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CEO]“골퍼라면 반드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길~”...'혁신 아이콘' 송부욱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
[골프장CEO]“골퍼라면 반드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길~”...'혁신 아이콘' 송부욱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07.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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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전환, 주주회원에게 국내 골프장 중 첫 배당금 지급
-홀마다 특징수 심어 홀마다 새지명
-물레방아, 풍차 등 코스 곳곳에 정원 조성
-상신 등 중견기업 운영하는 '총수'
송부욱 창원CC 대표이사.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
송부욱 창원CC 대표이사.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세상을 헤매고 있지만 행복은 바로 손을 뻗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마음속에 만족을 얻지 못하면 행복을 얻을 수 없다.’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

누구나 살아가면서 행복을 기원한다. 다만, 그 행복을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을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겉보기에 손해만 보고 아무런 이득도 없어 보이는 일에 집중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몰두할 만한 애정이나 혹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무조건적 사랑’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여행이나 하면서 즐거움을 찾아 휴식을 취해도 될 환경에서 때론 골머리 아픈 골프장 경영에 매달린다고 하면 선 뜻 이해가 되지 않을 터. 그런데도 ‘골프의 마력(魔力)’에 빠져 골프장 경영에 매달리는 ‘노신사(老紳士)’가 있다. 경남 창원컨트리클럽의 송부욱(宋富煜·72)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혁신 아이콘' 송 대표를 클럽하우스 집무실에서 만났다.

창원컨트리클럽을 모처럼 찾은 골퍼들은 깜짝 놀란다. “여기가 이전의 창원 맞아?”, “어라~ 카트가 있네”, “코스가 정원처럼 잘 꾸며져 있네” 등등.

변화의 주역은 바로 송부욱 대표다. 사실 그는 골프장 대표 이전에 유수의 기업을 거느린 회장이다. 창원에 기반을 두고 1980년대부터 도로시설물을 제조하는 ㈜상신, 종합건설사인 ㈜상신산업개발, ㈜상신개발, 도로용 차선 페인트를 만드는 ㈜은진공업, 커피 프랜차이즈인 파머스코리아㈜ 등을 거느리며 연매출 1000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 그룹 ‘총수’다.

잘 나가는 기업을 운영하기도 벅찰 텐데 무엇 때문에 골프장 경영에 손을 댓을까. 
“기업은 누가 뭐래도 이윤을 내야 합니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는 이왕이면 이윤이 극대화될수록 기업 목적은 타당성을 갖게 되니까요. 그런데 회원제 골프장이던 창원은 기업주이던 조양상선이 2001년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골프장도 주인을 잃었습니다. 이것을 우리 회원들 1451명이 자본금을 모아 골프장을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탈바꿈 한 것이죠. 그런데도 골프장은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그러니 골프장이 발전할 리가 없었죠. 무엇인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창원 골프장을 먼저 흑자를 내고, 주주 회원이나 우리 고객들에게 골프의 즐거움을 주고자 선출직 대표이사에 도전한 것이죠.”

창원CC

창원CC는 경기도 하남시 동서울컨트리클럽(현 캐슬렉스CC)을 동시에 운영하던 모기업 조양상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경영악화로 2001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 8월 회사정리절차 폐지가 결정됨에 따라 9월 11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동서울 골프장은 사조그룹에 넘어갔다. 2002년 경매위기에 처했던 창원CC는 회원들이 출자금을 내서 주주 회원제로 변경됐다. 회원이 주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던 골프장은 임기 2년의 대표이사 선출 때가 되면 회원 1451명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골프장은 선장 없는 배처럼 산 위로 올라가기 일쑤였다. 목표도 없고, 미래가 없었다. 1996년 이 골프장 회원이 된 그는 “어떻게 하면 골프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하고 고심했다. 2002년 운영위원, 2004년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골프장의 속내’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는 ‘골프장을 한번 혁신을 시켜보자’고 마음을 굳히고, 지인 및 가족의 만류에도 2017년 3월 주주총회에서 972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쪽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쓴맛을 톡톡히 봤다. 철골구조 인테리어 사업에 손을 댔다가 폭삭 망했다. 3년간 산행을 하며 사업구상을 다시 했다. 이번에는 펜스사업으로 ‘종자돈’을 마련했다. 기업체 상신을 설립했다. 사업아이템은 교통관련사업이었다. 19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사회간접 시설인 도로확충이 이뤄질 것을 예측했던 것.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카메라를 메고 도로 등 교통산업이 발달한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벤치마킹을 떠났다. 선진국의 교통관련산업시설을 관찰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담았다. 이것이 ‘신사업 무기’가 될 줄이야. ‘워커홀릭’에 빠져 사업에 몰두한 덕에 도로 관련 시설 특허를 140개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도로 차광막을 비롯해 건너편 도로에서 물이 튀지 않도록 중앙을 막는 칸막이, 자동차 빛으로 반사되는 도로 표지판, 낙석 방지용 2단 그물, 개방형 가드레일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산악지형 특성상 다소 위험한 지역의 골프장에 안전시설로 차가 부딪쳐도 멀쩡한 반영구적인 가드레일도 설치했다.

