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보좌관, '고강도 거리두기' 끝나자마자 골프 회동
대구시장 보좌관, '고강도 거리두기' 끝나자마자 골프 회동
  • 안기영 기자
  • 승인 2020.05.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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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구시청 온라인 게시판…"권 대구시장 측근 4월 25일 기업인과 골프 회동"
골프 친 보좌관 A씨 "지침 안 어겼다, 책임질 일 있으면 질 것…시장께 송구"
대구 중구 대구시청 본관의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 중구 대구시청 본관의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채 끝나기도 전 권영진 대구시장의 보좌관이 골프 회동을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와 공무원 사회가 떠들썩하다.

12일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구시청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이 시국에 골프 친 권영진 대구시장 측근은 사죄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권 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끌며 집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코로나 19와의 전쟁을 지휘한 열정을 보였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데도 권영진 대구시장 측근인 모 공무원은 지난 4월 25일(토) 모 골프장에서 기업인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무원이 골프를 친 지난달 25일은 토요일로, 당일 0시 기준 대구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명 나온 날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사태 52일만에 처음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한 이후 대구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한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권 시장이 당시까지도 시민들에게 '변함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를 당부한 상황. 고위 공무원이 이를 어긴 채 골프 회동을 했다는 점이 비판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권 시장은 "시민사회가 방역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범시민 운동을 전개한다"면서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작성자는 또 대구시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제보에 따르면 비상시국에 (권영진) 시장 측근이라는 공무원이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실을 대구시에 제보했는데도 (대구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현상에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이 이를 무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측근인 모 공무원은 즉각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언급한 인물은 권 시장 보좌관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골프장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거나 접대 골프를 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A씨는 "누구랑 쳤는지는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 당의 친한 선배와 골프를 쳤다. 그린피도 17만원씩 각자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구시의 소모임·행사를 금지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지난달 19일 끝났다. 다음날 대구시 총무과에 '복무 지침'을 확인하니 '모임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그 전부터 선배들이 '가자, 가자' 하기에 내가 '끝나고 갑시다' 했는데 여하튼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A씨는 "감사실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출하겠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면서 "다른 것보다 권 시장께 너무 송구하다. 저렇게 고생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좀 많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