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칼럼] 지력(知力)과 지력(智力)을 높이는 방법
[김영구 칼럼] 지력(知力)과 지력(智力)을 높이는 방법
  • 골프비즈뉴스
  • 승인 2020.03.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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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구 원장
김영구 원장

의사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일부는 ‘돈 잘 버는 직업’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에 따라 인술(仁術)을 구현하는 직업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지만, 극히 드물 것이다. 여하튼 대입 수험생 자녀들은 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의과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니, 의사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아주 낮지는 않은 모양이다. 설마 부모들이 자녀들을 일부러 고생길로 인도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그리 높지도 않다.

한국에서 의사란 직업에 대한 평가만큼 미묘한 사례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의대가 최상위 수험생들을 싹쓸이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의사는 한 물 갔다’는 극단적인 저평가까지 나온다.

또한 의사의 잘못에 대한 언론보도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그 어떤 직업에 대한 태도보다 가혹하기 짝이 없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의사가 포함되는 순간, 신문 제목에는 반드시 ‘의사’가 들어간다. 그래서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의사들은 걸핏하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분개하는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이처럼 의사라는 직업은 선망이나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시가와 견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에 비해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점점 줄고,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의사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621개의 직업 2만 여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 발표한 적이 있다. 

만족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발전가능성 ▲급여만족도 ▲직업지속성 ▲근무조건 ▲사회평판 ▲수행직무만족도 등이었다.

621개 직업 중 1위는 판사였다. 높은 순위에 오른 직업들을 보면 도선사, 목사, 대학총장(학장), 초등학교 교장(교감), 한의사, 교수, 원자력과학기술자, 세무사, 연료전지개발연구자, 외환딜러 등이었다. 또 물리학연구원, 항공기조종사, 변리사, 지질연구원, 초등학교 교사, 관세행정공무원, 행정부고위공무원, 발전설비기술자 등도 상위에 랭크됐다.

상위에 오른 직업들을 보면 흔히 알려진 경우도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들 직업들은 대개 전문성이 있다는 점과 비교적 오래 그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비슷하다. 오랫동안 공부를 해야 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학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직업만족도 상위에 의사가 없다. 쭉 내려 가다보니 의사는 21위에 겨우 올라 있다. 약사(39위)나 치과의사(54위)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물론 이 순위는 사회적 평가가 아니라 해당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순위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직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면에서 눈길을 끈다.

의사의 직업만족도가 이보다 더 나쁘게 나온 적도 있다. 2016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전국의 의사 9000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보면 개원의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직업과 삶에 불만족 한다고 답했다.
의사 10명중 9명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고 답했는데, 심지어 5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수많은 수험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데, 정작 의사가 된 사람들은 60%가 자신들의 직업과 삶에 불만족 한다고 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한 가지 의문점은 학창시절 학업 성취도만을 놓고 보면, 의대나 법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판사들의 직업만족도는 1위인데, 의사들의 직업만족도는 21위에 불과할까? 물론 판사는 사법부에 속한 공무원이고, 의사는 의대 교수도 있지만, 개원의사도 있으므로 판사라는 단일직업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판사에 비해 의사의 직업만족도가 너무 차이가 나는 현상은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담이지만, 이런 차이 때문에 판사나 검사 중에서 다른 직업으로 진출하는 사람의 비율보다 의사 중에서 다른 직업으로 가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은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언론만 보더라도 의사출신 의학전문기자들은 꽤 여려 명 되는 반면 변호사 출신 기자는 전체 언론에서 한두 명에 불과하다.   

여하튼 의사, 그 중에서도 개원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무척 낮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과 같은 경제적 문제부터 의사들을 옥죄는 각종 법률과 행정제도를 고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연세스타피부과
연세스타피부과

필자는 좀 다른 방법을 이야기 하고 싶다. 개원 의사는 의사라는 고도의 전문직을 수행하는 지적노동자이자, 동시에 병원경영자이다. 아마도 개원 의사들이 직업만족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상반된 두 가지 직업(지적노동자와 경영자)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뿐이랴, 요즘 사회적으로 자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감성(감정) 노동자’ 문제다. 고객의 ‘갑질’에 자주 노출되는 감성 노동자의 권익보호가 사회적 화두가 된지 오래다. 상당수 개원 의사들은 환자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감성노동자도 겸한다.

한 사람이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직업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개원의사의 숙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의과대학에서 아무리 공부를 잘했고, 좋은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병원 경영자로써 성과를 잘 낸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경영학 석사)를 받았다고 해서 사업가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개원 의사는 원장으로써 성과를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살아간다.  

이처럼 참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야하는 개원 의사들은 어디서 숨통을 트일 수 있을까?

