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활어회와 숙성회는 각각 색다른 맛을 내죠”...수족관 없는 횟집 낸 유진유통 ‘칼잡이’ 김상주 대표
[골프&라이프]“활어회와 숙성회는 각각 색다른 맛을 내죠”...수족관 없는 횟집 낸 유진유통 ‘칼잡이’ 김상주 대표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3.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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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춘천CC에서 홀인원, 베스트 스코어 76타...수영선수 출신 유연성이 스윙도움
유진횟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진유통 김상주 대표. 사진=김충무 기자
유진횟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진유통 김상주 대표. 사진=김충무 기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 있고, 건강하면 더없이 만족한 삶일 것이다. 일단 어느 정도 이루면 마음을 비우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행복감은 배가 될 터. 그런데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워하면서 일에 매달리고 틈나는 대로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마도 자연산 활어회 전문기업 유진유통 김상주(43) 대표이사도 그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직업이 ‘칼잡이’(?)다. 반드시 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는 어느 정도 ‘무대포 정신’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공부보다는 일이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고 있어서 더욱 즐겁죠.”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사업이 그가 태어난 곳 전남 보성과 무관하지가 않다. 특히 그는 어릴 때 자주 먹던 어패류, 그중에서 유독 생선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학교를 다닐 때 전기·전자를 공부하고도 지금은 전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접고 공고 졸업 후 93년 서울에 상경해 LG전자 대리점에서 전자 수리를 맡아서 했다. 그러다가 동대문종합시장에서 한복 영업도 해봤다. 재미가 없었고, 영업력이 약했던 탓인지 돈벌이도 시원치가 않았다.

“민생고에 시달릴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매형이 하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횟집에서 일을 시작했죠. 물론 생선이름은커녕 생선회도 뜨지 못하는 생선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 이었죠. 그런데 운 좋게도 옆집의 횟집 친한 형이 생선의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줬어요. 좋아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생선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형이 퇴근하고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날밤을 새며 혼자 영업을 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초보티’를 벗었다. 매형을 떠나 노량진 진도수산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일을 했다. 그럴 즈음 그도 점포 하나 갖자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임대해 자신의 첫 사업에 들어갔다. 장사는 의외로 잘 됐다. 너무 잘된 것이 화근이었다. 임대해준 대표에게 1년 만에 도로 넘겨줘야 했다. 잠시 쉬는 틈을 타서 학생 시절 수영 선수로 활약한 특기를 살려 수영코치고 1년6개월 동안 했다. 하지만 마음은 늘 횟집에 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도 놀랐다.

그는 다시 ‘생선사업’에 도전했다. 모아 놓은 ‘쌈짓돈’으로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의 수협공판장인 강서수산물시장에 점포를 차리고 활어회 전문점을 냈다. 그것이 유진유통이다. 사업이 잘 돌아가자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숙고했다.

강서수협공판장에 있는 유진유통 활어회 전문점
강서수협공판장에 있는 유진유통 활어회 전문점

 

회, 고등어구이. 꼬막비빔밥. 사진=김충무 기자
회, 고등어구이. 꼬막비빔밥. 사진=김충무 기자

이거다 싶었던 것이 바로 ‘수족관 없는 횟집’이었다. 그가 비린내를 싫어했던 탓이다. 그는 미각도 뛰어났지만 후각도 민감한 탓인지 생선사업을 하지만 비린내는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수족관을 없앴다. 그랬더니 음식을 먹는 공간이 더욱 쾌적해졌다. 장소는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 잡은 골프연습장 가양골프클럽내 건물. 지난 2월 유진횟집을 오픈했다. 

물론 생선회는 강서수산물시장 유진유통에서 ‘통째’로 떠 온다.

“회는 잘못 뜨면 비린내가 많이 나죠. 기술적으로 뜨면 그만큼 맛도 좋고 냄새도 향기롭게 납니다. 처음에는 우럭이나 광어의 회를 뜨는 것이 가장 쉽지만 기술을 익히면 광어가 훨씬 수월해지죠. 먼저 생선회는 먼저 머리를 해체하고 칼을 머리 뒤쪽에서 몸의 중앙 척추 뼈까지 깊숙하게 찔러 넣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생선 등뼈를 따라 머리에서 꼬리까지 회를 뜨죠. 어육을 분리해내려면 먼저 꼬리 끝에 살짝 칼집을 낸 뒤 한손으로는 어육을 잡고, 꼬리부터 머리까지 살과 껍질(비늘)을 분리합니다. 잔가시를 잘 골라내는 것도 소비자들을 위한 하나의 감성 서비스인 셈이죠.”

그는 ‘혼밥’과 ‘혼술’하는 직장인과 주부들을 위해 ‘생선구이’와 조림도 한다. 샐러리맨들에게 인기메뉴는 꼬막비빔밥. 착한 가격에 꼬막 맛이 일품이다. 유진횟집에서 꼬막을 직접 삶아서 비빔밥을 만든다. 생선구이와 조림은 ‘테이크 아웃’ 주문이 적지 않다. 이는 주부들이 집에서 생선요리를 하면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구이와 조림을 잘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시작했다.

“집에서 생선구이를 하려면 손질도 어렵고, 귀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냄새나 미세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등이 푸른 생선인 고등어 등이 비린내가 많이 나죠. 그런데 우리 횟집에서 하면 집에 가서 바로 먹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성비가 좋아 95%가 다시 찾는 충성고객이죠.”

그는 자신의 횟집에서 테이크 아웃을 하면 장점이 있다고 한다. 생전전문가답게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회를 뜨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춘천CC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한 김상주 대표가 행운의 볼을 꺼내고 있다.
남춘천CC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한 김상주 대표가 행운의 볼을 꺼내고 있다.

강서수산물센터 유진유통에서 회를 떠 오면 맛이 어떨까.

“회 마니아는 두 부류로 나눠집니다. 막 잡아서 씹는 식감을 즐기는 사람과 2~4시간 숙성된 상태에서 먹는 사람이죠. 전자는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맛에 재미를 갖고 회를 찾는 고객들입니다. 후자는 숙성된 것의 매력인 고소한 맛을 느끼려는 고객들이 주로 찾습니다. 딱히 어느 것이 좋다거나, 맛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죠. 고객이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시키는 됩니다.” 회마니아들에게 인기품목은 참돔+광어+연어+제철회로 구성된 2만2000원짜리 모듬 숙성회다. 고등어 구이도 8000원이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되면서 골프에도 눈을 돌렸다. 골프는 초등학교시절에 교사에게 골프규칙을 배운 것이 전부였지만 언젠가는 꼭 배울 것이라는 것을 마음에 넣어 두었던 탓인지 금방 친숙해 졌다. 클럽을 잡은 지 몸이 유연한 덕에 3개월 만에 머리를 올리러 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99타를 쳤다.

2014년 남춘천 컨트리클럽 17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도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경기 파주 파주컨트리클럽에서 친 76타다.

회 마니아들에게, 한 끼 식사를 보다 맛있게 하려는 고객들에게 영양가 있고, 행복을 주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김상주 대표는 은퇴하면 고향으로 귀농해서 부모님 모시고 대나무밭에서 닭을 기르고 싶은 것이 소박한 꿈이다.  

"은퇴하기전에 할일이 있죠. 결혼이죠. 사업에 몰두하느라 여자를 만날 기회를 놓쳤습니다. 함께 한곳을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좋은 사람 만나면 반드시 결혼할 거예요. 그래야 남은 인생도 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에게 효도도 하고요." 그 꿈이 언제 이루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