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성기자가 만난 사람] 골프웨어 '츄쿠츄' 김지호 대표
[김윤성기자가 만난 사람] 골프웨어 '츄쿠츄' 김지호 대표
  • 김윤성 기자
  • 승인 2021.04.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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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츄쿠츄 대표.
김지호 츄쿠츄 대표.

[골프경제신문] 지난 11일 SBS골프를 통해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를 생중계로 본 골프팬들이라면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는 장하나와 이소미의 캐디가 '츄쿠츄(CHUCUCHU)'라는 스컬(해골문양) 로고의 컬러가 돋보이는 골프웨어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츄쿠츄 의류를 입고 있거나 브랜드 이름을 들어 본 골퍼들이라면 해골문양에 리본을 보고 ‘어! 츄쿠츄다’ 그 많은 스컬 중에서 한번에 알아보는 골프팬들이 많아졌다.

츄쿠츄는 2017년 9월 론칭했다. 골프가 너무 좋아 10여년 남편과 전투적으로 쳤다는 김 대표는 골프웨어 가격 거품이 심하다고 느껴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꽂혀 경험이 전혀 없는 의류시장에 뛰어들었다.

“제가 스컬, 카모플라주 마니아예요. 카모가 와일드하고 거친 이미지지만 여자가 입어도 예쁘고 섹시한 느낌이 나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로고는 스컬로 정했죠. 해외브랜드에는 스컬이 많아요. 일본만 해도 정말 다양하죠.”

김지호 대표는 ‘스컬 스타일이 다른데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디자이너와 함께 로고를 제작했다. 츄쿠츄의 스컬은 다른 스컬에 비해 여성스럽게 리본을 배치했고 직접 만든 영문글자 C 폰트 CHUCUCHU(츄쿠츄) 이름이 들어가 있다. 김 대표가 상표출원 당시 2개 정도였던 스컬 브랜드는 2019년에 스컬천국이 됐을 정도로 이젠 흔하게 볼 수 있다.

츄쿠츄 로고
츄쿠츄 로고

대기업 출신 디자이너 2명과 함께 직접 공장을 찾아다녔다. 1~3차 제작과정에서 김지호 대표가 직접 입어보고 수정을 계속 거쳤다. 얼마나 깐깐했던지 공장에서 “너희 무슨 명품만드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츄쿠츄 첫 한 벌의 스타일이 나왔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라고 생각해 첫 제품을 들고 골프장 프로샵으로 달려갔어요. 프로샵에서 가장 예쁜 옷을 만들면 츄쿠츄를 찾아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에게 맨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곳은 힐드로사이CC. 그 인연으로 지금은 파3 홀인원 광고도 하고 있다. 이후 베어크리크춘천, 남춘천, 경주 디아너스 블루원, 블루원 용인, 소노펠리체, 엘리시안제주, 테디밸리, 블랙스톤제주 등에 이어 올 봄에는 제주 나인브릿지까지 총 30여 곳의 골프장 프로샵과 판교쇼룸, 온라인몰에서 츄쿠츄를 만날 수 있다.

츄쿠츄는 초기 몸에 붙는 핏과 실루엣을 강조하면서 골프웨어에 가장 어울리는 컬러를 개발했다. 남들이 잘 다루지 않는 레드, 핑크, 라임, 민트 등 컬러를 실제 필드에서 잔디와 잘 어울리도록 다크레드, 핫핑크, 야광라임, 라이트민트 등 츄쿠츄만의 컬러로 재해석해 인스타그램에서 호기심을 불렀다.

"2018년도 2~3개 스타일 제품을 선보였는데, 우리가 너무 컬러를 앞서가나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핫핑크, 스카이블루, 민트 컬러를 사람들이 신기해했으니까요. 2019년 컬렉션 컬러인 네온을 선택했는데, 골프의류 큰 기업들이 파스텔톤을 내 놓은거예요. 총체적 난국이었죠. 대세를 따르지 않은 건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게 아니라, 브랜드와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다행히 제품이 다음해에 품절됐어요.(하하) 작은 브랜드일수록 컴플레인 많아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비용은 제작비로 쓰고 있어요. 용품에도 기웃거리지 않고 오로지 의류에만 집중했습니다."