그동안 개원 15년 동안의 경험과 개인적인 고민 등을 종합해 필자는 ‘지력(知力 또는 智力)향상’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슨 뜬금없이 지력 타령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또 그렇게 한가한 이야기나 할 정도로 개원의사들의 사정이 만만치가 않다고 힐난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갈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당면한 문제는 비슷하다고 해도 결국 해법을 찾아야 하는 주체는 개원의사 본인이다. 남들의 방법이 아무리 좋아도 나에게 맞고 내가 해낼 수 있는 방법이라야 가치가 있다.

필자가 지력을 말하는 데는 배경이 좀 있다. 개원 15년이 접어들면서 개원 초기의 긴장감을 줄어든 것이 확실하다. 초기에는 퇴근할 때 다음날 환자 진료예약내역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환자가 적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돼서 퇴근 후 혼자 집근처 학교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병원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긴장감은 많이 둔화되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에도 좀 둔감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없던 탓인지, 나이 탓인지 지력 약화를 실감하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온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극이 줄어서인지 두뇌도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니 직업만족도도 점차 떨어지는 것 같고, 일도 더 힘들게 느껴졌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를 자극하는 신문의 칼럼 한 편이 눈에 들어 왔다.

‘지도자는 가슴보다 머리’라는 제목의 이글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이나 소통 같은 감성이 아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로지 정치, 역사, 철학을 관통하는 지력(知力)과 지력(智力)이다’(조선일보 2017년 1월31일자 남정욱의 명랑 笑說)
지난 5월 대통령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이 칼럼의 필자는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은 도덕성보다 지성(intelligence) 또는 지혜(wisdom)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이 글에 주목했던 이유는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나 정치인들에게만 지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을 보면 벼슬자리에 있건, 벼슬자리에서 물러나건 평생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심지어 그 책들이 동양의 고전으로 지금으로 보면 인문학, 철학 서적들이 많았다. 도대체 벼슬을 다 마치고 나이가 들어 다시 공직에 나갈 가능성도 낮은 사람들이 왜 지력을 높이는 일에 평생 매달렸을까?

아마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현직에 있을 때에도 늘 책을 가까이 두었던 습관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선비들은 지력을 키우는 일을 하는 자체에서 행복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나를 자극하던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다. 나는 바둑 고수는 아니지만, 바둑은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가장 복잡한 두뇌 게임으로 알고 있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기계가 결코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로 바둑을 꼽는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무참히 깨지면서 많은 생각을 할 기회를 가졌다. 인공지능에 패배한 인간의 한 명으로써, 그저 거대하게 몰려오는 또 다른 차원의 문명에 무기력하게 순응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지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설 것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도전에 나서보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직업 만족도는 물론 앞으로 남은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결론도 얻었다.

실천방법도 웬만큼 마련했다.
우선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기로 했다.

마인드를 바꾸니 보는 눈도 달라졌다. 지난 3월 피부과 세미나에서 제모시술의 대가인 선생님에게 “여러 형태의 모발에 대한 레이저의 ‘End Point(종료점, 방점)’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분의 답은 의외였다. 즉 홍반이나 모근이 ‘퍽’이라고 파괴되는 소리가 날 때가 아니고, 집에 돌아가 결과가 좋은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반복해 리뷰하면서 ‘Parameter(매개변수)’를 적립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이 대가가 되기까지 채택한 방법은 알파고의 딥러닝(Deep Learning·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NN: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구축한 한 기계 학습 기술)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력을 높이려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한국의 한 석학이 서재에 컴퓨터 7대를 두고 활용한다는 글을 읽고 필자도 그 방법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서재에 컴퓨터 4대, 태블릿 PC 3대를 연구용, 사진 정리용, 방송 청취용 등으로 쓰고 있는데, 설치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전공 공부는 물론 레이저 치료에 대한 논문 작성과 같은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며, 그 밖의 여러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 나가볼 계획이다.

치매를 전공하는 교수로부터 일상에서 하는 1차원적 대화보다 전문가들이 학술대회에서 하는 3차원적 대회가 치매 예방 효과가 크다는 말을 들었다. 고차원적 대화는 대뇌의 신경전달을 활성화하고 치매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착되지 않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개원 의사들은 하루에도 여러 명의 환자와 대인관계를 한다. 그 대인관계가 단순한 게 아니라 감성노동도 하면서 전문적인 지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일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력향상을 위한 좋은 무대일 수도 있다. 꾸준히 지력향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하겠지만.

한국 의사의 특징은 여러 사회제도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려운 시험관문을 통과한 우수한 인재이다. 신체적으로나 지적능력 면에서 비교적 우수하다. 그렇지만 신체적인 면은 훨씬 단련을 많이 한 운동선수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반면에 지적인 면은 꾸준히 오랜 기간 공부로 단련해 왔기 때문에 어느 직업군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우수하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을 살려 지력향상을 꾸준히 하고, 진료실에서도 그것을 향한 노력을 한다면 직업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점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글/김영구 연세스타 피부과 원장
-피부과전문의,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전공의, 연세대 피부학과 피부과학교실 외래교수, 대한의학레이저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