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사망 캐디…‘업무상질병’ 인정에도 '지급 불가?'
‘직장 갑질’ 사망 캐디…‘업무상질병’ 인정에도 '지급 불가?'
  • 안기영 기자
  • 승인 2021.12.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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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의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골프장 캐디가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보험 적용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생전 배모씨가 회사 요구로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다.

캐디 배모씨는 2019년 7월 경기 파주의 한 골프장에 입사한 이후 관리자 A씨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 A씨는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너 때문에 뒷사람들 전부 다 망쳤다” “그렇게 먹으니까 살 찌는 거야” 등의 언사를 이어갔고, 배씨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이후 배씨는 여러 차례 자해를 했으며 결국 지난해 9월 27세의 나이로 숨졌다.

뉴스1에 따르면 직장갑질119는 배모씨 유족이 신청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의 공문을 12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12일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의 직무유기 결정에 불복해 공단 본부를 상대로 심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골프장 캐디로 근무한 배모씨는 이듬해 9월 극단선택으로 사망했다. 배경에는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등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상사 A씨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

유족 측은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고, 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고인의 사망원인(자살)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공단 고양지사는 지난 8일 유족에게 지급 거부를 알리는 공문을 보내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공단은 배모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며, 생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배씨가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로 민원처리결과 문자메시지(SMS)를 받은 점으로 볼 때 자신의 의사에 반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공단의 결정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재단하고,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를 당했어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족 측은 공단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씨가 실질적으로 노동자 지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등 14개 직종)에 속하더라도 실제 근로관계가 있다면 일반 근로자로써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