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백년손님은 골프 파너같은 친구죠"...다산흑염소해장국 '미시셰프' 김현순
[골프&라이프]"백년손님은 골프 파너같은 친구죠"...다산흑염소해장국 '미시셰프' 김현순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12.2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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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보다 요리가 쉽죠. 골프는 며칠만 하지 않아도 스윙이 낯설고 금방 표시가 나지만 요리는 레시피만 정확하면 요리와 맛을 내는데 별 지장이 없어요. 다만, 골프는 내가 볼을 잘치고 코스공략을 잘하면 되지만, 요리나 음식은 손님에게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주체와 객체의 주인공이 바뀌는 셈이죠.”

‘미시셰프’ 김현순 흑염소 전문요리사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흑염소 전문점을 열었다. 다만, 흑염소가 좋은 음식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호불호(好不好)’가 갈려 간판을 ‘다산 흑염소 해장국‘으로 달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주부였던 김 대표는 2000년 동생과 컴퓨터학원을 차려서 운영했고, 초등학교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영화쪽에도 기웃거리며 정준호, 이은주 주연의 영화 ’하얀방‘의 작가 한현근이 각본을 쓴 대본 각색에도 참여했다.

그러다가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부군과 함께 청진골 감자탕 전문점을 오륜동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장사는 한동안 잘 됐다. 손님은 몰렸고, 자산도 늘어났다. 생활은 풍요로웠고, 별 탈 없이 딸과 아들도 잘 컸다. 감자탕이 잘 되니 강동구 성내동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비빔국수집을 차렸는데 2년간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요리가 전공도 아닌데 맛깔스스러운 조리를 하는 것은 아마도 외가(外家)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외할머니가 식당 운영은 하지 않았는데, 비빔국수를 먹고 싶은 동네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 장사진을 치곤 했다고 한다. 

사업이라는 게 잘 될 때는 몰라도, 한번 휘청거리면 바로 고꾸라지는 단점은 누구나 알리라. 위기는 늘 찾아오게 마련이다. 경제적이든, 다른 요인이든. 결국 감자탕집을 문을 닫았고, 그에게도 생활의 변화가 왔다.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벌어놓은 것이 있었으니까. 쉬는 시간도 잠시. 더 나이들기 전에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안았다. 돈 욕심은 그리 없지만 하는 김에 좀더 벌어 놓으면 황혼에 여행이나 골프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김 대표는 스스로 ‘미시족(missy族)’임을 자처한다. 어차피 한번 살 인생이니 보다 젊게 살려는 그의 의지표현이 아닐까 싶다. 미시족은 본래 편하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여유를 즐기며 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여성을 의미한다. 결혼은 했지만 젊은 여성들처럼 페션감각을 유지하고, 소비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지인이 ‘미시 셰프’리고 애칭을 지어줬다.  

감자탕에서 흑염소 전문 셰프가 된 이유가 뭘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친구에게 ‘뭐 좀 해볼 만한 것이 없을까’했더니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건강식 흑염소 요리 전문점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강점은 결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리고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아마도 육상 등 모든 스포츠를 즐겨한 탓인지도 모른다. 골프도 연습장을 등록하고 6개월간이나 필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연습만 했을 정도다. 

마음을 굳히자 그는 국내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기도 퇴촌의 흑염소 전문점을 찾았다. 20일간 숙식을 하면서 요리법을 체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죠. 문제는 고기 손질입니다. 1마리 손질하는데 꼬박 4시간이 소요됩니다. 부위마다 달라 여간 까다롭기가 않죠. 지방제거가 관건입니다. 고기 한마리 ‘칼질’하느라 날밤을 새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식당에서 하다가 안 되면 집으로 가져가 하는데 보통 새벽2시는 돼야 일이 마무리되죠.”

