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베스트셀러보다는 기업경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박수길 미래지식 대표이사
[골프&라이프]"베스트셀러보다는 기업경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박수길 미래지식 대표이사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3.3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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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콘텐츠경영학과 석사과정...14대 원우회장 맡아 활동
미래지식 박수길 대표이사
미래지식 박수길 대표이사

“골프장 경영이나 출판이나 미래를 보는 안목이 큰 역할을 합니다.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대비를 해야 기업의 연속성과 발전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미래지식 박수길 대표이사(54)는 출판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다스’로 불리기도 한다.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내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다. 그만큼 시장을 내보다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라운드를 할 때 코스를 알면 그만큼 플레이가 편하고 공략하기가 쉽잖아요. 출판업도 비슷합니다. 지금 돌아가는 경제상황과 4~5년 후의 시장을 내다볼 수 혜안(慧眼)이 있다면 ‘무엇을, 언제쯤 책을 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콘텐츠’를 준비하기가 용이하거든요.”

그가 책과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1984년. 전남 신안의 섬마을에서 농부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원하는 책을 늘 볼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친구 집이나 친척집에서 갖다가 읽은 것도 적지 않다. 체력이 약한 탓에 문예반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책만 읽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부모님의 교육열이 높아 고등학교는 목포로 유학(?)해서 마쳤다. 졸업하고 가정에 도움이 될까 해서 서울행을 결심했다. 친구 덕에 우연히 서울 마천동의 한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1년 뒤 군입대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시력이 나쁜 탓에 면제를 받았다. 

다시 서울로 상경했다. 서점에 근무할 때 출판사 직원과 교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1987년 종합출판사인 민성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원하고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는 고단함, 그 자체였다. 책을 포장부터 배달, 수금까지 스스로 해야 했다. 당시만해도 버스정류장 인근에 서점이 있던 시절. 주로 버스를 이용해 영업을 했다. 40개의 서점을 담당했는데 신간서적이 나오면 3부씩 묶어 하루에 최대한 돌 수 있는데 까지 가야 했다. 일이 끝나면 몸이 녹초가 됐다. 그럼에도 하루일과를 꼼꼼히 정리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독립해야지’라는 것을. 창업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서점을 다니면서 유심히 관찰했다. 80년대 만하더라도 문학작품과 학습참고서, 전집류가 대세였다. 

하지만 그는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변하면 출판시장도 반드시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은 몸소 체득했다. 이 때문에 서점에 가서 책이 놓인 진열대를 관찰하고, 고객들이 많은 찾는 책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책들을 고객이 잘 보이는 위치에 놓여 있는지 늘 관찰하고 메모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3년간 근무한 뒤 국일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골프를 알았다. 골프레슨서적을 10권정도 펴냈다. 주로 일본 골프서적의 번역서였지만 골프기술을 익히는데 적격이었다. 

“한 가지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관련서적을 최소한 100권정도 읽고, 분석을 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골프시장이 막 꿈틀거릴 때 쯤 국일미디어가 골프레슨 서적을 내는 것을 보고 앞을 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80년대 후반 들어 박세리가 미국에서 우승하며 국내 골프 시장도 살아나고, 골프장 건설도 붐을 이뤄 많을 발전을 가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저도 여유가 된다면 골프를 빨리 배워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죠.”    

이곳에 근무하면서 출판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출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했다. 영업직을 하면서도 기획, 편집, 제작 등 책이 출판되기까지의 모든 시스템을 챙겼다. 그는 ‘나는 사이버 주식투자로 16억을 벌었다’(최진석 저)와 ‘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저)의 책 기획을 해서 수 십 만부를 기록하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30대에 임원을 달았다. 베스트셀러 기획을 하고 나서 ‘40세에 독립하겠다’는 꿈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알았다. 대표이사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창업하겠다며 사표를 냈다. 그는 목적이 뚜렷했다, 장기적으로는 종합출판사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운 뒤 일단 경제, 경영, 계발서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출판사명도 ‘미래지식’으로 지었다. 2004년 사무실도 없이 창업했다. 물론 집에서 전화와 팩스만 놓고 일을 시작했다. 재미난 사실은 국일미디어에서 근무하면서 출판기획을 했는데, 대표이사가 도움을 줘 출판이 가능했다. 

