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한국여자오픈과 불편한 조편성, 그리고 유소연의 아름다운 기부
[안성찬의 골프이야기]한국여자오픈과 불편한 조편성, 그리고 유소연의 아름다운 기부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6.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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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사진=크라우닝
유소연. 사진=크라우닝

코로나19 사태로 갤러리 없이 치러진 기아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은 성공적이었을까. 

대체적으로 오래간만에 대회다운 대회였다는 평가다. 1987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과 함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중단된 가운데 열린 대회여서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모처럼 스타들의 열띤 경쟁이 이뤄졌다.

그런데 대회 1, 2라운드 조편성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일부 언론사에서 원칙없는 조편성이라고 질타했다. 이유는 세계랭커 유소연(30ㆍ메디힐)과 장하나(28ㆍ비씨카드)조에 무명의 안소현(25ㆍ삼일제약)이 끼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 유소연과 장하나는 한조로 묶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안소현이 그 자리에 들어갔을 때 골프마니아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조편성은 주최측(기아자동차)과 주관측(대한골프협회)의 고유 업무다. 다만,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고, 공정해야 한다. 

안소현. 사진=인스타그램
안소현. 사진=ahn_so__1 인스타그램

안소현의 기량은 다소 떨어진다.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많이 부족한 선수다. 드림투어에서 뛰다가 2016년 시드전에서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2017년 21개 대회에 출전해 컷탈락을 밥먹듯 했다. 겨우 2개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나머지는 컷탈락이나 기권했다. 다음 시즌 시드를 잃고 드림투어로 내려갔다. 그리고 올해 복귀했다.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43위가 최고 성적이고,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컷오프됐다.

그럼에도 안소현이 조편성의 특혜를 본 이유는 무엇일까. 비주얼이 된다. 또한 여자프로골퍼 중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선수다. 팔로워가 5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방송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안소현외에도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유현주(26ㆍ팬텀)도 '섹시아이콘'으로 인기가 높다. 팔로워가 24만명 이상이다. 둘다 글래머스타일이면서도 미모도 뛰어나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특히 필드에서는 패션 모델 뺨친다.

이 때문에 방송에서는 조금 욕심이 날 법도 하다. 주최측이나 주관측도 방송측과 생각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조편성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골프네티즌들이 원하는 조편성이라고 했지만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이정은6(24ㆍ대방건설)-김세영(27ㆍ미래에셋)-김효주(25ㆍ롯데)조도 그리 바람직하지가 않다. 

물론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흥행'을 고려해 조편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스타급 2명에 발전가능성이 점쳐지는 선수를 조편성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 조에 무명이었던 콜린 모리카와(미국)를 넣기도 했다. 

한국여자오픈에 세계골프랭킹 1위가 출전한 것은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6위 김세영, 10위 이정은6, 13위 김효주, 18위 유소연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일본의 상금왕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보미(32ㆍ노부타그룹)도 모습을 보였다.

유현주. 사진=_hyunju.__인스타그램
유현주. 사진=_hyunju.__인스타그램

국내 선수들, 특히 루키들은 LPGA투어 선수들과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기량이 되는 선수들이야 1, 2라운드에서 잘 쳐 3, 4라운드에서 만나면 된다. 이는 특수한 상황이고, 이왕이면 LPGA투어 선수들과 국내 유망주나 기대주를 넣어서 조편성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대세' 최혜진(21ㆍ롯데)은 그나마 고진영, 이보미와 조편성이 이뤄져 성공했다. 하지만 성적이 좋은 박현경(20ㆍ한국토지신탁), 임희정(20ㆍ한화큐셀), 이다연(23ㆍ메디힐), 조아연(20ㆍ볼빅), 유해란(19ㆍSK네트웍스) 등 기대주와 루키들, 그리고 국가대표 아마추어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어찌보면 피해자가 된 셈이다.

만일 LPGA투어가 중단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여자오픈이 내셔널 타이틀이라해도 다음주가 12월로 연기된 US여자오픈이 열리기 때문에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거의 출전이 불가능하다. 

유소연도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US여자오픈을 준비하는데 있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아쉽지만 올해는 나가지 못하겠구나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런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는 유소연이 우승하면서 빛났다.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KLPGA투어에서 우승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것은 유소연이 처음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의 내셔널 타이틀을 소유한 유소연이 이 대회에서 얼마나 우승하고 싶었으면 전날 우승하면 전액 기부할테니 우승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회를 준비하는 주최측, 주관측, 운영대행사, 골프장, 주관 방송사 등 모든 관계자들은 모두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해놓고 뒷말을 들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추최측이나 주관측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한국여자오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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