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이자 행정 · 문화의 중심지고, ‘북쪽의 아테네’라고도 불리며 2004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문학의 도시인 에든버러(Edinburgh)에 있는 리스 링크스(Leith Links)에는 모든 골퍼들의 소망인 ‘멀리 그리고 정확히’를 의미하는 ‘Far and Sure’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https://www.scottishgolfhistory.org)
1681년에 리스 링크스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영국 간에 최초의 국제 골프 경기가 열렸다. 당시 국왕인 찰스 2세의 동생이자 그를 계승하여 1685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7세(잉글랜드의 제임스 2세)가 된 요크 공작(Duke of York)은 당시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두 영국 귀족은 골프가 영국 게임이라고 주장했고, 공작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두 명이 한 팀으로 경기를 하는 포섬(Foursome)방식으로 시합을 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공작은 마을사람들에게 최고의 골퍼를 찾아달라고 했고, 제화공이자 골프공을 만드는 존 패터슨이 그의 파트너가 되었다. 당연히 골프 선수였던 공작과 패터슨이 쉽게 이겼고, 패터슨은 공작이 그에게 준 상금으로 캐논게이트 거리에 집을 샀다. 그 집의 이름은 'Golfers Land'로 지었는데, 공작은 ‘Far and Sure’를 새겨 넣은 장식판을 달아주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모든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인 세 단어로 된 이 짧은 명구(名句)를 만든 제임스 2세는 또 한 가지 사실로 골프역사에 기록되고 있는데, 그것은 당시 요크 공작을 돕던 어린 소년이 바로 역사상 최초의 캐디로 기록된 앤드류 딕슨(Andrew Dickson)이다.
‘멀리 그리고 정확히’ 볼을 원하는 곳으로 칠 수 있다면 최고의 골퍼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말골퍼들뿐만 아니라 프로골퍼들에게도 이 화두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프로골퍼들의 드라이버 비거리와 페어웨이 적중률, 그리고 순위를 비교해 보면 ‘Far & Sure’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프로시합에서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는 각 라운드에서 2홀을 선정하여 페어웨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볼이 정지한 곳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바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바람 반대방향의 홀을 선택한다.
2021년 8월 현재 PGA, LPGA, KPGA, KLPGA 4개 투어 Top3의 기록을 비교해보자.
위 통계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프로골퍼라도 ‘멀리 그리고 정확히’ 치는 선수는 없다. 멀리치거나 또는 정확히 치는 ‘Far or Sure’가 대부분이고, 두 부문의 편차가 적을수록 순위가 높고, 멀리치는 장타자일수록 페어웨이를 놓칠 확률이 높다. KLPGA투어 상반기 11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둔 박민지 선수는 드라이버 비거리 24위, 페어웨이 적중률 6위지만 그린적중률(Green In Regulation)이 1위(79.8%)고 버디율이 2위(23.5%)다.
그렇다면 주말골퍼들이 ‘멀리와 정확히’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것이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정확히’를 선택해야 한다. 아까운 볼 멀리 보내고 멀리건 찾지 말고 홈런보다는 안타 잘 치는 골퍼가 되자. 우리말에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을 가진 ‘또바기 / 또박’이라는 말이 있다. 힘 빼고 자기 분수에 맞게 또박또박 치다보면 ‘파하고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