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출신의 유상건 상명대 교수가 쓴 스포츠 기사와 기자 중심의 '스포츠저널리즘' 화제
기자출신의 유상건 상명대 교수가 쓴 스포츠 기사와 기자 중심의 '스포츠저널리즘' 화제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3.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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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스포츠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문제적 존재’이다. 
스포츠는 산업적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갖고 있으며, 사회적 소통과 정치적 함의 (含意), 새로운 문화 현상의 출현 등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동시에 ‘미투 운동’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성)폭력과 도핑, 불공정, 담합, 경직된 위계 질서, 승리 지상주의, 지나친 상업주의 등 부정적인 문제 또한 내포하고 있다. 

스포츠를 현장에서 보도하는 스포츠 저널리즘은 우리에게 이 같은 현상을 진단하고, 해석하며, 설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좋은 스포츠 저널리즘이 필요하고, 스포츠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pivotal player)을 하는 스포츠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자판기 너머에 있는’ 스포츠 기자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선수들의 ‘피와 살’을 담아내는 스포츠 기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되는가? 독자의 흡인력을 빨아들이는 리드문과 엔딩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좋은 피처 기사와 칼럼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스포츠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어떤 불문율을 지키고 있는가? 디지털 시대의 ‘키보드 워리어’와 경쟁하기 위해 스포츠 기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필자가 쓴 '스포츠 저널리즘: 코너스툴과 라커룸'은 스포츠 기사와 스포츠 기자를 중심으로 스포츠 저널리즘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를 하고 있다.

스포츠 기사의 기본적인 구조는 물론 피처 스토리, 인터뷰, 박스, 칼럼 등 스포츠 기사의 다양한 유형과 이를 취재하고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의 스포츠 저널리즘이 처한 문제들, 십자군 저널리즘(Crusader journalism), 치어리더 저널리즘(cheer leader journalism), 크롭 더스트 저널리즘(crop dust journalism) 등을 진단했다. 동시에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스포츠 기자들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기자의 윤리적인 측면과 함께 디지털 시대를 맞아, 달라진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스포츠 기자들의 역할과 생존 전략을 담고 있다.

책의 '07 코너스툴'에서는 국내외 스포츠 기사 중 참고할 만한 좋은 기사 사례를 등장시켰으며, '08 라커룸'에서는 방송과 온라인, 유튜브, 신문 등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현직 스포츠 기자의 목소리도 담았다. 

책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존 업다이크(John Hoyer Updike),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F.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그리고 잭 런던(Jack London)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빛나는’ 스포츠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다. 글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당연히 이들의 축적된 역량이 반영되었겠지만, 탁월한 기술적 완성도 너머의 그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 스포츠 기사는 ‘예술’이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겪는 영광과 좌절, 고통과 극복, 희망과 절망, 인내와 투혼 그리고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위엄까지…. 그 모든 것을 스포츠 기사는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기자가 구단이나 선수 등 뉴스의 주요 소스(source)와 맺는 ‘관계’라는 측면에서 스포츠 저널리즘은 십자군 저널리즘(Crusader journalism)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기자는 기사 소재가 필요하고, 구단이나 스포츠 조직은 뉴스를 보도할 매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로 인해 이익을 얻는, 상호의존이라는 ‘이익 공동체’가 형성된다.                                        

스포츠 기사를 쓰기 전에는 세 개의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 이는 스포츠 기자가 기사를 쓰기 전에 결정하는 기사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것과 관련 있다. 이 세 개의 단어들은 ‘정보(writing to inform)’와 ‘흥미(writing to entertain)’, 그리고 ‘설득(writing to persuade)’이다.

기사를 작성할 때 역피라미드 구조가 기사 작성의 기본이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남북전쟁(1861~1865) 전에 개발된 전신(telegraph)은 기사의 주요 전송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전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전류를 통해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당시의 어떤 통신 수단보다도 신속하게 기사를 보낼 수 있었다. (우편으로 보낼 때와는 시간과 효율성을 비교할 수 없다!)

문제는 기술적, 환경적 요인. 전신은 기본적으로 전선이 필요했기 때문에 중간에 끊어지는 일 없이 기사를 보내기 어려웠다. 또 당시는 인디언과 ‘황야의 무법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방해(백인들에게 타격을 주고 싶었던 인디언)와 개인적인 이윤(무법자들은 돈이 필요했다)’ 등의 목적으로 전선을 잘라 버리거나 팔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안정적인 전선이 확보된 상황에서 최대한 중요 내용을 보내야 했다.
 

