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등 8인 작가 '꽃, 땅, 별, 그리고 하늘'전, 11월14일까지 금산갤러리
박영균 등 8인 작가 '꽃, 땅, 별, 그리고 하늘'전, 11월14일까지 금산갤러리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0.10.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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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땅별하늘(Flower, earth, stars and sky)전이 오는 11월14일까지 금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참여작가는 박영균, 양동규, 임채욱, 전인경, 정정엽, 조풍류, 이시가키 카츠코, 요나하 타이치 등이다.

이 전시는 한반도와 제주도, 오키나와 작가들을 통하여 생명과 우주의 뜻을 새겨보는 자리이다. 출품작가들은 한국미술계에 잘 알려진 회화와 사진 영역의 40-50대 중견중진 한국 작가 6인이다. 여기에 2인의 오키나와 작가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그동안 동아시아평화예술을 중심으로 한국 작가들과 교류해왔다. 오키나와 작가들은 지리산 실상사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기간에 제작한 작품들을 발표 출품했다.

8인의 작가들이 한 전시에 모인 것은 한반도와 제주도 그리고 오키나와를 잇는 예술적 공감의 자리이며,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평화예술의 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시명 ‘꽃땅별하늘’은 생명과 우주의 뜻을 새겨보고자 하는 이 전시 주제를 상징하는 말이다. 땅의 꽃과 하늘의 별이 함께 혼돈과 조화 속에서 공존하는 예술.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지구와 우주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시공간의 축선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생명과 우주의 사유 그 자체다. 그것은 서울이나 지리산, 제주, 오키나와의 풍경 속에 담긴 역사와 현실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고, 식물이나 세포에서 천문우주에 이르는 자연의 관점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박영균

박영균은 부감법 화면배치로 북악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산맥을 그려넣고 그 아래 청와대 풍경을 담았다. 여름의 청와대와 겨울의 청와대를 담은 연작은 말 그대로 정치적 풍경이다. 기다란 가로 그림으로 북한산을 담은 그림에서도 그는 역사와 현실 속에 드리운 북한산과 서울의 정치적 에너지를 담았다. 경복궁과 청와대, 인왕산과 북악산, 백두산 등의 건축물과 산, 그리고 그 위를 감싸고 도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박영균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정치적 풍경으로 포착했다. 

양동규

양동규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그로 인해 변화되는 제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제주도의 풍경을 한지에 프린트를 함으로써 그의 사진은 종이 속으로 스며든 이미지의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제주도의 역사를 간직한 풍경 속에서 그는 제주4.3의 상처를 인간사의 면면을 담고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모래밭에 이는 바람의 떨림을 포착해내는 그의 작업은 제주도의 정치성을 넘어 정신성을 내뿜고 있다. 제주의 용암바위와 오름과 독특한 건축물을 통하여 그는 자연과 인공, 역사와 현실 속의 제주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임채욱
임채욱

임채욱은 지리산 연작을 출품한다. 그는 설악산과 북한산 등 한국의 산을 주제로 한 개인전과 사진집 출판을 통하여 임채욱 특유의 산의 감성학을 일궈왔다. 그는 한국화 전공자 특유의 감성을 살려서 한지에 프린트한 사진을 통하여, 수묵화 혹은 수묵채색화 느낌의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그는 아룸다움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열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인화지에 과학적으로 옮기려는 실험을 거듭하고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까지 사진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임채욱의 열정은 설악산과 북한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사진의 산맥이 자유롭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그의 경외가 사진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있다.

전인경
전인경

전인경은 코로나시대에 대한 우주적 사유를 제안한다.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원형적 형상의 코로나 이미지를 창출하고 그것을 우주적 성찰의 그림인 만다라 연작과 결합했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 또한 우주 속의 한 생명체이며, 뭇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주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코로나 방역은 코로나 전염병을 극복하는 것인 동시에 그것과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코로나라는 생물학적인 존재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 그것을 실체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학적 관점과 우주적 사유를 융합한 전인경의 코로나 연작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둘러싼 인간사회의 인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정정엽
정정엽

정정엽은 여성미술 운동을 해온 작가로 팥을 소재로 팥 속에 담긴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주제로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팥은 곡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하찮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작과 발전, 성실함이 묻어난다. 하찮은 곡식 알갱이는 반복적이고 지루하고 별볼일 없는 일상에 내적인 흐름을 담아 잠재되어있는 ‘일상의 위대함’을 이끌어낸다. 밀도 있고 집약적으로 표현된 팥은 마치 일상의 이야기를 한알 한알 새긴 듯하다. 작가의 일상에 대한 기록처럼 팥알은 차곡차곡 쌓여 응축된 이미지로 화면에 녹아있다. 팥 알갱이들은 그의 일상이자 근본을 이루는 또 다른 자아이다. 

조풍류

채색화로 풍경을 다루는 화가 조풍류는 산수풍경을 주로 다뤄온 화가인데, 근년에는 도시의 모습과 특히 역사적 유산을 다룬 대형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분채로 그림을 그리는데, 분채 특유의 질감과 색감을 살려 조풍류 특유의 수묵채색화를 일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에는 푸른 밤의 여정이 담긴 여수의 풍경이 있다. 깊고 푸른 밤 하늘과 바다 풍경으로 ‘낭만의 여수 밤바다’를 담았다. 서울의 산과 도시를 담아온 자신의 연작들 가운데서 골라낸 인왕산 연작도 있다. 대관산수로 풀기보다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큰 형상의 윤곽을 잡은 후 과감하게 단면처리한 풍경화이다. 자연과 도시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는 풍류정신을 담은 그림이다. 

이시가키 카츠코

이시가키 카츠코의 연작 <기지가 있는 풍경>은, 군사화된 오키나와의 일상을 모티브로 한다. 그러나 풍경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거기에 중층적으로 감춰진 땅의 기억을 감수한다. 군사기지로 변모한 땅이 한때 사람들의 편안한 삶의 터전이었음을. 군사화의 현실을 그리면서, 동시에 군사화 없는 세계로의 희망을 표현하려고 하는 이시가키 격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시가키가 그리는 깊은 파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비통을 간직하고 있다. 기지가 메운 흙더미로 바다가 붉게 물들 예감 속에서 이 푸른 기억을 화포에 담으려는 이시가키의 화법은 기도와도 닮았다.

요나하 타이치

오키나와 미국기지의 펜스를 그려온 요나하 타이치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토가 오키나와와 흡사한 제주에서 4.3이라는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예술이라는 사상을 접했다. 그는 제주도와의 교류를 통하여 방법론적으로 커다란 배너와 플래카드, 걸개그림 스타일에 영감을 얻었다. 이번에 전시된 <Home-공존>이라는 제목의 2019년 작품은 요나하가 식민지화된 감성의 감옥에서 스스로를 풀어내고 팽팽하게 붙인 캔버스가 아니라 바람에 나부끼는 커다란 깃발과 같은 천에 몸을 부딪치도록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처럼 요나하의 펜스 연작은 센티멘털한 향수를 떨치고 대신 그의 의식 심층에 있는 이름 모를 정동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