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KLPGA투어와 크리스에프앤씨, 그리고 사우스링스영암CC의 배려
[안성찬의 골프이야기]KLPGA투어와 크리스에프앤씨, 그리고 사우스링스영암CC의 배려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9.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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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LPGA 박준석 포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니까 가능하겠지요."

이런 말이 왜 나올까.

KLPGA(회장 김상열)가 가족처럼 품은 선수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물론 골프 선진국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에서 프로골프투어는 거의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지난 6월 슈와브 챌린지로 재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7월말에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으로 빗장을 풀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일본 남녀프로투어는 대회 개최를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KLPGA투어(대표이사 강춘자, 이영미)가 코로나19 사태이후 세계 최초로 정규투어를 재개했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5월 경기 남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이다. 메인스폰서는 없이 열린 대회의 상금이 무려 30억원이나 됐다. 협회가 ’통큰‘ 결정을 한 것이다. 이유는 그동안 대회는 개최하지 못하고 대부분 최소를 한 탓이다. 무려 최소된 것이 18개였다.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상금이 돌아가도록 한 협회의 배려다. KLPGA투어 뿐 아니라 이 대회 메인스폰서였던 크리스에프앤씨, 주방송사인 SBS골프, 그리고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후원을 했다.

이런 상황을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대거 한국으로 들어왔다. 선수들은 코로나19가 펜더믹(대유행)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자 한국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귀국한 것이다. 그런데 이왕 들어온 김에 자격이 되는 선수들은 KLPGA투어를 노크하면서 샷을 다듬었다. 아직도 국내에 머물고있는 김효주(25, 롯데)는 우승, 이정은6(24, 대방건설)은 준우승을 두 번이나 했다. 

깃대로 시그니처홀인 된 1번홀과 10번홀 

하지만 국내 선수들에게는 최소되는 대회가 속출하면서 선수에게 턱없이 부족했다. 토너먼트 선수들은 대회가 직장이나 마찬가지다.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타는 것은 바로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초 KLPGA투어는 올해 정규 대회를 31개를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KLPGA투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이었다. 대회 스폰서를 맡은 기업들이 손을 놓은 것이다. 기업자체가 존폐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대회를 주최했다가 만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회사 이미지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KLPGA는 철저한 방역과 함께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르면서 아직 코로나19 확진받은 선수가 단 한명도 나오기 않고 있다.

KLPGA투어의 임직원들은 절치부심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제까지 최소된 18개의 대회를 회복하려면 스폰서를 설득하는 한편 자체 예산으로 대회를 신설하는 것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KLPGA투어는 7월에 2개 대회가 없어지자 부산에서 신설대회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을 개최했다.

아울러 KLPGA투어의 열정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첫 대회는 25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영암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팬텀 클래식(총상금 6억원)이다. 8월에 메이저대회 등 2개, 9월에 3개 대회가 사라지자 자구책으로 만들어낸 대회다. 여기에 오는 10월에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휴엔케어 여자오픈도 신설됐다. 이런 작업이 KLPGA투어만 노력한다고 될 일인가. 

이번 펜텀 클래식은 4자의 합작품이다. 상금은 KLPGA투어 예산으로 했다. 대회 진행비는 펜텀, 파리케이츠, 마스터바니에디션, 핑 브랜드의 골프웨어 전문기업 크리스에프앤씨(회장 우진석)가 맡았다. 사우스링스영암 컨트리클럽(회장 양덕준)에서 선수들을 위해 임대료 없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300야드의 드라이빙 레인지도 대회장 내에 양잔디를 깔아 선수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준비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대행은 크라우닝(대표이사 김정수)이 맡았다.

그러나 말이 쉽지 대회를 준비하는 임직원은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크리스에프앤씨는 이 골프장이 처음 대회가 열리는 곳 인데다 허허벌판 평지인 곳에다 선수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홍보물을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바람도 많은 곳이어서 더욱 쉽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에프엔씨는 묘안을 짜냈다. 1번홀과 10번홀을 시그니처홀로 구상해 하늘로 치솟는 깃대를 일렬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연습그린
연습그린

협회와 골프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협회는 코스세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대회에 걸맞는 코스세팅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름 내내 비가 몰아치는 바람에 잔디가 제대로 된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협회 및 코스관리직원들은 대회가 결정되자 비상체제에 돌입, 2주 동안 매일 새벽 2시부터 코스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코스는 몰라보게 달라졌고, 원하는 그린 빠르기가 됐고, 페어웨이 상태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무관중으로 운영된다고는 누가 맡아서 운영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것이 당연한 일. 다행히도 국내에서 GS칼텍스 매경오픈,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등을 맡아서 해오고 있는 대회운영 전문회사 크라우닝이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날밤을 새워 준비했다. 대행사 직원들 역시 서울 본사와 골프장을 오가며 시설물 설치에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이 때문일까. 날씨가 대회 전날까지 바람 등 좋지 않았으나 막상 대회가 개막되니 전형적인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4자의 걸작품이었다. 남은 것은 선수들이 얼마나 멋진 플레이를 펼치면서 어떤 명작을 남기느냐 하는 것만 남았다. [영암(전남)=안성찬 골프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