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근육과 체중, 그리고 파워' 늘린 '필드 과학자' 디섐보, 상승세 이어질까
[특별기고]'근육과 체중, 그리고 파워' 늘린 '필드 과학자' 디섐보, 상승세 이어질까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7.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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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7ㆍ미국)가 화제다. 장타를 내기위해 키 185.4cm에 몸무게를 110kg까지 살찌웠고,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를 48인치(평균 45인치)로 늘렸다. 이로인해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 무려 377야드나 날렸고, 평균 비거리도 350.6야드로 1위였다.  

이런 디섐보의 실험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PGA투어에서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었기에,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디섐보와 이전에 근력 운동을 강조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골프 칼럼리스트이자 PGA투어 홍보 시니어 매니저인 짐 맥카베(Jim McCabe)가 글을 기고했다. (편집자주) 

■PGA투어 보디빌더의 계보를 잇는 디섐보 –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필드의 과학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COVID19) 펜데믹(대유행)으로 멈추었던 PGA투어가 다시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육중한 근육질로 4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선보이는 브라이슨 디섐보의 모습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디섐보가 3타차 역전 우승(4R 합계 23언더파 285타)을 차지하면서 많은 팬들과 언론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가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 많은 관계자들은 올드 팬들에게는 프랭크 스트라나한(미국ㆍ1922-2013)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올드 스트라니’를 떠올렸다.

우리는 이번 시즌 ‘필드 위의 과학자’에서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시절 디섐보가 추구하고 있는 근육 운동을 통한 골프 실력의 향상의 길을 추구했던 프랭크 스트라나한,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타이거 우즈(미국)와 같은 선배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오랜 기간 동안 골프 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주제에 대한 논쟁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근육을 키우는 것이 골프 기량의 향상에 중요한 요소인가?  

이러한 생각을 100% 지지하고 있는 디섐보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 이후 자연스럽게 매일 3회씩 꾸준히 운동하며 시간을 보냈다. 3개월 후, 그는 PGA투어가 재개된 첫 대회에서 확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디섐보의 몸무게를 맞추는 것이 뜨거운 화제거리가 되었고, 가장 많은 대답은 300 파운드(약 136kg)였다. 

“아주 정확하진 않다.” 디섐보는 웃으며 20파운드(9 kg) 정도 증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섐보의 몸무게가 원래 205파운드(92kg) 정도 나간다고 알려져 있었고, 그는 솔직하게 지금 235-240 파운드(106-108kg)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적어도 30에서 35파운드(13-15kg)를 늘린 것 이다. 

하지만 골프 팬들은 사실 정확한 숫자보다는 디섐보의 드라이버 비거리에 관심이 있었다. 디섐보는 복귀 이후 아주 쉽게 드라이버로 볼을 약 350야드 가량 날리고 있다. 이는 볼 스피드로 환산하면 시속 305~310 km 정도가 된다. 이는 일반적인 골퍼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약 300야드 정도다.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복귀 후 첫 경기였던 챨스 슈와브 챌린지의 마지막 라운드에 디섐보와 한 조로 경기를 치른 로리 매킬로이는 디섐보를 보자마자 “세상에 젠장!”이라고 감탄했다. 매킬로이는 “일요일에 디섐보가 드라이버를 치는 모습을 보고 나와 해리(매킬로이의 캐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보며 '와 대단하다'라고 말했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매킬로이 같은 장타자보다 20~30m를 더 날리는 것이 경기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이미 여러 기록들이 보여주고 있다. 챨스 슈와브 챌린지 이후로 두 개의 대회 RBC 헤리티지와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디섐보는 공동 8위와 공동 6위를 기록했다. 그는 복귀 후 3개 대회 12라운드에서 11번의 60대 타수와 평균 66.5타를 기록했고, 총 46 언더파를 기록했다. 또, 몸집을 키우고 늘어난 스윙 스피드로 인한 장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복귀 후 4번의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든 디섐보는 결국 지난 주말 디트로이트에서 우승을 통해 페덱스컵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골프랭킹에서 3계단 상승해 7위로 올라갔다.

