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의 커피향기]8.마티니와 에스프레소가 만났을 때
[김성동의 커피향기]8.마티니와 에스프레소가 만났을 때
  • 김성동 전문위원
  • 승인 2020.08.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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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라는 명대사가 있다. 물론 애드리브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그리고 틈 나면 케이블 TV에서 재방하는 통쾌한 비리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오는 이병헌의 애드리브다. 

눈치 챘겠지만 앞뒤 단어가 바뀌었다. 몰디브는 아시아 서남부 인도양상에 있는 공화국으로 영연방의 하나. 해안선 길이가 644㎞이나 되는 인도양의 중북부에 있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도서국가이다.

모히토는 칵테일의 일종으로 화이트 럼, 라임주스, 민트잎, 설탕, 소다수로 만든 혼성주다. 원산지는 중앙 아메리카 카리브해 서부, 서인도 제도인 쿠바다.  

사람들은 대개 원액보다는 섞는 걸 좋아한다. 특히 술과 술을 연결해 전혀 색다른 술을 탄생시킨다. 술 애호가인 필자도 마찬가지다. 소주를 시키면 으레 맥주가 딸려 온다. 어느 날부터 섞어야 제맛이 난다. 그냥 마시면 맹숭맹숭하다. 주(酒)마니아들은 혼합주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유는 색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고, 톡 쏘는 소주의 향을 완화시키기 위함이다. 물론 소주만 마시는 주당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오로지 맥주만을 찾는 비어마니아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술잔을 탁 치거나,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이용해 술잔속을 작은 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소위 회오리다. 지금이야 없어졌지만 맥주잔위에 내프킨을 덮고 돌린 뒤 젖은 내프킨을 집어 던져서 벽이나 천장에 붙이는 즐거운 이벤트도 했었다.     

비단 소주와 맥주만 섞는 것은 아니다. 원조는 맥주에 싸구려 위스키를 먼저 탓을 법하다. 노동자들이 즐기는 술로 적은 비용으로 빨리 취하고 싶어서 일 게다. 노동으로 시달린 몸을 술로 풀어 곤히 잠들고 싶은 마음도 통했을 터.

심지어 레드 와인에다가 위스키를 타기도 한다. 그러면 ‘드라큐라’주가 된다. 마시다 보면 붉은 와인 핏물이 입 주변에 묻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섞어 마시기 뭐하면 작은 위스키 잔에다가 양주, 물, 사이다, 포카리스웨트를 일렬로 세우고 순서대로 먹는다. 두 바퀴 정도 돌면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 온다. ‘칙칙폭폭’주이다. 빨리 취하기 위해 개발한 혼합주가 재미와 즐거움까지 선사한 것이다.

그런데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라테(Latte)가 그것이다. 에소프레스(Espresso)에다가 우유를 섞은 것이다. 쓴맛을 싫어하는 커피애호가들을 위한 커피다. 물론 커피의 쓴맛은 그냥 쓴 것이 아니라 단맛과 신맛을 포함한 미묘한 쓴맛이다.

마티니 에스프레소. 사진출처=윤태호 바리스타의 우리 커피한잔 할래요?
마티니 에스프레소. 사진출처=윤태호 바리스타의 우리 커피한잔 할래요?

커피도 섞는 것이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커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보다 색다르고 강렬한 어떤 맛을 느끼려면 술을 넣어보면 알 수 있다.

에소프레소 마티니라는 커피가 있다. 에스프레소에 럼주를 탄 것이다.   

영국인들이 즐겨 마신 마티니는 드라이 진에 드라이 베르무트를 섞은 후 올리브로 장식한 칵테일이다.

마티니는 칵테일계에서 에스프레소로 불린다. 겉모습은 평범해보이지만 농축된 깊은 맛을 지니고 있다. 각성효과는 물론 맛도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이런 둘의 만남은 또다른 음료의 세계를 보여준다. 에스프레소와 마티니가 처음 만난 것은 1980년. 영국의 런던 한 소호 브라세리에서 탄생했다. 바텐더가 여성고객을 위해 보드카에다가 에스프레소로 칵테일을 만들었던 것. 당연히 처음에는 ‘보드카 에스프레소’였을 터. 그러다가 마티니 잔에 담아 내오면서 ‘마티니 에스프레소’로 이름이 바뀌게 됐다.

맛있는 비율은 생두를 볶아 새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30ml, 마티니 50ml, 설탕시럽 10ml로 섞는다. 이 3가지를 칵테일 셰이커에 넣고 흔들어 준다. 물론 얼음도 들어가는데, 흔든 뒤 얼음은 제거한다. 이것을 마티니 잔에 따라주면 멋진 마티니 에스프로소가 탄생한다. 이 때 커품은 화려한 크레마이다.

커피와 술이 생각하는 계절에 마티니 에스프레소 향미로 입안을 즐겁게 만드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글/김성동 칼럼니스트, 프리미엄 카페 띠아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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