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견문록&31]람의 이적으로 LIV 골프와 PGA투어의 미래는?
 [안성찬의 골프견문록&31]람의 이적으로 LIV 골프와 PGA투어의 미래는?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3.12.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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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람. 사진=LIV 골프
존 람. 사진=LIV 골프

돈의 위력인가? 믿었던 세계골프랭킹 3위 존 람(스페인) 마저 LIV 골프로 떠났다. LIV 골프는 2021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창설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대립각을 세우며 또 하나의 프로골프계에 합류했다. 그동안 프로골프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다. 사이에 낀 것이 사우디의 천문학적 자금으로 설립한 LIV 골프다.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이 사우디의 자본을 끌어 들여 커미셔너를 진행한 LIV 골프는 필 미켈슨(미국)이 주도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이 합류하면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남은 자'와 '떠난 자'의 보이지 않는 '샷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집단은 '배신자'라며 대립각을 세우며 선수들간에도 서로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PGA투어는 타이거 우즈와 매킬로이가 주축이 됐고, LIV 골프는 미켈슨과 패트릭 리드(미국)가 선봉에 섰다.

▶람의 이적설에 대해 처음에는 그저 떠도는 소문에 불과했다. 하지만 람이 LIV 골프에 합류했다고 밝히면서 기정사실이 됐다. LIV 골프도 지난 8일 노먼이 람에게 LIV 골프 점퍼를 입혀주는 사진을 뿌렸다. 람은 미국골프매체에 "지난 2년 동안 골프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면서 "LIV 골프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혁신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람이 이적 계약금은 매체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애슬레틱스는 4억5000만 달러(약 5922억원)라고 보도했다.

▶람은 PGA투어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골프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스타다. 하다마는 스윙을 하면서도 장타력에다가 쇼맨십까지 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가장 지배적인 선수들 중 한 명으로서 영향력은 행사했다. 1994년생인 2023년 마스터스, 2021년 US오픈 등 PGA투어 4승, 그리고 유러피언투어인 DP 월드 투어에서 20승을 올렸다. 람은 3회 연속 라이더 컵에 출전해 팀 유럽을 2018년과 2023년에 우승으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람은 2021년 올해의 미국 선수상, 2회 올해의 유럽 투어 올해의 골프 선수상, 2019년 올해의 유럽 투어 레이스 투 두바이 우승을 포함해 93개의 톱10 피니시를 기록했다. 프로로 전향하기 전에 람은 60주 동안 아마추어 세계 1위에 올랐다. 최고의 대학 골프 선수로서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벤 호건 상을 두 번 수상했다.

▶지난 6월만 해도 으르렁 거리던 늑대(wolf)들이 순한 양(sheep)이 되어 돌아왔었다. LIIV 골프가 출범 1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전격적으로 합병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는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는 것은 프로골프는 하나로 묶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앙숙' PGA투어와 LIV 골프가 하나가 되는 것은 '정치적 산물'과 '돈의 위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PGA 투어와 LIV 골프가 한 배를 타면서 선수들은 더 이상 적이 아닌 동지로 변했고, 양분했던 세계 남자 프로골프계는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PGA 투어와 LIV 골프는 그동안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람이 이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본인은 발뺌을 하고 있지만 토니 피나우(미국)도 입방에 오르내리고 있다. LIV 골프는 미국과 유럽에서 전세계로 문호도 개방했다. 내년에 합류할 선수를 공개모집했다. 23개국 60명이 출전해 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골프클럽(파72·732야드)에서 열린 프로모션 토너먼트는 3일간 진행됐다. 최종일은 3명이 합격했다. 첫날 60명 중에서 29명만이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가 끝난 뒤 20명이 3라운드에 올랐다. 3, 4라운드는 하루에 36홀 경기로 이뤄졌다. 한국선수는 함정우 등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모두 컷탈락했다. LIV 골프가 비록 세계골프랭킹의 포인트에서 제외됐지만 3일간 경기를 하고, 두둑한 상금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프로세계에서는 '화끈한' 당근인 셈이다. 올 시즌 3승을 한 선수가 스카웃 비용을 빼고 무려 173억원을 챙겼다. 프로 세계는 돈으로 움직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