많은 선수들이 디섐보에 대한 칭찬과 놀라움을 아끼지 않았다. 필 미켈슨(미국)은 “디섐보가 이렇게 세게 그리고 멀리 똑바로 치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고 말했고,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굉장히 특별하다. 그가 거리와 스피드에 특화된 훈련을 한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이어 웹 심슨은 “디섐보가 저렇게 근육량을 늘리고 스윙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놀랍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확성은 유지되고 있다. 아주 대단한 것 같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나에게는 조금 감동적인 일이다”라며 디섐보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몸무게를 늘리며 근육도 늘렸고, 게임에 임하는 나의 정신적인 태도도 바꿨다. 전혀 다른 골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많은 미디어와 PGA투어의 관계자들은 디섐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스트라나한이 연상된다고 전했다. 디섐보가 태어난 해인 1993년 스트라나한은 71세였지만 그때도 꾸준히 보디빌딩을 하고 아령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운동으로 유명했다. PGA투어에 체계적인 운동에 대한 관한 개념이 없었을 때, 그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술과 담배는 절대로 하지 않았고,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했다. 그는 이러한 생활 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42세로 은퇴한 1962년 까지 계속 유지했다고 한다. 최근 브룩스 켑카(미국)가 개인 운동 장비를 가지고 투어를 다닌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지만, 스트라나한은 이미 1940~50년대에 그의 근력 운동 장비를 가지고 투어를 다녔다고 한다. 

스트라나한의 꾸준한 관리가 그의 골프 실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아마추어로 스트라나한은 4개의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1955-64년동안 그는 총 188개의 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2개 이상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1958년에는 로스 엔젤레스 오픈에서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아놀드 파머(미국ㆍ1929-2016)와 스트라나한은 좋은 친구였으며, 그는 스트라나한을 ‘톨레도의 근육맨’이라고 칭했다. 스트라나한을 비롯해 게리 플레이어 또한 PGA투어에서 꾸준히 운동을 한 인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1950년대 말 게리 플레이어는 스트라나한과 친구가 되었는데, 이 당시에 플레이어 또한 근력 운동을 통한 몸 관리와 기량 향상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스트라나한의 이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고, 그는 플레이어한테 운동의 도움을 받되 그의 스윙 루틴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플레이어에게 이두박근과 가슴 근육을 너무 키우면 좋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게리 플레이어는 “내 선수 시절의 초창기에 내가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나를 ‘괴짜’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나는 대회 중에도 나의 운동 루틴을 지켰고, 내가 골프에서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위대한 골퍼 5명(진 사라젠, 벤 호건(미국ㆍ1912-1997), 잭 니클라우스(80ㆍ미국), 타이거 우즈, 게리 플레이어) 중 한 명인 플레이어의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전의 스트라나한과 플레이어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경기를 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활용했다면, 지금의 디섐보는 파워 히팅의 시대에서 좀 더 앞서 나가기 위해 근육 운동과 몸집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골프 실력을 늘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중계에서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훌륭한 스윙을 볼 수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많은 선수들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고, 골프에 필요한 몸을 만들고 있다. 데이비드 러브 3세(미국)는 “아버지는 내가 농구팀에서 경기를 하는 것을 반대하셨고, 결국 팀에서 나와야 했다. 농구팀에서는 웨이트 운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고 회상했다. 

또 쟈니 밀러(미국)는 로리 매킬로이에 대해서 “내 생각에 로리는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며, 웨이트 운동이 골프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는 “근력 운동이 로리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타이거 우즈도 같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골프는 정교하고 감각이 중요한 스포츠이다. 어느 정도의 근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로리나 타이거는 너무 과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었다.

게리 플레이어. 사진=게티이미지(스콧 핼러란)
게리 플레이어. 사진=게티이미지(스콧 핼러란)

로리와 타이거의 성적을 보면 쟈니 밀러의 평가가 틀린 것 같지만 그는 그의 경험에 의한 비판을 한 것이다. 1976년 그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디오픈에서 거둔 뒤 고향으로 돌아가서 나무를 패고, 통나무를 옮기는 등 많은 근력 운동을 했고,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그는 전성기를 누려할 나이에 골프의 감각을 잃어 버린 듯 해졌고,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몸은 커지고 강해졌지만, 그의 게임은 약해진 것이다. 

큰 근육을 사용해서 스윙을 하는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등 쪽에 많은 무리를 주게 되어 있고, 이를 위해 근력 운동을 하게 된다. 타이거 우즈와 데이비드 듀발(미국)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고, 한 때 우즈는 30 파운드(13 kg)의 근육을 늘린 적이 있었다. 데이비드 듀발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를 했고, 타이거 우즈는 2005년~2009년 사이에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이후에 오랜 기간 동안 허리를 비롯한 여러 곳의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디섐보가 위의 두 선수와 같은 길을 갈지, 아니면 그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시도는 충분히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는 늘어난 근육과 몸무게, 그리고 힘을 통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섐보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몸을 만들고 관리하는 긴 시간을 난 즐겼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속해서 내가 과연 어디까지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 나름의 철학과 방법을 가지고 계속 전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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