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7.골퍼는 왜 장갑을 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7.골퍼는 왜 장갑을 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1.22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갑을 낀 채 퍼트하는 렉시 톰슨. 사진=LPGA(게티이미지)
장갑을 낀 채 퍼트하는 렉시 톰슨. 사진=LPGA(게티이미지)

골프 장갑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골프역사상 첫 번째 골프 장갑 특허는 1885년에 롤링스 컴퍼니(Rawlings Company)에서 시작되었는데, 한 열성 골퍼가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클럽의 미끄러운 그립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립부분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손잡이가 달린 나무 클럽이 유행했는데, 먼지와 습기로 인해 그립을 다루기가 어려웠다. 

세기가 바뀌면서 골프 장갑은 베니티 페어(Vanity Fair)나 골프 일러스트레이티드(Golf Illustrated)와 같은 인기 잡지에 광고되었지만 PGA투어 82승의 대기록을 보유한 샘 스니드(Sam Snead, 미국)가 1940년대 대회에서 이를 착용하기 전까지는 인기가 없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문화적 인식이 바뀌고 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출시되었으며 전 세계 골퍼들이 이를 수용했다.

그렇다면 골프장갑을 끼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첫째는, 드라이브와 롱 아이언 샷에서 그립감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맨손인 경우 스윙 중에 클럽이 플레이어의 손에서 회전하거나 움직일 수 있어 잘못된 샷과 일관성 없는 플레이를 유발한다. 둘째는 반복적인 스윙으로 인해 손에 물집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준다. 셋째는 악천후나 추운 날씨로부터 손을 보호해준다.

골퍼들이 한 쪽 손에만 장갑을 끼는 이유는 그 장갑 낀 손이 스윙과 클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우세한 손과 우세하지 않은 손이 있고, 스윙을 리드하는 손에 강력한 마찰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골프 스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른손잡이 골퍼는 가장 많은 충격을 흡수하는 왼손에 장갑을 끼게 되는데, 그것은 그 손이 스윙 속도와 속도를 제어할 때 가장 지배적인 손이고, 스윙 내내 그 손이 거의 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클럽을 제자리에 고정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에 생기는 물집은 골프에서는 흔하다. 클럽을 꽉 쥐고 최대 속도로 지속적으로 스윙하면 통증이 있는 물집이 생길 수 있다. 골프 장갑은 이러한 성가신 상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감소시킬 수 있는 장벽 역할을 해서 장갑은 피부와 클럽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집은 골퍼가 1~2주 동안 연습을 못하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부상이다. 그래서 PGA 선수 중에는 물집을 예방하기 위해 두 개의 장갑을 착용하는 선수도 있다. 

골퍼는 다양한 온도의 기상조건과 싸우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손에 땀이 나거나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장갑이 정말 유용하다. 클럽을 잡는 손은 가능한 한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에 젖은 손은 손 안에서 움직이는 골프 클럽에 의해 스윙 패턴이 바뀔 수 있고,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 스윙이 몇 센티미터 정도만 흔들려도 볼은 아주 크게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퍼들이 퍼팅할 때는 장갑을 벗고 더 예민하게 볼과의 접촉을 느끼면서 더 많은 컨트롤을 하려는 것이다. 완벽한 속도와 정확성으로 볼을 치는 것이 버디와 보기의 차이다.

골프규칙 4.3 장비의 사용(Use of Equipment) 4.3a(5) ‘장갑과 그립용 물질’에서 허용되는 것은 레진, 파우더, 습윤제, 건조제 등의 사용과 수건이나 헝겊으로 그립을 감싸는 경우이고, 손의 위치나 그립의 강도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KLPGA 2017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최혜진은 오른손 엄지에 실리콘소재의 반지를 끼고 플레이했는데 경기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로부터 대회 조직위원회에 ‘스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항의성 제보가 온 것이다. 위원회에서는 최혜진을 불러 그 용도를 물었고, 최혜진은 "멋으로 끼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대회에서는 일단 무혐의조치를 했고, 조직위는 “이 내용을 곧 R&A에 문의할 것이고, R&A에서 유권해석을 내리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얼마 후 R&A에서는 반지가 스윙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최혜진은 그 다음 대회부터 반지를 빼버렸다.

PGA 투어선수를 비롯한 많은 골퍼들은 리드하는 손 하나에만 장갑을 착용한다. 그러나 일부 골퍼는 양손 장갑 착용을 선호하고, 극히 소수지만 장갑을 끼지 않는 골퍼도 있다.

하지만 이 선호도는 전적으로 골퍼에게 달려 있다. 그린 앞에 물만 보이면 입수하는 그대는 장갑이 아니라 장갑차를 타도 그 물은 못 건너고, 승부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지만 고수는 장갑 안 벗고도 다 안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