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협의체 '깜깜이 운영비' 칼 빼든 경찰
매립지협의체 '깜깜이 운영비' 칼 빼든 경찰
  • 안기영 기자
  • 승인 2020.06.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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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진 횡령·배임혐의 수사 착수
주민지원기금 부정사용 집중조사
SL공사 감사 '자료 거부'로 저지
위원장 '증거인멸' 암시발언 논란

경찰이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의 '깜깜이' 주민지원기금 집행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이하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등 협의체 간부들과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을 받은 단체 등을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를 포함해 수도권매립지의 주민지원기금이 부정하게 사용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민지원협의체는 매년 5억원이 넘는 운영 예산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 예산은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 총액의 5% 범위에서 편성된다.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의 주민지원기금은 모두 약 194억원으로, 이중 약 9억7천만원이 협의체 운영비로 쓰였다.

최근에는 주민지원협의체가 4천만원이 넘는 운영비로 구입한 골프 의류와 가방 중 200만원 상당의 금품이 인천서부경찰서 소속 A 경위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협의체 예산 사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현재 A경위 등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당시 서부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이던 A 경위는 현재 관할 지구대로 발령난 상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최근 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에 대해 감사하려 했지만, 협의체 측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조사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협의체 측에서 먼저 SL공사에 운영비 집행 실태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지만,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주민지원협의체는 최근 운영비 집행내역 등이 담긴 컴퓨터를 교체한 상황이라 경찰 수사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특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협의체 공식회의에서 '자료가 수사기관까지 가는 걸 막기 위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횡령, 배임은 (경찰이) 얼마든지 엮을 수 있다. 증거 인멸이 낫다고 판단한다'는 등 자료 인멸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와 주민지원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