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법칙이란 용어를 써도 되는 것일까?
법칙(法則)이란 사전적으로 '현상의 본질적인 구조를 명확하게 한 것 즉, 그것이 진리임은 의심할 여지도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골프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운동이라 골프에서 법칙이란 말을 사용하기엔 늘 망설여진다.
지난 칼럼(스코어를 줄여주는 골프통계)에 골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리치오 교수와 마찬가지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데이브 펠츠 (81, David T. Pelz )는 1977년부터 약 3년간 캐디, 투어 선수, 아마추어 골퍼 등 모든 골퍼의 수천 라운드의 데이터(샷 거리, 각 샷이 떨어진 위치, 타겟과의 관계 등)를 통계 분석했다.
펠츠는 이 통계분석을 바탕으로 1999년 ‘쇼트 게임 바이블’이란 책을 발행하는 등 골프에서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펠츠는 이 분석을 바탕으로 세계 15개소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코어링 게임 스쿨( Scoring Game School)’을 운영하는 등 세계 최고의 쇼트 게임 골프코치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펠츠는 ‘쇼트 게임 바이블’이란 책에서 골프 스코어에 영향을 미치는 샷의 약 80%가 100야드 이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과 퍼팅의 경우는 17인치(43cm) 지나칠 정도의 스피드로 공을 쳤을 때 퍼팅 성공률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이를 데이브의 ‘80%의 법칙’과 ‘17인치의 법칙’이라고 칭하고 있다.
1. 80%의 법칙
80%의 법칙이란 골프 스코어에 영향을 미치는 샷의 약 80%가 100야드 이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펠츠는 골프 스코어에 쇼트 게임(퍼팅 포함)의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사실과 투어 프로의 경우는 홀에서 100야드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타겟을 향해 샷을 하면 비거리의 평균 7%만큼 타겟에서 볼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100야드 이내의 샷의 경우에는 비거리의 16∼20%정도 타겟에서 볼이 떨어져 쇼트 게임의 샷 정확성이 현저히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펠츠는 라운드에서 쇼트 게임의 비중이 높은 데도 샷의 정확성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서는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쇼트 게임에 더 많은 연습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17인치의 법칙
퍼팅에서 17인치의 법칙이란 홀을 약 17인치(43.18cm) 지나칠 정도의 힘으로 퍼팅을 할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법칙. 이는 이론적 바탕이 아닌 무수한 반복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홀을 약 17인치 지나칠 정도의 스피드로 공을 쳤을 때 퍼팅 성공률이 극대화된다는 통계적 수치를 기준으로 한 주장이다.
하지만, 홀컵의 사이즈는 4.25인치(108mm)인데,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볼이 홀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효 직경은 작아진다. 즉, 볼이 홀컵을 17인치 정도 지나치는 스피드로 치면 볼이 홀컵에 들어갈 수 있는 홀의 유효 직경이 4.25인치에서 2.25인치(57mm)로 줄어 드는데, 홀을 17인치를 지나칠 정도의 스피드가 왜 성공률이 높을까?
데이브 펠츠의 실험에 의한 성공률 분석이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고, 성공률이 높은 이유를 들어보면
①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 '짧은 퍼팅은 100% 안 들어간다'라는 격언이 있는 만큼 홀(컵)을 지나치게 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② 홀컵 주위에는 발생하는 무수한 발자국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표면 결함 즉, 럼피 도넛(Lumpy Doughnut)이라 불리는 불확실성이 높은 구간은, 볼이 라인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퍼팅 성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③ 6~12인치를 지나치게 퍼팅을 하라는 골프 인스트럭터들도 있지만, 17인치는 컴백 퍼팅에 부담이 없는 거리(속도)임은 틀림없다.
데이브 펠츠는 ‘퍼팅은 인생과 같다’고 말했다. 그 의미는 인생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늘 이야기 하면서도 건강을 위한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처럼, 골프 스코어에 43%나 영향을 주는 퍼팅이 아주 중요하지만 아마추어 골퍼 대부분이 연습을 게을리하기 때문에 한 이야기가 아닐까?
글/장일환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회원, 복지TV 골프 인스트럭터, 골프경제신문 골프레슨 연재중, 이메일caa009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