스포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에게 리드는 ‘판단력 게임’이다. 그날의 경기가 끝났다면 노트북 앞에는, 경기 결과 외에도 결정적인 순간, 중요한 통계, 경기(장) 조건, 경기 후 인터뷰한 내용, 심지어 다음 경기에 미칠 영향까지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기자는 이들 사이를 종횡으로 누비며 거침없이 앞으로 내달려가야 한다. 리드는 기자실 내에서 일하는 기자 수만큼, 그들이 쏟아내는 기사의 종류만큼 가능하다. 그러나 진실은 하나이다. 리드는 이정표여야 한다.

취재 지시가 데스크로부터 떨어지면 스포츠 기자는 무조건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곳이 경기장이 됐건, 인터뷰 현장이 됐건 간에 가벼운 흥분과 함께 머릿속은 취재 계획으로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기자 초년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 중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넌 어떻게 그게 궁금하지 않냐?”는 질타이다. 기껏 여러 가지 팩트를 취재해 기사를 송고하면, 담당 차장으로부터 추가 질문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열심히 나름대로 취재했지만 정작 그들이 원하는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난감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 난 기자가 안 맞는구나!’                

스포츠 기사의 빛나는 문장은 다양한 기사 형태를 통해 드러난다. 국내에서 흔히 ‘박스 기사’로 불리는 사이드바(sidebar) 기사는 순간을 통해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이 들어 있으며, 피처 기사는 스트레이트 기사 너머의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스타 선수가 갖고 있는 고뇌와 좌절, 희망과 미래는 인터뷰 기사라는 형식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 모든 스포츠 기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스포츠 칼럼에서 완성된다.

스포츠 기자와 스포츠 팬은 다르다. 팬은 결코 기자를 이해할 수 없으며, 취재 현장에서 기자의 행동은 달라야 한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스포츠 기자는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또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그저 기자실이나 다른 취재 현장에서 몸으로 겪으며 하나하나 알아갈 뿐이다.            

복서는 한 라운드가 끝나면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 다음 라운드를 준비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전 라운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음 라운드의 전략을 구상한다. 스포츠 기자는 매일 일어난 스포츠 현상을 다뤄야 한다. 이들 현상이 일어난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독자를 위해 이를 설명한다.                 

스포츠 기자의 미래를 전망할 때 신뢰도와 브랜드라는 두 개의 단어가 열쇠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자에 대한 신뢰도는 ‘기레기’라는 조어(造語)에서 나타나듯이 부정적이다. 
스포츠 기자가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앞에서 얘기한 원론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빈틈없는 취재와 사실에 근거한 보도, 취재원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는 통찰력, 독자를 우선하는 태도,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존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글/유상건ㆍ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상건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체육철학)를 받았다. 스포츠 기자로 재직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 일리노이 대학교 저널리즘 석사학위와 인디애나대학교 스포츠 커뮤니케이션ㆍ매니지먼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자는 매일경제신문사 기자를 거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홍보전문위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Official Newspaper(English version) Chief Editor를 역임했다. 한국소통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상임이사,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Communication, Editorial Board를 맡고 있다. 
    
저자는 스포츠계를 기웃거린 지 35년째이고 ‘잉크밥’ 13년을 포함해 18년 동안 스포츠 덕분에 먹고살 수 있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논문, 저서, 번역, 칼럼, 강의를 열심히 할 계획으로 시나리오 작업도 도전 중이다. 저널리즘과 미디어 현상 전반에 관심 있고, 영화와 철학, ICT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박사학위는 50세 전에 받는 것이 좋다고 늘 조언하며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아내에게 선포한 가훈은 ‘치사하게 살지 말자’이다.

주요 저작물로는 '스포츠 저널리즘'(도서출판 지금), '글로벌 미디어 스포츠: 흐름, 형태 그리고 미래'(공역, 명인출판사, 대한민국학술원 2018 우수학술도서), Sport in Korea(Routledge), Routledge handbook of sport communication(Routledge, 2015),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한국의 스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공저, 레인보우북스), 스포츠미디어의 유통 콘텐츠 결정요인으로서 스포츠 스타(<유통과학연구>, 2019), Media Portrayal of Foreign Coaches in Korea and Vietnam(Korean Journal of Communication Studies, 2018), 여성, 스포츠 그리고 미디어(<한국여성체육학회지>, 2016)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