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견문록108&5]42년 역사의 KLPGA 챔피언십이 빛난 까닭은
[골프견문록108&5]42년 역사의 KLPGA 챔피언십이 빛난 까닭은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5.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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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과 캐디를 맡은 부친
박현경과 부친

세계가 부러울만큼 성공작이었다. 
42년 역사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 김상열)가 세계골프역사를 다시 썼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COVID19)의 팬데믹(대유행) 현상으로 세계프로골프가 ‘개점휴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KLPGA가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을 무사히 끝내며 찬사를 받았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면서 스포츠가 먼저 빗장을 풀은 것이다. 국민스포츠 야구가 먼저 시작됐다. 세계의 이목이 먼저 한국 야구에 쏠렸다. 지난 14일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시차가 맞지 않았지만 ‘방콕’중인 미국에서는 새벽에 방송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잠실구장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무려 20여개사의 외신기자들이 몰려들어 야구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전 세계 219개국에서 발생한 가운데 미국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에서 모든 스포츠가 문을 닫고 있다.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오픈은 취소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US오픈, PGA 챔피언십은 연기된 상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4개 대회를 치른 뒤 여전히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고, 5개 대회는 이미 취소했다. 일본은 코로나19가 점점 확산세를 보이면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아직 개막전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는 개막전 싱가포르오픈 이후 대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KLPGA 챔피언십은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성공리에 열렸다. 이 대회는 크리스에프앤씨(대표이사 우진석)가 메인스폰서다. 당초 4월30일에서 5월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스폰서가 대회 개최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바람에 자칫 무산될 뻔했다. 협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대회를 치르지 못하면서 선수들과 캐디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협회가 서둘러 갤러리 없이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르자는데 결론을 내고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은 한 달 남짓이었다. 막상 대회를 하려니 준비할 것이 한, 두가지 아니었다. 협회 임직원들이 거의 한 달간 날 밤을 새다시피 했다.  

워크스루
워크스루

■코로나19 대응 TF구성 및 통합 매뉴얼 수립
이번 대회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바로 방역이었다.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의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고비도 있었다. 대회를 3~4일 남기고 이태원클럽의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협회는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 TF팀이 효과를 발휘했다. 협회가 미리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대회운영위원을 주축으로 방송, 스폰서, 선수분과, 대행사, 실행사, 골프장, 공식병원, 방역업체 등 각 분야의 대표 1인과 법률자문과 의료자문을 제공할 외부 전문가로 TF를 구성했던 것이다. TF팀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주 3회 이상 수집, 분석, 모니터링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 1회 진행했다.
KLPGA는 정부기관 지침을 기본으로 코로나19의 기본 정보와 더불어 예방 수칙, 유증상 및 확진 상황 시 대응 수칙, 외국인 선수 관리, 미디어 취재 가이드라인 등 부문별 준수 지침을 세부적으로 다룬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책자로 만들어 교육하고 배포했다.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라 선수를 비롯해 협회, 대행사, 실행사, 미디어 등 대회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대회장에 입장할 때마다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대회장 전 구역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또한, 증상 발생 여부 및 외출 동선 확인을 위해 매일 자가점검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철저한 위생 관리를 위해 공동 이용 공간을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손소독제를 대회장 곳곳에 배치하여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이것이 잘 맞아떨어져 대회 기간 내내 단 한 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 44개국에서 방송
이번 대회의 시청률도 놀라웠다. 조사기관 AGB닐슨에 따르면 SBS골프가 14일부터 17일까지 생중계 한 이번 대회 4라운드 평균 시청률이 0.646%(이하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42년 역사의 메이저 대회인 KLPGA챔피언십의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또한, 2016년 이후 KLPGA중계 4라운드 대회 중에서도 역대 최고치다. 특히, 17일 중계된 최종 라운드는 0.925%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챔피언조 박현경(20ㆍ한국토지신탁), 임희정(20ㆍ한화큐셀), 배선우(26ㆍ다이와)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오후 3시 20분 경에는 순간 최고 시청률 1.607%까지 치솟았다. 
이번 대회의 TV 시청률이 의미가 있는 것은 4일간 전 라운드를 총 30시간이상 생중계 하며 얻은 시청률이라는 점이다. 1-2라운드는 하루 평균 9시간, 3-4라운드는 하루 6시간 생중계 하며 출전 선수들의 전 홀의 플레이를 고루 방영하며, 골프 중계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 했다.  
이번 대회는 호주 FOX SPORTS, 캐나다 CBC, 일본 SKY A,뉴질랜드 SKY New Zealand,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ASTRO,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구촌 44개국을 통해 생중계 됐다. 미국 NBC Golf는 ‘골프센트럴’에서 하이라이트로 방송됐다. 영어해설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SBS골프 유튜브채널 또한  4라운드 종합 약 16만 뷰(VIEW)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대회가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데 첨병역을 한 것이다.

