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6.퍼팅그린에서 우연히 볼을 움직이면 무벌타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6.퍼팅그린에서 우연히 볼을 움직이면 무벌타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9.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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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사진=KPGA 민수용 포토
김주형. 사진=KPGA 민수용 포토

2021년 9월 첫 주에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총상금 6억원)에서 투어 17년 차 강경남(39·유영제약) 선수가 투어 4년차 옥태훈(24·PNS홀딩스)선수와의 연장전에서 승리하며 코리안투어 통산 11승을 거뒀다. 

그런데, 5일 마지막 라운드 1번 홀 퍼팅그린에서 현재 KPGA 상금순위와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인 김주형(20·CJ대한통운) 프로에게 우연한 상황이 일어났다. 프린지에 인접한 그린 끝에서 퍼팅라인을 살핀 후 볼을 놓고 볼 앞에서 연습 스트로크를 두 번 한 후 볼 뒤에 퍼터를 대고 다시 한 번 볼 쪽으로 연습스트로크를 하려다 볼을 건드려 볼이 조금 움직였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그린에 올라 온 경기위원에게 챔피언조에서 같이 플레이하던 강경남은 “연습스트로크를 하다가 볼을 건드려도 벌타가 없다고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김주형은 벌타 없이 다시 퍼트를 해서 버디를 했다. 

김주형이 13번홀 그린에서 퍼트를 앞두고 볼을 건드렸지만 벌타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사진=JTBC TV 캡처
김주형이 13번홀 그린에서 퍼트를 앞두고 볼을 건드렸지만 벌타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사진=JTBC TV 캡처

2019년 개정규칙 13.1d에 의하면 플레이어나 다른 플레이어가 퍼팅그린에 있는 플레이어의 볼이나 볼마커를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는 벌타를 받지 않는다. 움직인 볼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퍼트하면 된다.

2019년 이전에는 벌타가 있었다. 2016 US오픈 최종일 4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던 더스틴 존슨(미국)은 5번 홀 그린에서 파 퍼트를 하려고 퍼터 헤드를 볼 뒤에 갖다놓으려는 순간 볼이 1mm정도 움직였다.

존슨은 즉각 경기위원에게 알렸고, 미국골프협회(USGA) 경기위원회 시니어 디렉터 페이젤은 존슨에게 비디오를 보고 최종판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존슨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직전에 1벌타를 받았지만, 2위 선수 세 명을 3타차로 따돌리고 메이저대회 첫 승을 올렸다. 그 후에 움직인 볼을 원래의 지점에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퍼팅을 했으므로 2벌타를 받아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경기위원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일단 플레이를 속개하라고 했기 때문에 존슨에게는 책임이 없었다.

더스틴 존슨. 사진=PGA(게티이미지)
더스틴 존슨. 사진=PGA(게티이미지)

개정규칙 13.1d의 적용은 우연히 한 행동에 해당된다. 볼 옆에서 연습스윙을 하거나 지면에 퍼터를 대고 어드레스를 하다가, 떨어뜨린 동전이나 클럽이 볼에 부딪히거나, 상대방 또는 캐디가 의도치 않게 볼이나 볼마커를 움직이거나, 실수로 볼마커를 밟아서 신발바닥에 붙는 등의 우연히 움직인 것에 대한 페널티는 없다.

이런 경우 우연히 움직인 볼이나 볼마커는 반드시 원래의 자리에 놓아야 하며, 움직이기 전의 정확한 지점을 모른다면 그 지점을 추정해야 한다. 하지만 백스윙이나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볼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도 스트로크를 한 경우에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티잉구역이나 퍼팅그린에서는 연습스윙을 하다가 볼이 움직여도 벌타가 없지만, 그 이외에 일반구역, 벙커, 페널티구역에서는 연습스윙 하다가 볼을 움직이면 1벌타를 받는다. 또한, 페어웨이나 러프에서 연습스윙을 하면서 떠낸 디봇이 공교롭게도 자신의 볼을 맞혀 볼이 움직여도 역시 벌타를 받는다.

인플레이볼을 움직인 것이므로 1벌타를 받고, 움직인 볼은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 움직인 볼을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멈춘 자리에서 치면 2벌타다. 따라서 일반구역, 벙커, 페널티구역에서는 연습스윙 할 때 볼에서 충분히 떨어진 다음 해야 한다.

골프와 우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골프에서의 내기는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우연성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고 하여 도박죄가 성립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우연(偶然)이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위험이라는 의미를 포함한 아랍어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우연을 뜻하는 고대 영어 단어가 ‘해저드(hazard)'다. 또한, 영어단어 ‘찬스(chance)’는 기회라는 의미도 있지만 우연이나 운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우연히 움직인 볼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나보다. 그렇다면 우연한 인연이 마음을 움직여서 필연으로 엮인 커플에게도 다시 한 번 무벌타로 리플레이스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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