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위에 감자튀김 올려 놓고 넷플릭스 보고 싶다"...CME 2연패한 고진영
"배위에 감자튀김 올려 놓고 넷플릭스 보고 싶다"...CME 2연패한 고진영
  • 윤경진 전문기자
  • 승인 2021.11.2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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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JTBC골프 TV 촬영
우승인터뷰 하는 고진영. 사진=JTBC골프 TV 촬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우승상금 150만 달러)
-19~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56야드)
-출전선수: 고진영, 넬리 코다(미국), 김세영, 전인지, 대니엘 강(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김효주, 유소연, 신지은, 김아림,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지은희, 제시카 코다(미국), 이민지(호주), 브룩 헨더슨(캐나다), 패티 타바타나킷(태국), 렉시 톰슨(미국), 위차니 미차이(태국) 등 60명
-디펜딩 챔피언:고진영

▲CME 2년 연속 우승한 고진영(26·솔레어)의 일문일답.

Q. 2연패를 달성했는데. 
-너무 기쁘다. 열심히 잘 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마지막 날 9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한 것이라 남다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베스트 스코어가 64타였는데, 그걸 거의 10년 만에 깬 것이라 더욱 더 의미가 있는 우승인 것 같다.

Q. 오늘 결정적인 모멘텀이 있었나. 
-많았는데, 첫 홀에서 버디를 한 것이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매 샷 할 때마다 후회없이 경기를 하고 한국에 가자고 생각했다. 결과는 어찌됐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

Q. 올해 시즌 5승, 상금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등 많은 것을 이뤘는데, 가장 뜻깊게 다가온 것은 무엇인가.
-사실 넬리 코다가 지난 주에 우승하면서, 이번 주에 우승하지 못하면 올해의 선수상은 못 받겠다고 생각했다. 우승을 네 번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못 받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오늘 라운드에 집중했다. 우승을 하면 많은 타이틀이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집중했고,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딱 한 가지에 목표를 두지는 않았고, 오늘 라운드에 집중하고 싶었다.

Q. 모든게 다 끝났다. 올해 롤러코스터같은 시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한 것도,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슬프고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이뤘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이 있나.
-시즌 초를 생각하면, 우승을 한 개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스윙 코치도 바꿨고, 클럽도 퍼터도 바꿨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고 또 올림픽도 치렀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도 있었다. 정말 그 어느 해보다 감정기복이 심했다.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이 너무 아파서 울면서 티박스에서 세컨샷으로 걸어가는데, 캐디가 'This is no point. You can withdrow.(길게 봐서 이 한 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기권해도 괜찮다라는 뜻)'라고 말하면서 정말 아프면 안 쳐도 된다고 했다. 아팠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정기복이 한 해였던 것 같다. 정말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하늘에서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니 우승이라는 선물을 주겠다'라고 하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신기하고 좋은 한 주였다.

Q.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그런 순간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나.
-정말 슬플 때는 많이 울기도 울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대로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골프가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자연의 이치처럼 물 흘러가는 대로 그 상황에 맞춰서 후회없이 원없이 내 자신에서 솔직하게, '사람' 고진영에게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 감정을 속이지 말고 정말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다.

Q.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 안 하고, 배 위에 감자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 

윤경진=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