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의 커피향기]2.작가에게 커피는 무엇일까
[김성동의 커피향기]2.작가에게 커피는 무엇일까
  • 김성동 전문위원
  • 승인 2020.05.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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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작품쓰느라 커피 5만잔
커피 열매

“충만한 사랑은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낼 수 있고, 충만한 사랑은 어떤 질병이든 치료할 수 있으며, 충만한 사랑은 어떤 문이든 열 수 있고, 충만한 사랑은 어떤 벽이든 허물 수 있다.” -에머트 폭스의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 山上垂訓)’중에서

잠을 털어낸다. 잠시 커피향에 몸을 맡긴다. 커피향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향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거실의 꽃들과 어울어져 아름다운 환영(幻影) 을 만들어 낸다.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은 ‘커피(coffee)와 사랑(love)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것. 둘 다 향을 지니고 있다. 하는 방식이나 먹는 방식에 따라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보다 원하고 맛나는 것을 찾으려면 무한한 노력과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cerry)에서 씨앗(생두, coffee bean)을 수확해 가공공정을 거쳐 볶은 뒤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어 추출해 마시는 독특한 풍미를 가진 기호성 음료 중 하나다. 커피나무의 열매, 그 열매 속의 씨앗,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말린 생두, 생두를 볶은 원두, 원두를 분쇄한 가루, 가루에서 추출한 음료까지 모두 ‘커피’라고 불린다.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특히,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다. 이는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사랑은 개인이 이루려는 영원한 꿈이자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사랑은 중요하다.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갖기만 해도 체내에서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이런 생체 화학물질은 바로 온몸으로 전해져 면역계의 중심인 백혈구를 강화하는 극적인 생리변화를 일으키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다, 사랑이 죽어가는 생명마저 살리는 기적을 낳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커피와 사랑이 얽혀 세상을 달리한 작가도 있다. 주인공은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다. 파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가 자퇴한 발자크는 대문호(大文豪)로 1829년 ‘올빼미 당원’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명작으로 ‘인간희극(人間喜劇)’, ‘고오리 영감’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19세기 전반 프랑스의 소설가로 사실주의의 선구자라고 불리지만 그가 글을 쓰는 일은 단지 직업에 불과했다. 글을 쓴 연유가 한 여인과 결혼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초기에 소설도 쓰고 잡문도 썼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 인쇄와 출판사도 실패했다. 이때 그를 위로하고 격려해 준 사람은 20살이나 연상인 헌신적인 애인 베르니 부인이었다. 그러다가 발자크는 33세에 유부녀를 사랑했다. 폴란드 백작부인 한스카에게 첫눈에 반해서 청혼을 한 것. 부인은 남편이 죽으면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백작 부인이던 여인과 결혼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위와 재산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글을 쓰고 또 썼다. 어찌 보면 작가라기보다는 글 쓰는 장사꾼이었던 셈이다. 19세기 러시아 대문호 표로드 도스트예프스키(1821~1881) 등 대문호들을 보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발작크는 잠을 이기려고 커피를 마셨다. 시간이 아까워 커피를 수십 잔씩 마셔대며 올빼미처럼 날밤을 새워 글을 썼다. 18년 동안 작품을 썼다. 절절한 구애 끝에 소원하던 결혼을 했다. 51세에 백작부인과. 하지만 신방을 꾸민 지 5개월 만에 세상을 등지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가 마신 커피는 무려 5만 잔이라고 한다.

사랑을 위해 글을 쓰고 커피로 잠을 줄인 발자크.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글을 쓰는 동안에는 아마도 환희와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맞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아마도 사랑의 힘이 아니었으면 명작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랑을 가슴 한쪽에 품고 살아가지만 파랑새를 쫓듯 늘 멀리서 찾는다. 사랑은 보물찾기처럼 꼭꼭 숨겨진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널려 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혜안(慧眼)이 부족한 것이다. 사랑을 하려면 무엇보다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사랑은 느끼게 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나 성품, 취향 등 다양한 것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행복에 겨울만큼 좋은 신록의 계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양수리 등 주말에 근교로 나들이를 해보라. 그리고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연인 시절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보자. 행복이 겹기도 하고, 기쁨과 즐거움도 새록새록 샘솟을 것이다. 사랑도 커피처럼 ‘리필(refill)’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김성동 카페 띠아모 대표이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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