사실 흑염소 전문점이라고 해도 다산 흑염소 해장국집은 메뉴가 단출하다. 해장국, 전골, 무침이 전부다. 김치나 겉절이 등 찬거리는 직접 만든 것으로 내온다. 친구의 권유도 있었지만 김 대표가가 흑염소를 선택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음식은 대부분 먹어 본 것이잖아요. 그러면 대개 유명한 곳을 찾죠. 그런데 흑염소 해장국은 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안아요.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은 맛을 모르고 오니까 제가 조리를 해온 음식이 가장 맛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가 흑염소 요리를 선택한 이유가 그럴듯하다.

하지만 조리방식은 그다지 까다롭지가 않다. 끓는 물에 고기와 뼈가 푹 삶아질 때까지 끓인다. 완전히 익은 고기를 건져내어 살코기는 찢어놓는다. 이때 파를 넣고 국물은 계속 끓여 진한 국물을 우려 낸다. 다산 흑염소 해장국과 무침, 전골에는 무조건 부추가 들어간다. 부추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고, 당질이 풍부하며 활성산소로 해독 작용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소중한 식자재다.

흑염소는 누구나 알 듯 보양식이다. 소위 영양탕이라고 보신탕은 꺼려도 흑염소는 식용으로 마음에 부담이 없다. 흑염소 해장국은 이름만 그렇지 흑염소탕이다. 주된 재료는 흑염소 고기와 파, 마늘이 전부다. 다만,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무, 월계수잎, 마늘, 다시마, 파, 버섯 등을 넣고 끓어내야 잡내가 없어진다.

흑염소. 사진출처=두산백과
흑염소. 사진출처=두산백과

흑염소탕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고기가 부드럽고 연해서 소화흡수률이 매우 높은 식품이다. 고기는 예부터 허약체질과 몸이 찬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양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에 특히 여성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약재다. 고려시대 충선왕 때장군 안우(安祐)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약으로 쓰기 위해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산악지형, 특히 바위 등을 뛰어다니며 운동량이 많은 흑염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기력 회복에 좋고, 임산부, 여성, 노인, 성장기 어린이의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원양(元陽)을 보하며 허약한 사람을 낫게 하고 강정에 좋다. 또한 두뇌를 차게 하고 피로와 추위를 물리치고, 위장의 원활한 작용을 도와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보양제 역할을 한다’고 나와 있다. 원양은 콩팥(腎)의 생리적 기능의 동력이 되며 생명 활동에서 힘의 근원이 되는 신의 양기(陽氣)를 말한다.

비단 본초강목을 들먹이지 않아도 약재로 쓰이는 식재료는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흑염소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약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도 음식으로 고친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가 될터.

김 대표가 흑염소 요리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된다는 믿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 좋으면 믿고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성취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처음 하는 것은 사실 무엇이든 두렵죠. 비록 카페처럼 아늑한 흑염소 전문점이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성공을 해야죠. 그러면 믿는 수 밖에 없어요. 제가 건강에 좋다고, 맛있다고 믿어야 손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김 대표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 일까. 출근할 때다. 고객을 만나서 즐겁고, 고객들이 자신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즐길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고객은 더 이상 '왕'이 아니예요. 그냥 이웃이고, 친구죠. 그래야 서로 부담이 없어요. 어느 손님이고 식당 주인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소프트한 농담 정도는 해야 진정한 고객과 셰프 사이에 믿음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즐거우니 음식 또한 맛이 있겠죠. 맛은 식재료나 셰프의 조리가 전부는 아니죠. 어찌보면 음식은 마음으로, 눈으로, 생각으로 먹는 예술작품이니까요.”

이 때문일까.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김현순 대표와 친근하다. 골퍼들이 주로 찾는 곳이기도 하다. 건물 주인이 국내에서 잘 나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끼리도 자연스럽게 골프 이야기가 오고 간다. 

김현순 대표에게도 꿈이 있다. 흑염소 요리를 단순히 건강식이 아닌 건강도 챙기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라면’ 같은 대중 음식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그는 틈틈히 조금 특별한 맛을 내기위해 흑염소 요리를 연구한다.  성공은 한 번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이 쌓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끈기로 성취되는 것이니까. 그의 소원이 언제쯤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