■이번 대회를 개최해야만 했던 것은
이 대회는 KLPGA 투어가 치르는 대회 중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아니면 반드시 열어야 할 수밖에 없다. 197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부서 여자프로부로 출발한 KLPGA는 1988년 독립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현재 2607명의 회원을 보유한 KLPGA는 자체적으로 대회를 치를 만큼 재산도 크게 늘린 상태다. 비영리법인 KLPGA와 별개로 영리법인인 주식회사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를 설립해 수익을 창출하고, 골프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재투자했다. 여기에는 모든 회원들과 협회 임직원들의 열과 땀이 녹아 있다. 특히, 한국여자프로골프 1호인 강춘자 KLPGT 공동대표이사의 역할은 지대하다. KLPGA 챔피언십 등 통산 13승을 거둔 강 대표는 1990년 KLPGA 상벌분과위원장을 맡아 협회 행정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까지 전무이사, 2011년까지 부회장, 2020년 4월까지 수석부회장, 2012년부터 8년간 KLPGT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강 대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대회장을 찾아 선수들 및 스폰서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협회 발전에 아낌없는 열정을 쏘아 부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KLPGA로 눈부신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협회를 독점(?) 운영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있지만, ‘강대표는 골프관계자 및 기업가들로부터 협회를 이끌어가는데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아연
조아연

