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의 커피향기]7.키스보다 황홀한 커피 한잔의 추억
[김성동의 커피향기]7.키스보다 황홀한 커피 한잔의 추억
  • 김성동 전문위원
  • 승인 2020.08.13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가 내리면 커피 내음을 맡으며 노래나 시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더욱 그렇다. 코끝을 스치는 커피 향기는 어느 순간 ‘소확행(小確幸)’이 된다. 커피와 마주하는 순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한다.

추억을 더듬는 노래가도 있다. 펄 시스터즈(배인순, 배인숙)의 ‘커피 한 잔’이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속을 태우는 구려. 8분이 지나면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속을 태우는 구려.~’

가수이자 작곡가인 신중현이 만든 곡이다. 1968년에 내놓고 1년뒤부터 히트한 곡이다.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금방 이 노랫말이 와 닿겠지만 요즘 신세대는 아마도 ‘내 입술 따듯한 커피처럼’(샵, 2001년)이나 ’아메리카노‘(인디밴드 그룹 10cm, 2010년) 노래를 떠 올릴는지도 모른다.

펄 시스터즈 앨범. 사진출처=한국대중가요연구소
펄 시스터즈 앨범. 사진출처=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중음악에서는 ’피아노 맨‘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도 있다. 그는 ’커피 잔속에 위안이 있다‘고 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다.

‘우먼 인 러브’를 부른 미국 가수이자 배우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도 “적어도 커피 한 잔쯤은 해야죠? 나는 설탕을 조금만 넣고, 크림은 전혀 넣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짜 커피죠." 그는 커피를 통해 여유를 찾고, 커피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커피 사랑꾼’ 중의 한 명이었다.

노래는 비단 대중음악뿐만 아니다.

클래식에서는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하면 바로 ’커피 칸타타(BWV211)‘를 기억할 것이다. 세속적 칸타타는 서민의 접근이 어려운 오페라와 달리 칸타타 양식을 통해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나 시대의 풍자를 그려 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한 작품으로 바흐의 유머와 위트가 돋보인다. 원제는 세속적 칸타타 ‘조용히! 말하지 말고…’이지만 칸타타의 배경이 커피에 관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1734년부터 5년에 걸쳐 쓰인 이 곡은 바흐의 연주 활동과 문화 교류의 중심이 되었던 치머만 카페에서 그가 이끌고 있던 콜레지움 무지쿰의 공개 연주회에서 초연됐다.

바흐는 "아아! 커피의 기막힌 맛이여!

그건 천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마스카트의 술보다 달콤하다.

혼례식은 못 올릴 망정,

커피만은 끊을 수가 없구나"라고 커피 예찬론을 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루트비히 판 베토벤도 바흐에 뒤지지 않을 만큼 커피를 사랑한다. 그는 ”나는 아침상에 더할 수 없는 벗을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다. 커피를 빼놓고는 그 어떤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여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가르쳐 준다“고 할 정도였다. 베토벤은 커피 한 잔에 원두 60개를 넣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단 커피에 관해서는 음악뿐 만 아니다. 시인도 커피를 노래했고, 혁명가, 사상가 조차도 커피에 관해 예찬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황무지’로 잘 알려진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라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했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듯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의 풍경은 나를 축복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장 자크 루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기다. 집 근처에서 커피콩을 볶을 때면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그 향기를 모두 받아 들인다’고 했으니 커피향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고 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테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커피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에게 빚진 돈은 갚지 않아도 좋으니, 그 대신 커피로 주게. 내게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커피 예찬의 끝판왕은 아마도 미국의 사진작가 플래시 로젠버그가 아닐까 싶다. 그는 “나는 인류가 많은 일을 해냈다고 믿는다. 인간의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손가락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으니까.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조금은 우울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하기도 하겠지만, 그럴수록 힐링이 필요한 시간이다. 커피 한잔으로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글/김성동 칼럼니스트, 카페 띠아모 대표이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