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국의 논문스케치㊶] 골프장 캐디의 감정 관리 전략 탐색
[박형국의 논문스케치㊶] 골프장 캐디의 감정 관리 전략 탐색
  • 박형국 전문위원
  • 승인 2020.12.23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골프장 캐디의 감정 관리 전략 탐색
-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게재 (이수행, 2018)
안양CC
안양CC

감정노동은 200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발의한 감정노동자 보호법과 그것을 통과시키려는 각계의 움직임에서부터 감정노동 실태와 건강영향 및 정책방향에 대한 발표에 이르기까지, 감정노동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골프장 캐디는 감정노동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할 대상이다. 피트니스 센터나 레크리에이션 지도자와는 달리 캐디의 경우 골프장 업주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종속 관계라는 구조적 모순과 더불어, 한번 필드에 나가면 평균 다섯 시간 동안 좋든 싫든 캐디비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고객과 감정을 교환해야 하며 더욱이 캐디피를 획득하고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골프장 캐디들이 행하는 감정노동을 분석함으로써 골프장 내에서 캐디가 경험하는 다양한 불합리함, 고객과의 대면작용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갑을관계의 축소판, 한국골프문화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서의 캐디의 문화적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골프장이라는 조직에서 캐디들이 고객을 상대할 때 어떤 감정규칙을 따라야 하는지를 4명의 캐디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하여 구분했다. 2016년 4월부터 시작된 총 세 차례의 심층면담 후, 주제 도출 방법론을 사용해 캐디들이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세 가지 조직적 감정 규칙을 개념화했다. 

그 세 가지 조직적 감정 규칙은 첫째, 무조건 인내하기, 둘째, 포획된 감정으로서의 웃음 짓기, 셋째, 고객중심의 관료주의에 발맞춰 조직과 고객의 규칙 따르기로 분류되었다.

첫째 무조건 인내하기의 경우, 고객의 어떤 행동(성적인 요구를 제외한)도 참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규칙을 주요 골자로 했다. 골프장이나 캐디 입장에서 고객의 컴플레인이 발생하면 결국 캐디 체인지가 이루어져 골프장이나 캐디들에게 자금 상의 손해가 발생되기 때문에 이 규칙은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었다. 

둘째 웃음 남발하기의 경우, 다른 어떤 감정, 예를 들면 위로나 칭찬, 조언은 필요 없이 오로지 ‘웃음’으로 고객을 대하라는 규칙이다. 웃음으로써 상대방의 근거 없는 공격이나 진상을 외면하거나 모면할 수 있고, 오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물론 때로는 다른 방식의 오해도 발생하지만)이었다. 

셋째, 조직과 고객의 규칙을 무조건 따르라는 규칙은 골프장이 추구하는 듯한 ‘고객 중심의 관료주의’ 때문으로 나타났다. 즉, 고객의 만족을 최대화함과 동시에 캐디라는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골프장 입장에서 선택한 이 경영 방침은, 하지만 캐디를 골프장 수익을 위하고, 고객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부속품으로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캐디의 감정노동은 일정 부분 강요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조직화된 감정규칙 내에서 나름의 대응전략을 세움으로써 수정 및 유지되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캐디들의‘감정의 표준화(emotional standardization)’로 이어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는 골프와 관련된 각종 교육프로그램에서 캐디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특히 프로 골퍼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에 캐디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면서 이러한 내용을 첨가할 수 있다면, 이들이 향후 골프장을 찾을 사람들을 레슨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있던 캐디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단순히 골프장 가서 고객이 자기 돈 주고 캐디를‘종 부리듯’하는 행동 일변도에서, 이제는 캐디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끎으로써, 골프장 에티켓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박형국 스포츠산업학 박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