■이번 대회의 특징은 
박현경이 역전승으로 우승한 이번 대회는 협회 창립 42년만에 최고의 상금, 최대의 출전선수, 그리고 최초로 2번의 컷오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KLPGA투어가 정상대로 열린다면 2020 KLPGA 정규투어는 모두 31개 대회로 총상금 269억원이다. 대회당 평균 상금이 8억7000만원에 이른다. 다만, 코로나로19 인해 25개를 치를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개막전을 열었고, 이번 대회를 개최했으니 23개 남은 셈이다. 
이번 대회가 특별했던 점은 스폰서가 없어지면서 협회발전가금 30억원으로 대회를 치렀다는 것이다. 또한 대회방식도 독특하다. 출전선수가 무려 150명이다. 예선 1차에서 102명, 2차에서 80명으로 줄여 최종전을 벌였다. 다만, 상금은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성적에 따라 지급했다. 상금요율을 조절해 우승상금은 2억200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에 150위를 해도 640만원 이상의 상금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대회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  
KLPGA 챔피언십은 1978년 출범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역사, 그리고 전통과 함께해 왔다. 초대 챔피언 고(故) 한명현을 비롯해 강춘자, 고 구옥희, 고우순, 김미현, 최나연, 신지애 등 KLPGA를 대표했던 쟁쟁한 선수들이 거쳐 간 꿈의 무대다. 지난 2018년부터 국내 최초의 여성 프로골퍼 4인(강춘자,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이 탄생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구 로얄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감과 동시에 KLPGA는 2020년 KLPGA투어의 첫 대회이자, 첫 메이저 대회로 개최된 이 대회를 통해 코로나19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어 활동 선수를 지원하고, 관계자 및 골프 팬을 응원하기 위해 ‘코로나 극복,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KLPGA 역사상 최초로 직접 대회를 주최, 주관했다. 
이번 대회는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기 위해 KLPGA와 선수권대회의 역사를 반영하는 히스토리 홀을 운영했다. 13번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KLPGA의 시작’을 의미하는 ‘창조’로 명명했다. 14번홀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빠르게 성장한 KLPGA’를 의미하는 ‘성장’으로 명칭을 확정했고, 가장 높은 난도의 홀로 운영됐다. 15번홀은 ‘세계여자골프의 중심이 된 글로벌 넘버원 KLPGA’를 상징하는 ‘비상’으로 정했다. 히스토리 홀에는 선수권대회의 역대 우승자 31명의 사진이 보드로 제작돼 설치했다. 또한, KLPGA는 역대 우승자를 대회장에 초청해 새로운 역사를 쓸 우승자를 함께 환영하며 감동과 눈물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의 배려
특이한 것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협회뿐 아니라 골프장 측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관계사인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등 주요 전문 인력과의 밀접한 공조를 통해 골프장 내 동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클럽하우스를 비롯한 프레스룸과 코스 내부 등 시설 전반에 매일 2회 이상 살균 소독을 진행해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자 데이비드 데일이 직접 만든 36홀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는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대회가 열릴 산길(OUT), 숲길(IN) 코스 외에 레이크 코스(물길, 꽃길)는 일반 입장객에 개방했다. 하루 200명 정도 골퍼들이 라운드했다. 이에 따라 골프장은 선수 및 대회관계자와 일반 입장객을 철저하게 분리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대신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이 보유한 연습장 ‘어반 레인지’를 적극 활용했다. 
골프장은 시설 방역과 5성급 특급 호텔 수준의 선수 라운지를 제공하기 위해 약 1억 원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어반 레인지 입구에 워크스루(Walk through)형 특수 UV 살균 소독기를 설치해 연습장에 출입할 선수들의 방역에 신경을 썼다. 또한, UV 살균 소독기를 거치고 어반 레인지 건물에 들어오면, 열화상 카메라로 선수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했댜. 선수 및 관계자의 동선마다 손소독제와 손소독 티슈를 비치하는 등 방역과 소독에 세심한 준비했다.
출전선수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연습과 휴식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선수 라운지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203m 전장의 드라이빙 레인지의 64개의 최신식 타석은 사용하는 선수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선수 간 타석 하나를 비운 채 사용했고, 스트레칭 및 준비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마련됐다. 또한, 르 메르디앙 호텔 셰프가 준비한 조식 및 점심 뷔페가 마련될 어반 레인지 내 레스토랑은 개별로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1인 식탁까지 준비했다.
선수 및 관계자가 직접 사용하고 활용하게 될 어반 레인지는 건물 내부와 외부에 대한 살균 방역을 매일 4회 이상 실시했으며, 골프장 직원 및 보안 요원이 상주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골프팬들이 TV와 온라인으로 즐긴 대회
협회는 이번 대회를 응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더 풍성하고 즐거운 온라인 이벤트를 준비했다. KLPGA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의 성공적인 개최 및 출전 선수를 직접 응원할 수 있는 ‘#너의플레이를응원해’ 이벤트를 시작했다.
‘#너의플레이를응원해 이벤트’는 응원하는 선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선수가 직접 최고의 응원 메시지 1개를 뽑아 해당 메시지를 작성한 참여자에게 사인볼을 지급했다.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은 선수는 본 대회 기간 중 KLPGA의 공식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된 것이다.
KLPGA의 공식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는 우승자 맞추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게시물에 우승자를 예측해 댓글을 남기면 응모가 완료됐고, 우승자를 맞춘 응답자 중 추첨을 통해 5명을 선정해 KLPGA의 공식거리측정기 파트너인 보이스캐디의 ‘T7’을 제공했다.
KLPGA 공식 캐릭터인 케이와 버디를 활용해 신규 제작한 이모티콘을 배포했다. 12일에 처음 공개될 이번 이모티콘은 총 16종으로 구성됐다. 골프와 일상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멘트와 상황을 표현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끈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채널을 추가하는 선착순 총 2만명에게 제공했고, 이미 추가한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자동으로 배포했다.
지난 4월 최종 선정된 ‘제12대 KLPGA 홍보모델’이 ‘제42회 KLPGA 챔피언십’ 대회 기간 중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팬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댓글을 남긴 팬들에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홍보모델이 최고의 댓글 1개를 골라 모자에 직접 해당 문구와 이름, 사인을 기입하고 추후 발송했다.
TV를 시청하는 모습을 찍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인증샷과 함께 ‘#KLPGA챔피언십보는중, #코로나극복대한민국파이팅’을 태그하면 응모가 완료된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선정한 5명에게는 KLPGA의 공식거리측정기 파트너인 보이스캐디의 ‘L5’ 5개가 제공했다.
KLPGA는 ‘코로나 극복,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부제에 맞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4월 진행한 의료진 응원 캠페인인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 현재 다양한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고 있는 응원 캠페인은 코로나19 최전방에서 활약중인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KLPGA는 의료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을 의미하는 수어 동작으로 제작된 ‘덕분에 챌린지 상징 이미지’를 와펜으로 제작해 선수들에게 지급했고, 출전 선수들이 모자 또는 의류에 부착하고 플레이를 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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