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천상에서 만나는 골퍼들을 위한 '줌마 셰프'의 계절밥상
[골프&라이프]천상에서 만나는 골퍼들을 위한 '줌마 셰프'의 계절밥상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11.0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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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무엇으로 낼까. 한 CF 보니 ‘정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선하고 고유의 맛을 지닌 재료에 손맛이 더해지고, 아마도 셰프의 따듯한 마음을 담아 조리하는 맛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밥상에 고등어나 굴비가 나오면 다른 찬거리가 없어도 밥을 후딱 비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밥맛이 좋으면 더욱 그렇다. 

밥이 꿀맛이고, 반찬이 생선구이라면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 정취에 어울려 실한 밥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봉천동 ‘줌마 셰프’는 이런 느낌을 아는 걸까. 그가 해내오는 밥상은 천상(天上)의 찬거리임에 틀림 없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대면 서로 말이 없다. 먹기에 바쁘다는 얘기다.

주인장은 이은여. 꾸밈이 없이 요리를 하고 밥상을 준비한다. 생선구이 실비집이다. 실비집은 첫 인상과 달리 특별함이 있다. 처음에는 2층 가정집처럼 조금 허름한 듯 보인다. 하지만 주인장을 보면 과연 어떤 맛일까하고 의문을 갖는다. 별로 잘 할 것 같지 않아서다. 
하지만 막상 차림상을 보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호텔이이나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더라도 차림상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놀라운 사실은 식전에 맛을 보라고 애피타이저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계절마다 다르다는데 재미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1년 365일 다른 생선구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늘 싱싱하고 신선한 생선이 나온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럴까. 
일단 횟집을 오랫동안 운영을 해봤기에 ‘물고기’에 대해서 박식(博識)하다는 것이다. 부군과 함께 규모가 큰 횟집을 차려 번창했다. 나름대로 돈도 만졌다. 그런데 부군이 하늘나라로 가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혼자서 하려니 너무 컷던 탓이다. 

‘줌마 셰프’가 운영하는 생선구이 전문점 실비집은 철칙이 있다. 그날 손님에게 내오는 생선은 그날 공수한다. 눈을 뜨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피곤해도 새벽잠이 줄면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별을 보면서 집을 나설 때가 적지 않다. 

“오늘 맞을 고객을 생각하면 전혀 힘이 들지 않지요. 맛있는 밥상을 차린다는 기대감이 오히려 마음을 즐겁게 하거든요. ‘줌마 셰프’는 실비집을 잊지 않고 1주일이면 한, 두번 다녀가시는 고객이 지어준 것입니다.” 줌마는 신데렐라에서 따온 줌마렐라로 아줌마의 아를 뺀 그 줌마다.

특히 실비집은 제철 생선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계절에 나오는 모든 생선을 차리지는 않는다. 보편적으로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가격이 어느 정도 실비집에 어울릴 만한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횟집경험을 살려 가급적 제철에 인기있는 생선을 늘 머리에 염두를 둔다. 조금 비싸더라도 고객이 원하면 준비한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먹고 싶은 생선을 미리 주문하고 ‘줌마 셰프’는 이에 맞춰 새벽시장에서 사다가 놓는다. 생선은 저온에서 서, 너시간, 길게는 10시간 정도 숙성을 시킨다. 주인장의 고집은 실비집 가까운 거리에 싱싱한 생선 등을 판매하는 봉천동 오거리 재래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11월 제철 생선은 고등어, 삼치, 전어, 갈치, 꽁치, 짱뚱어가 주종이다. 여기에 수산물로 뿔소라, 모시조개, 해삼, 전복, 갑어징어, 대하, 낙지가 일품이다.
12월부터 시작되는 겨울에는 우럭, 광어, 감성돔, 도미, 줄돔, 대구, 명태, 참복, 용가자미, 숭어, 능성어, 학꽁치가 제맛이다. 수산물은 키조개를 비롯해 가리비, 참꼬막, 피조개. 굴, 문어, 대합조개 등이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따라서 요즘 실비집을 방문하면 전어회와 굴을 기본이고, 노릇한 배추속이 나온다. 구이는 그릴과 후라이팬에 기름을 부어 튀겨내는 구이 2가지. 그릴구이는 기름가가 없는 고객들을 위해, 후라이팬에서 구어지는 생선은 기름기가 조금 남아 있다. 물론 둘 다 겉은 바삭하고, 속살을 부드럽고 생선즙이 살아 있다. 다만, 접시에 담긴 생선구이는 그리 멋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젓가락으로 살을 뜨는 순간 입안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면 회도 준비해 드리죠. 하지만 가급적 생선구이만 합니다. 구이를 드시는 동안 매운탕이나 지리탕을 준비합니다. 오랜 시간 끓이면 생선뼈까지 살살 녹죠.”
실비집은 물론 음식 종류와 가격이 매겨진 판이 있다. 하지만 이 집을 잘 아는 단골들은 메뉴판이 의미가 없다. 그냥 주인장에게 “알아서 주세요”하면 된다.

이 때문일까. 고객들은 ‘줌마 셰프’에게 부탁해서 실망한 적이 없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고객들도 이 집을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밖에 오지 않을 사람은 없을 정도다.

사실 봉천동 실비집은 찾는 것이 마치 숨바꼭질하듯 한다. 차를 놓고 오면 지하철 서울대역입구 7번 출구로 나와 재래시장을 지나고, 끝마무리에서 건널목을 지나면 우성아파트 101동이 보인다. 조금 더 걸으면 왼쪽에 지구촌순복음교회 후문이 나온다. 그 우측에 있다. 숭실대학교 후문 뒤쪽이다.

이 때문일까. 초창기에는 서울대 출신 사업가들이 많이 찾았다. 횟집에 다니던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골퍼들의 맛집으로도 소문나 있다. 골퍼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요리는 늘 다르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한 보다 많은 고객에게 맛 있는 생선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젬마 셰프’ 이은여 주인장의 바람은 무엇일까. 

“욕심 없어요. 제가 하는 요리가 좋아서 오는 고객들을 잘 맞고, 함께 호흡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흘러갈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