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톡톡]프로비저널 볼과 오소플레이, 그리고 분실구
[골프톡톡]프로비저널 볼과 오소플레이, 그리고 분실구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08.2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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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몽베르 쁘렝땅 6번홀
대유몽베르 쁘렝땅 6번홀

누구의 잘못은 다 안다. 그런데 모른 척 한다. 왜? 불편할까봐.

무슨 이야기일까? 라운드 중에 벌어지는 볼과 관련된 상황에 관한 이야기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흔히 볼을 바꿔 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프로 및 아마추어 공식대회 같으면 실격처리 되거나 벌타가 부과된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까봐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일상다반사다. 

그런데 조그만 내기라도 걸려보라. 법대로 하자고 벌타를 먹어야 한다고 당사자가 아닌 다른 동반자에게 들릴락 말락하는 소리로 웅얼거린다.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벌타에 대해 살펴본다.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 10번홀(파4). 안 하무인(眼下無人)씨와 김 억울한 씨가 티샷을 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좌측으로 심한 훅이 걸려 확 휘더니 숲속으로 날아갔다. 떨어진 위치도 비슷했다.

안씨가 먼저 도착해 세컨드 샷. 볼은 나무를 피해 그린에 안착했다. 아뿔사!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의 볼을 찾지 못하고 5분이 지났다. 김씨는 분실구(로스트볼)로 처리하고 잃어버린 근처에서 2벌타 먹고 4번째 샷을 했다. 그런데 그린에 가보니 안씨가 친 볼이 자신의 볼이 아닌가.

조폭 선후배 같으면 고성을 지르고 칼부림(?) 나고 대판 싸웠을 일이지만 안씨와 김씨는 친분이 있는데다 접대골프인지라 김씨는 억울함을 표시하지 못하고 허허 웃어 넘겼다. 누구의 잘못이라 꼬집어 말은 못하고 실실 거리며 웃고 있는 다른 동반자 최 무관심(崔 無關心)씨와 어 부지리(漁夫之利)씨 등 2인.

이런 경우 어떻게 될까.

안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만일 큰 내기가 걸렸다면 그린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터. 

먼저 김씨의 볼은 분실구로 처리되고 티박스에서 다시 쳐야 한다. 이것이 3타째가 된다.

분실구에 관한 골프규칙 27-1조를 보면 ‘볼을 찾으러 현장에 가서 5분 이내에 자신의 볼을 찾지 못하면 분실구로 처리된다’고 돼 있다.

만약 김씨가 5분이내에 ‘안씨가 친 볼이 김의 볼일 수 있다’라는 의문을 갖고 말을 했다면 골프규칙 3-3에 따라 다음과 처리 할 수 있다.

1. 원래 김씨의 볼이 있었던 위치에 볼을 놓고 플레이 한다.

2. 분실구 상황이라는 가정 하에 티잉 그라운드에 돌아가서 3타째를 친다.

김씨는 1, 2 각각의 경우를 독립적으로 진행한다.

그린에 올라가서 안씨가 친 볼이 김씨의 볼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2로 진행한 것은 없어지며 1로 진행한 결과가 자신의 스코어가 된다. 김씨는 벌타없이 플레이 한 것이 된다. 안씨가 친 볼이 안씨의 볼이 맞다고 확인되면 2의 결과가 김씨의 스코어가 된다.

김씨의 볼은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로 처리할 수 없다. 잠정구는 잠정구라고 말한 뒤 티잉 그라운드를 떠나기 전에 볼을 쳐야 한다.(골프규칙 27-2)

따라서 김씨는 ‘5분 이내’에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실구 처리가 된다.(골프규칙27-1)

안씨는 타인의 볼의 친 죄로 인해 2벌타. 그리고 돌아가서 5분 이내에 볼을 못 찾으면 1벌타 후 티샷을 다시 해야 한다. 결국 티샷은 5타째가 된다.(참고 골프규칙 15-3)

그런데 이런 참사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발생했다. 주인공은 올 시즌 '대세' 박민지(23).

박민지의 스코어카드
박민지의 스코어카드

2021년 8월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한국KLPGA 투어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첫날 6번홀(파5)에서 프로비저널 볼과 오소플레이로 한 홀에서 5오버파인 ‘퀸튜플 보기’(Quintuple Bogey)를 범했다. 결국 예선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