온그린되면 분수가 솟아오르는  파3홀.

기업이 안정적인 회사로 돌아서자 ‘봉사’할 것을 찾은 것이 바로 골프장 경영이다. 목표는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골프장의 흑자전환과 골퍼들이 만족하는 골프장을 만들자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될 것 같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목표는 우리의 삶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죠. 목표 없이도 생활은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삶과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목표는 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경영하는 회사에다 골프장 경영 목표를 추가한 것이죠. 창원 시내와 지근거리인 우리 골프장의 조건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혁신을 가져온다면 우리 골프장은 명문 그 이상의 골프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거죠.”

송부욱 대표가 골프장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다. 아마도 국내 골프장 운영 기업인 중 최초가 아닐까 싶다. 대표가 받고 있던 ‘특혜’를 모두 접었다. 대표가 된 뒤 골프장의 수익을 살펴보니 연간 적자는 10억~15억원이 됐다. 회원모집으로 건설 등 투자비를 거의 환수했는데도 은행 채무와 적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모든 것은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부욱 창원CC 대표이사.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
송부욱 창원CC 대표이사

이 때문에 가장 먼저 철칙을 세웠다. ‘골프장 돈을 나를 위해 쓰지 않으면 경영하는데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예상대로 먹혔다. 그동안 골프장 대표가 받아온 특혜 10가지를 모두 없앴다. 먼저 ‘부자(?)’라도 쉽지 않은 억 단위의 월급을 포기했다. 업무추진비, 기사 월급, 유류비, 법인카드 등도 쓰지 않는다. 특이한 것은 대표가 되면 대부분 ‘폼 잡고 싶어’ 라운드를 할 때 그린피를 내지 않지만 그는 그린피를 결재했다. 대표 취임이후 6월말까지 630회의 그린피를 냈다. 물론 주주 회원이어서 비회원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아마도 골프장 대표가 경영하는 골프장에서 그린피를 내는 경우는 한국 골프장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연봉과 판공비 등은 어디에 사용할까. 모두 골프장에 들어간다. 판공비는 골프장 개·보수나 직원 회식, 포상금으로 사용했다. 그늘집 인테리어도 송 대표 자비로 했다. 또한 코스 곳곳에 물레방아를 넣어 물이 흐르는 조그만 정원도 조성하고 있다. 이런 곳이 골퍼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힐링을 느끼게 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18번홀 뒤쪽의 풍차와 인공폭포도 그의 작품이다. 이렇게 골프장 조경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가꾸는 것은 평소 마산에 있는 나무농장을 운영하면서 터특한 혜안(慧眼)이다.   
한 발 더 나가 그는 홀마다 나무명으로 테마홀을 조성했다. 소나무 일색이던 홀들을 특징 나무로 교체해 이름을 지었다. 특히, 나무에서 황금빛이 흐르는 서코스 5번홀 에메랄드골드 홀이 인상적이다.

예스런던에서 운영하는 골프숍

골프장 적자의 걸림돌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인건비였다. 18홀 골프장에 직원이 78명이나 됐다. 일단 직원을 40명(정규 23명, 비정규 17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노조 반대가 극심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골프숍과 식당 및 그늘집 운영을 아웃소싱으로 수익률을 개선했다. 특히, 아웃소싱으로 준 레스트로랑의 론푸드차이나의 짜장면, 능이짬뽕, 코스요리 등이 인기를 끌면서 주주회원들의 이용이 높아 매출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조만간 코스관리 용역도 전문회사에 맡기고 싶은 것이 그의 경영방침이다.

론푸드차이나의 킹그랩 코스요리.
론푸드차이나의 킹그랩 코스요리.

