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견문록 108&18]제149회 디오픈과 135년 전통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골프견문록 108&18]제149회 디오픈과 135년 전통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07.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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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홈페이지

"달 표면에서 볼을 치는 것 같다."

제149회 디오픈(총상금 1150만 달러, 우승상금 207만 달러)이 열린 영국 잉글랜드 남부 켄트의 샌드위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을 전 세계골프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두고 한 말이다. 로즈는 이번 대회에서 이븐파 280타로 공동 46위에 머물렀다.

누가 만들었을까. 

1887년 로열 윔블던의 회원이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골프마니아' 윌리엄 레이들로 퍼브스(William Laidlaw Purves)박사가 샌드위치 골프협회를 결성해 골프코스를 완성했다. 코스는 모래언덕과 주름진 페어웨이가 인상적인 링크스 코스다. 

설립자 윌리엄 레이들로 퍼브스 박사. 사진=홈페이지

퍼브스 박사는 세이트 클레먼트 교회의 탑위에 올라가 샌드위치의 링크스를 살펴본 뒤 골프코스가 들어서기에 완벽한 조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년간 몇 차례 코스를 수정했지만 골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페어웨이의 기복이 심해 일부 선수들은 불공정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오픈 3승의 헨리 코튼은 "샌드위치의 잔디는 누구나 꿈꿔 볼만한 라이를 선사한다. 볼은 언제나 종달새와 페그웰 수면의 햇살과 함께 즐거움으로 놓였다"며 골프의 낙원이라고 했다.

1894년에 디오픈은 처음으로 잉글랜드로 이동해 개최를 결정했고, 로열 세인트 조지스가 대회코스로 선정됐다. 잉글랜드 출신의 J.H. 테일러가 우승했다.

로열세인트조지스의 클럽하우스 벽난로 위의 나무판에는 남성 전용 클럽 회장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장군, 백작, 후작, 기사, 경, 온갖 귀족이 수두룩하다. 대영제국훈장, 시민훈장, 왕위에 오른 황태자도 포함돼 있다. 

특이한 것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가 2015년 여성 회원을 받아들인 뒤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금녀 정책’을 취하는 디오픈 순회 개최지들을 보류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은 2017년에 여성 회원을 받기로 하면서 대회 개최지에 포함됐다.

뮤어필드도 275년만에 지키던 금녀 정책을 2019년에 포기했다.

4번홀.
4번홀.

미국인으로는 최초의 디오픈 챔피언이자 이 코스에서만 2승을 거둔 월터 하겐(1892-1969년)은 “전반 나인 홀, 엄청난 재미를 주지만 훌륭한 플레이는 할 수 없다. 후반 나인 홀은 훌륭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재미는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홀들도 재미를 준다. 1번홀 티샷한 뒤 빠지는 '키친' 구덩이가 있고, 4번홀 중앙에 '히말라야'라고 불리는 12m 벙커가 있다. 5번홀 그린 뒤에 '깨진 맥주병' 이름의 벙커가 있다. 6번홀의 그린 뒤와 왼쪽에는 스위스 알프스의 이름을 따 '융프라우'라고 부르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다. 수에즈운하 홀로 불리는 547야드의 14번홀은 오른쪽이 온통 아웃오브바운스(OB)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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