작년부터 시장의 반응이 왔다. 전국에서 대리점 문의와 함께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4년여의 고생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김지호 대표는 ‘대리점을 하지말라’고 뜯어 말렸다. “단순히 대리점에 제품만 팔고 싶지는 않아요. 충분히 할 수는 있지만 좀 더 천천히 다져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대구수성점(3월 오픈) 점장에게는 그도 손을 들었다. 츄쿠츄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을 읽었기 때문. 최근에는 대만 프로샵과도 계약을 마쳤다.

주니어 골프대회와 프로골퍼 선수 후원은 작년부터 하고 있다. KLPGA 점프투어 윤하연 선수가 후원하자마자 11차전에서 우승하면서 8월 SBS골프에 츄쿠츄가 첫 전파를 탔다. 10월에는 선수가 아닌 캐디가 입어 화제가 됐다. KLPGA 정규투어 장하나가 SK네트웍스-서울경제 클래식 우승하면서 진성용 캐디가 입은 츄쿠츄 집업이 방송에 잡혔다. 그 인연으로 지난 4월 3일 KLPGA 투어매니저(캐디) 10명이 모여 만든 GK네트웍스와 공식후원협약식을 맺고 2021 시즌 의류를 지원한다.

김지호 츄쿠츄 대표는 4월 3일 판교 쇼품에서 진성용(장하나), 최희창(유해란) 이승하(조아연) 김동욱(이소영) 이계호(이소미) 전태림(김보아) 정기성(안송이) 주형우(김재희) 김재철(박보겸) 김광민(안지현) 투어매니저(캐디)와 공식후원식을 가졌다.(사진=츄쿠츄)
김지호 츄쿠츄 대표(사진 오른쪽)는 4월 3일 판교 쇼품에서 최희창(유해란) 이승하(조아연) 김동욱(이소영) 이계호(이소미) 전태림(김보아) 정기성(안송이) 주형우(김재희) 김재철(박보겸) 김광민(안지현) 투어매니저(캐디)와 공식후원식을 가졌다.(사진=츄쿠츄)

지난 11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이소미의 우승으로 이계호 캐디가 입은 츄쿠츄 로고가 생방송으로 나오면서 ‘츄쿠츄=우승’ 공식을 심어줬다. 김지호 대표는 “외국에도 KLPGA 투어가 방송되는데 선수들의 우승을 위해 고생하는 투어매니저들이 멋지게 나오도록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 선수 후원도 진행중이다. 2018년 ‘파라다이스 시티 프리젠트 신데렐라 스토리 of KLPGA’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최종 2인에 선발된 말레이시아 선수 제네비비브 아이린 링(26)이다. 또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Class A 국내멤버들의 모임에도 팀복을 올해부터 지원하고 있다. 

이계호 캐디와 함께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이소미.(사진=KLPGA)
이계호 캐디와 함께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이소미.(사진=KLPGA)

김지호 대표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컬러를 찾고 실제 필드에 나갔을 때 그린과 잘 어울리는지 고민을 한다. 필드에서 입었을 때 느낌을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요즘도 1주일에 2~3번은 골프장에 나가 촬영한다.

츄쿠츄 인스타그램에 제품사진보다 실제로 골프장에서 입고 있는 사진이 많은 이유다.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직접 모델을 한 김지호 대표는 “제가 직접 입고나가 촬영해서 바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론칭 후 지금까지 마케팅은 인스타그램 하나뿐이다.

츄쿠츄 봄 제품은 26개 스타일이 나왔다. 여름에는 20개 스타일을 출시한다. 개인으로서는 많은 물량이다. 김지호 대표는 6월 한여름을 겨냥해 츄쿠츄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왜이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예쁜 골프복이라는 힌트만 알려줬다. 가을부터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벨트, 가방 등 용품도 선보인다.

"매년 올해부터 다시 시작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에 개인브랜드가 살아남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사실 브랜드 이름을 만들 때 거창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어요. 그냥 각인될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어요. ‘츄~ 뭐 있잖아’ 정도면 성공이라 생각했어요. 츄쿠츄는 스페인어에서 따온건데 원래는 ‘츄_츄쿠_츄쿠츄’가 기차에서 나온는 소리 ‘칙칙폭폭’이예요. 기차는 목적지까지 신호등이 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일을 목적지까지 거침없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네이밍했어요."

김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