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3.멀리(Far) & 정확히(Sure)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3.멀리(Far) & 정확히(Sure)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8.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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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SNS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SNS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이자 행정 · 문화의 중심지고, ‘북쪽의 아테네’라고도 불리며 2004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문학의 도시인 에든버러(Edinburgh)에 있는 리스 링크스(Leith Links)에는 모든 골퍼들의 소망인 ‘멀리 그리고 정확히’를 의미하는 ‘Far and Sure’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https://www.scottishgolfhistory.org)

1681년에 리스 링크스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영국 간에 최초의 국제 골프 경기가 열렸다.  당시 국왕인 찰스 2세의 동생이자 그를 계승하여 1685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7세(잉글랜드의 제임스 2세)가 된 요크 공작(Duke of York)은 당시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두 영국 귀족은 골프가 영국 게임이라고 주장했고, 공작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두 명이 한 팀으로 경기를 하는 포섬(Foursome)방식으로 시합을 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공작은 마을사람들에게 최고의 골퍼를 찾아달라고 했고, 제화공이자 골프공을 만드는 존 패터슨이 그의 파트너가 되었다. 당연히 골프 선수였던 공작과 패터슨이 쉽게 이겼고, 패터슨은 공작이 그에게 준 상금으로 캐논게이트 거리에 집을 샀다. 그 집의 이름은 'Golfers Land'로 지었는데, 공작은 ‘Far and Sure’를 새겨 넣은 장식판을 달아주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모든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인 세 단어로 된 이 짧은 명구(名句)를 만든 제임스 2세는 또 한 가지 사실로 골프역사에 기록되고 있는데, 그것은 당시 요크 공작을 돕던 어린 소년이 바로 역사상 최초의 캐디로 기록된 앤드류 딕슨(Andrew Dickson)이다. 
 
‘멀리 그리고 정확히’ 볼을 원하는 곳으로 칠 수 있다면 최고의 골퍼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말골퍼들뿐만 아니라 프로골퍼들에게도 이 화두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프로골퍼들의 드라이버 비거리와 페어웨이 적중률, 그리고 순위를 비교해 보면 ‘Far & Sure’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프로시합에서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는 각 라운드에서 2홀을 선정하여 페어웨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볼이 정지한 곳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바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바람 반대방향의 홀을 선택한다. 

박민지.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박민지.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2021년 8월 현재 PGA, LPGA, KPGA, KLPGA 4개 투어 Top3의 기록을 비교해보자.

위 통계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프로골퍼라도 ‘멀리 그리고 정확히’ 치는 선수는 없다. 멀리치거나 또는 정확히 치는 ‘Far or Sure’가 대부분이고, 두 부문의 편차가 적을수록 순위가 높고, 멀리치는 장타자일수록 페어웨이를 놓칠 확률이 높다. KLPGA투어 상반기 11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둔 박민지 선수는 드라이버 비거리 24위, 페어웨이 적중률 6위지만 그린적중률(Green In Regulation)이 1위(79.8%)고 버디율이 2위(23.5%)다. 

그렇다면 주말골퍼들이 ‘멀리와 정확히’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것이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정확히’를 선택해야 한다. 아까운 볼 멀리 보내고 멀리건 찾지 말고 홈런보다는 안타 잘 치는 골퍼가 되자. 우리말에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을 가진 ‘또바기 / 또박’이라는 말이 있다. 힘 빼고 자기 분수에 맞게 또박또박 치다보면 ‘파하고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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