명한가장 전형적인 풍수 형국을 보여주는 마을로, 가옥은 영취산 자락 해발 40~70m 범위에 남서쪽으로 마을과 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입지 원칙을 따르며, 남에서 북으로 차차 올라가는 전저 후고(前低後高)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아늑한 분위기에 어느 집에서나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개 마을 가옥들의 공통된 특징은 각자의 영역을 침범받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가옥이 한주종택이다. 유연한 풍정이 어우러져 TV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집이기도 하다. 영취산 산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친 이 집은 사랑채와 안채의 대문이 따로따로 서있다. 한주종택은 1767(영조 42)에 이민검이 창건하였고, 1866(고종 2)에 이진상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주종택 조금 못 간 곳에 북비고택이 서 있는데 이 집은 조선 영조 때의 선비 이석문이 사도세자를 사모하여 북향으로 문을 내고 은거한 곳이다. (*돈재 이석문은 영조 38(1762) 나이 50살 때 무겸(선전관청에 속한 무관)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가 갇혀 있는 뒤주에 돌을 올려놓으라고 명령하자 그는 어명을 거절했다. 그리고 당시 세손이었던 정조를 업고 들어가 육탄으로 영조에게 직언하다가 곤장을 맞고 파직될 정도로 기개를 보였다. 다음 백과 참조 )

마을 입구에서 안내판을 읽으며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아늑한 느낌이 먼저 몸에 스며들어 온다.

흙에 돌을 섞어 만든 담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예술이다. 골목길보다 옛말 고샅길이 진정 어울리는 길을 한발 한발 내 걸으며 옛사람들이 살던 곳, 현재에도 예쁘게 살고 있는 마을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니 하회에서 시집을 온 며느리가 있으면 하회댁이라고 부르는 집도 있고 응와 댁, 진사 댁도 있다. 유서 깊은 마을이라는 것을 금세 알 것 같다. 고택들을 둘러보면서 이 마을에 눌러앉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현지에서 갓 딴 좋아하는 참외도 실컷 먹으면서 말이다. 참외 비닐하우스가 온 천지에 있어서 내년 여름의 참외 생각에 마음은 벌써 즐겁게 달아오른.

*photo by young.

/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