 

론푸드차이나의 인기메뉴 짬뽕.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

적자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는 ‘승부수’를 다시 던졌다. 그의 최대 결단은 ‘전동카트 도입’이다. 골퍼들이 홀을 이동하면서 플레이하는 동안 카트도로를 포장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큰 공사가 아니었다. 카트도입은 장기적으로 필수였다. 캐디백을 모노레일카트로 움직이던 운영방식은 코스가 산악지형 탓에 뽑아 놓은 골프매니저(캐디)는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이직이 높고, 역시 여름철 고객은 더위로 인해 입장객이 늘지 않았다. 송 대표는 이사회를 거쳐 50억 원을 투자해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던 모노레일카트를 전동카트로 모두 교체했다. 여기에 부족한 주차공간도 철골구조로 확장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카트를 도입해 일이 수월해진 110명의 골프매니저는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각각 털어 송부욱 대표에게 감사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감사패에 대해 송 대표가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전동카트를 도입한 뒤 캐디 및 골퍼들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
전동카트를 도입한 뒤 캐디 및 골퍼들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

송 대표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은 바로 노조. 대표라는 죄(罪)로 노조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3년간 48번이나 고소‧고발을 당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법원에 가서 자신을 변론하는 것이 일과가 되기도 했다. 대표 취임 후 상신에 출근해 결재 및 회의 마치는 대로 골프장으로 향하는 송 대표는 매일 오전 10~11시 쯤 도착해 밤 늦도록 골프장에서 사무를 본다.

송부욱 대표가 경영하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골프장의 혁신이 이뤄지면서 주주회원들 뿐만아니라 직원들도 신바람이 났다. 지난해 모처럼 20억원의 흑자를 내자 주주 회원들에게 배당금 50만원이 돌아갔다. 직원들에게는 특별보너스가 주어졌다. 올해는 6월30일 현재 10억원이나 흑자를 냈다. 정상대로 운영이 이뤄지면 주주회원에게 내년 초 배당은 15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에게도 보너스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회원권 가격도 급등했다. 남자 회원권은 2017년 8700만원이던 것이 1억3500만원, 여성 회원권을 2억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3부제로 운영하는 골프장 입장객도 2020년 기준 53개(1083홀-입장객 579만5450명) 경남지역 골프장 중에서 18홀 기준 입장객 랭킹 1위, 전국에서도 선두다툼을 하고 있다. 연간 12만명 이상이 입장한다. 1451명 주주회원외에 입장객을 늘리려고 아이디어를 냈다. 혹시 예약을 했다가 라운드를 취소하면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미리 일정 비용을 받는 등록비회원 고객이 1300명이고, 인터넷 회원도 1000명으로 늘렸다. 등록비회원 고객은 그린피를 할인해 준다. 
그렇다고 주주회원 모두가 만족스럽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골프장의 엄격한 규칙을 만들었다. 회원들이나 고객 중에 직원이나 골프매니저에게 갑질을 하면 바로 징계를 내린다. 부킹은 물론 출입이 금지된다. 일부 불만이 있겠지만 그는 이사회를 통해 공정하게 처리한다.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

창원만의 특이한 것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골프장들이 앞다투어 그린을 대폭 인상했다. 하지만 창원은 6년 동안 그린피를 올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입장객이 줄어들게 뻔합니다.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죠. 그때가 되면 다시 그린피를 내려야 하는데 굳이 올릴 이유가 있습니까.” 창원의 평일 비회원 그린피는 12만5000원, 주말 그린피는 15만5000원이다. 잔여타임에 예약을 하면 5000원 할인해 준다.

그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1987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클럽을 잡았다. 
“경남 진주컨트리클럽에서 베스트 스코어 78타를 쳤죠. 하지만 골프를 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라운드를 하는 이이유는 건강과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지요. 때문에 스코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골프연습장에는 딱 한 달만 나갔죠. 필드 위주로 나간 덕에 싱글트로피는 2차례나 받았습니다.”

그는 볼을 35년이나 쳤지만, 그 흔한 이글이나 홀인원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친구나 지인들이 하는 것만 보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 홀인원을 하고 싶지만 겁이 난다. 홀인원을 한 선후배에게 선물(?)을 많이 받은 탓이다. 물론 홀인원을 하면 그 이상으로 접대를 하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클럽을 잡아야죠. 골프장의 페어웨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골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 아닌가요?” 

골프외에 취미가 있을까. 드럼이 수준급이다. 배운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웬만한 곡은 대부분 잘 두드린다. 덕분에 미국의 4중주단 인스트루멘탈 록 밴드 더 벤처스 (The Ventures)의 '와이프 아웃(Wipe Out)'을 즐겨 듣는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남다른 탁월한 경영을 하고있는 송부욱 대표. ‘남에게 행복을 주는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매일 내 인생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것을 실천하고 있는 송부옥 대표의 소망은 무엇일까. 

“‘아직도 창원컨트리클럽에 못 가봤어?’라는 잠재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죠. 창원에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기억되는 골프장이길 남은 임기 동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원(경남)=안성찬 골프대기자,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