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되는데…' 접경지서 평일 골프친 김포시 공무원
'남북 긴장 고조되는데…' 접경지서 평일 골프친 김포시 공무원
  • 안기영 기자
  • 승인 2020.06.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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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고위공무원이 대북전단 살포지점과 멀지 않은 골프장에서 평일 라운딩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간부가 골프를 친 날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접경지 주민 간 간담회가 예정돼 있던 데다, 김포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던 시점이었다.

26일 김포시는 농업기술센터 소속 4급 공무원 A씨가 지난 24일 오전 6시 10분께 김포시 월곶면 모 컨트리클럽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들은 골프를 치던 도중 빗방울이 거세지자 라운딩을 중단했으며, A씨는 자신의 유연근무 출근시간(오전 8시 30분) 이전에 월곶면 소재 농업기술센터에 출근했다. 오전 반차를 미리 신청해 놓았던 A씨는 출근 직후 반차를 외출로 바꿨다고도 시는 덧붙였다.

시민들은 남북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재확산 등 대내외적인 국가위기 속에 주중 평일에 골프장을 출입한 A씨의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가 위치한 월곶면에는 대북전단 살포장소로 이용되는 성동리가 포함돼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경찰 검문이 강화된 상태다. 또한 A씨가 골프를 치기 전날 김포에서는 40대 여성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데 이어, 골프를 친 24일 오전에도 유치원생이 양성 판정을 받는 등 지역 방역에 비상이 걸려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24일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위해 대북전단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홍걸 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들, 통일부차관, 경기도 평화부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등이 월곶면에 집결한 날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월곶면 소재 공공기관 책임자인 A씨의 골프 회동은 특히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포지역 시민단체 '시민의 힘' 관계자는 "최근 농기센터 간부의 공직기강 논란으로 어느 때보다 공무원들의 성실한 자세가 요구되던 시기에 평일 골프라는 대담성을 봤을 때 과연 이번이 처음일지 의심된다"며 "직무 관련자와 함께 친 건 아닌지, 골프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지, 골프 목적의 평일 반차 신청이 공직자 윤리강령에 위반되진 않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포시의 조사가 형식적인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시민들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사법기관 고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여러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일행과의 직무 관련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 김포시 감사담당관실 측은 "A씨는 단순 친목 모임이었다고 진술했으나 직무 관련성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