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의 커피향기]3.여름과 아이스 커피, 그리고 골프장에서 즐기는 커피의 맛
[김성동의 커피향기]3.여름과 아이스 커피, 그리고 골프장에서 즐기는 커피의 맛
  • 김성동 전문위원
  • 승인 2020.06.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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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마시는 커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아이스(냉·冷)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기온이 시내보다는 조금 낮은 골프장이지만 조금만 걸어도 등에서 땀이 흐른다. 여름인 것이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장마전선도 형성된다는 일기예보도 있다.

따듯한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도 푹푹찌는 도심의 카페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찬물을 찾고, ‘아이스’가 저절로 나온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스 커피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지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골프마니아인 K씨는 계절에 관계없이 무조건 아이스 커피를 시킨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커피마다 얼음으로 인해 맛이 조금 다를 텐데 자신의 입에 맞는 커피숍을 잘도 찾아낸다. 그리고 방향만 맞으면 반드시 그 커피숍을 고집한다. 

어느 날 궁금해서 K씨에게 물어봤다. 아이스 커피에 얼음이 들어가고 녹으면 고유의 맛이 줄어드는데도 맛이 있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처음부터 아이스 커피를 마셨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습관적이긴 하지만 K씨의 커피사랑은 남다르다. 늘 커피를 입에 물고 산다. 그것도 에스프레소에 얼음이 가득 채워진 커피잔이 손에 들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커피는 현대인에게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됐다. 식사를 마치고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을 찾는다. 물론 약속장소로 카페를 선택해서 커피를 시키기도 한다. 골프장가서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마치면 한손에는 반드시 커피컵이 들려 있다. 으레 전동카에 커피컵이 나란이 꽂아 놓는다. 그러고 보니 커피는 우리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일상화돼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면 우리는 커피를 무슨 맛으로 마실까. 커피마니아가 아닌 사람에게 물어보면 첫마디는 이렇다. “쓴데요~”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소주를 처음 입에 댈 때 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커피는 상상 이상의 맛과 풍미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가공(加工)하기 전의 커피콩인 생두(green bean)의 향미성분은 3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미(flavor)는 식품의 정미성에 관여하는 미각과 후각 그 이외의 감각(씹는 촉감, 구강 내의 촉감, 온도감각, 시각, 청각 등)을 종합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생두가 로스팅을 거치면서 화학작용이 일어나 향미성분이 900여가지로 증가한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런 성분은 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니는데, 각 성분의 상호작용으로 무한대의 새로운 향미를 탄생시킨다는 얘기다.

커피의 맛은 크게 보아 단맛, 신맛, 쓴맛이 난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단계는 추출이다. 추출전에 로스팅, 블랜딩, 분쇄 등의 공정도 맛을 결정하는데 엄청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원두(原豆, bean)라 할지라도 원두가 가진 특징이나 로스팅, 추출방법 등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커피의 제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추출은 이미 100년 전부터 쉬워졌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19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바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것이 전 세계로 보급됐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9기압의 압력에, 섭씨 약 90도의 온수, 그리고 로스팅한 커피를 분쇄한 가루를 7g 넣고, 30초 안팎이면 30ml 농축감 넘치는 커피가 나온다. 이를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에스프레소에는 표면에 2~4mm의 크레머라고 하는 엷은 갈색층이 생긴다. 이는 커피의 오일성분과 끓인 물이 유화된 상태다. 좋은 에스프레소는 입자가 고운 거품이 오래 지속된다. 물론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는 커피마니이도 있겠지만 무척 맛이 강해 대개 설탕이나 우유, 그리고 물을 타서 마신다.

커피의 향미에는 어떤 속성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이는 커피맛과 직결되기 때문에 커피마니아라면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아도 좋을 듯 싶다. 커피는 분쇄된 가루에서는 나는 향인 프래그런스(fragrance), 물을 부었을 때 액체에서 나는 향인 아로마(aroma)가 있다. 그리고 맛을 구성하는 바디(body), 신맛, 아로마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만드는 느낌인 플레이버(flavor)다. 플레이버는 커피의 주요 향미로 아로마향과 산미의 의한 첫 인상, 그리고 마지막 애프터 테이스트(aftertaste) 전까지의 특성이다. 애프터 테이스트는 커피가 입안에서 남는 풍미를 의미한다. 플레이버는 입천장과 목 부분에 느껴지지만, 애프터 테이스트는 커피를 마신 뒤에도 지속되는 느낌이다. 커피의 맛에는 바디도 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질감이다.

로스팅한 커피

흔히 커피가 시다는 사람도 있다. 이게 산미(酸味, acidity)다. 산미는 오미(五味)중 하나로 신맛이 난다. 커피가 최상품일 때는 신맛이 시큼한 것이 아니라 맛이 깔끔하다. 좋은 신맛은 신선하고 부드러운 과일향과 상쾌한 맛을 낸다.

커피는 단맛(sweetness)과 쓴맛(bitterness)도 갖는다. 커피가 내는 단맛은 설탕(sugar)과는 다르다. 커피에서는 느껴지는 단맛은 캐러멜이나 초콜릿, 누가사탕의 달콤한 풍미를 가리킨다. 커피열매는 커피콩으로 부르는 종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이 은피(실버스킨), 그리고 딱딱한 껍질인 내과피(파치먼트)가 있고, 내과피 바깥부분이 과육(커피체리)다이고 외피가 있다. 바로 커피체리부분에 당분이 있다. 원두에는 당분이 0.2% 정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액으로 추출하면 당분량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50%, 미국은 35% 정도 커피에 설탕을 섞는다고 한다. 쓴맛도 나오는데 커피를 과추출하면 강한 쓴맛이 난다. 

단맛과 신맛, 그리고 쓴맛이 공존하는 커피, 아이스가 어떤 역할을 할는지 궁금하다. 시원함 이상을 줄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글/프리미엄 카페 띠아모 대표이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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