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톡톡]CEO에게 골프는 독일까, 약일까
[골프톡톡]CEO에게 골프는 독일까, 약일까
  • 토니오 전문위원
  • 승인 2021.03.3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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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적당히 즐겨야 기업도 산다. 

기업 CEO(Chief Executive Officer, 最高經營者)가 골프에 빠지면 기업경에 독(毒)일까, 약(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당히 하면 기업경영에 득(得)이지만 너무 골프에만 집중하면 실(失)이 된다는 얘기다.

CEO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레저스포츠인 골프가 실제 업무와 경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개인의 레저스포츠 활동이 자칫 부실 경영으로 이어져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

미국 플로리다주 코럴레이블스에 있는 마이애미대의 연구팀은 최근 골프를 기준으로 CEO의 여가 활동을 측정한 뒤 CEO의 보상, 노력, 기업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골프 라운드 횟수가 많은 경영자의 경제적 보상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골프를 자주 즐기는 경영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태만하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골프 라운드 횟수가 CEO가 제공받는 경제적 유인과 반비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간 라운드 횟수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상위 그룹에 속한 CEO들의 평균 보너스 금액은 16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위 그룹의 CEO들은 그 4배가 넘는 77만3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상위 그룹 CEO들의 평균 총보상금액은 707만6000달러로 하위 그룹 CEO들보다 129만 달러나 적었다.

골프코스를 자주 찾는 CEO의 경우에 경영 성과도 그리 좋지 않았다. 실증 분석 결과, CEO가 골프장으로 향하는 횟수가 한 번 증가할 때마다 기업의 총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이 0.023%포인트 만큼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연간 라운드 횟수가 가장 높은 제4분위에 속하는 경영자들의 평균자산수익률은 1.15%포인트 더 낮았다. 표본의 평균 총자산수익률이 5.3%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CEO들이 골프에 장시간을 쏟으면 경영 성과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 또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도한 여가 생활을 향유하는 CEO가 이끄는 기업의 가치를 자본 시장이 낮게 평가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경영을 소홀히 하고 골프장을 많이 찾을수록 CEO도 교체될 수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라운드 횟수가 많은 CEO일수록 이듬해 사무실을 비우는 확률도 높아지는 것도 입증됐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골프 라운드를 자주 다니는 CEO를 해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나타났다. 

국내 기업인 중에서도 세번씩이나 수출탑까지 받은 중소기업 CEO가 점점 골프의 늪에 빠져들어 '골프광(狂)'으로 변하면서 기업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CEO가 새겨둘 사자성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