가장 먼저 낸 것이 ‘내 영혼의 쉼표 하나’(김현철 저)라는 에세이집이었다. 2쇄를 못했지만 5000부를 모두 소화해 냈다. 2개월이 지난 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무실을 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머의 기술’(정혜전 저), ‘1000만원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경매 재테크’(시골아이 저) ‘신화가 된 전설적인 서비스’(벳시 샌더스 저)가 효자상품이 됐다. 나름대로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가 됐다. 

“저는 출판사를 하면서 많은 행운이 따랐어요. 물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한 덕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잘 만난 저서도 있지요. 하지만 중간의 에이전시 때문에 계약금까지 건너갔는데 출판을 하지도 못하고 손해를 본적이 있습니다.”

미래지식에서 펴낸 책들
미래지식에서 펴낸 책들

2015년 경기도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빌딩에 사무실을 확장 이전해 지난 3월 창업한지 15주년 기념을 맞았다. 이를 앞두고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오프라인 책 뿐 만 아니라 전차책도 내고 있다. 1년에 평균 12권 이상을 출판한다. 이제까지 낸 책이 300권이 조금 넘는다.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종합출판사 면모를 갖췄다. 경제, 경영서를 뛰어 넘어 자기계발서, 아동출판(미래주니어), 실용서(미래라이프), 문학서(블루스타)까지 내고 있다.

“사실 출판업은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경영을 어떻게 운영해 ‘생존하느냐, 못하느냐’로 판가름 납니다. 중소기업은 대표가 조금만 한눈팔면 금방 표시가 나죠.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해도 건실하게 운영을 하는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베스트셀러를 내고도 문을 닫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따라서 출판사의 운명은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죠.”

책을 1권 내기위해 길게는 1년 이상 투자를 한다는 그는 일단 책이 결정되면 스스로 모두 읽어보고 독자의 눈높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책을 모두 검토해보고, 시장을 계산해보고, 최종 결정한 뒤에도 책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시장이 너무 빨리 급변해 상황이 바뀌는 탓이다.

출판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는 공부를 더 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 직장에 다니면서 법을 하고 싶어 법대를 진학했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다. 문학을 좋아하고, 책을 만드니까 국문과로 전공을 돌려서 ‘늦깎이’ 졸업을 했다. 그러다가 ‘콘텐츠’를 좀 더 알기위해서 숭실대 경영대학원 콘텐츠경영학과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골프기술은 이론적으로 좀 더 배우고, 지금은 대학원 등산모임에 다니고 있습니다. 출판외에 경영대학원 14대 원우회장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원우들과 술잔을 기울이거나 산을 타다보면 이전의 학창시절로 돌아 온 것 같아 무척 즐겁습니다.”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무차입 경영’이다. 모든 결제는 현금을 원칙으로 한다. 출판업계 특성상 책은 위탁판매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거래하는 서점의 결제흐름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래야만 손해를 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책을 내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내기 운영하는 기업의 경영지표도 중요하지만 거래하는 서점의 경영상태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직원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전문가집단에게 ‘아웃소싱’을 준다.    

그는 ‘골프 없이는 못살아!’(김재화 저)라는 골프서적도 냈다. 최근 ‘은퇴 5년 전에 꼭 해야할 것들’(전기보 저), ‘내가 상상하면 꿈이 현실이 된다’(김새해 저), 1% 리더만이 아는 ‘유머 학습법’(임붕영 저)을 출판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박수길 대표의 미래 꿈은 개인도서관을 만드는 것과 자신의 글로 책을 내는 것이다. 그의 소망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