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 돌직구]골프가 '죄인(罪人)'인가?
[안성찬의 골프 돌직구]골프가 '죄인(罪人)'인가?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12.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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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골프치다 덜미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갑질...논란 아내 골프채 받아
-유승현 전 김포시 의장, 골프채로 아내 폭행 사망
라운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
라운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누가 죄인인가?”
이는 KBS2 개그콘서트에서 뮤지컬 형식을 빌려 관객 및 시청자에게 웃을 선사하는 코너다. 가수 에일리까지 등장해 열창하기도 했다. 특정주제가 주어지면 출연자들은 뮤지컬로 누가 죄인인가를 밝혀내는데, 몫은 관객이다.

최근에 못된(?) 인간들 탓에 골프가 ‘핫(hot)’한 죄인이 되고 있다. 골프가 날개없이 추락했다. 사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의 골프는 문제가 생기면 그냥 죄인 최급 한다. 박세리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도 소용이 없다. 박인비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것도 그때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문제가 터지면 으레 골프가 죄인인양 생각한다. 딱히 이유가 없다. 골프이기에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다. 

특히, 자신이 싫어하거나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골프와 연관돼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가는 뒷전이다.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난도(亂刀)질’을 한다. 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한 3명의 주인공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그리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골프장에서 딱 걸리다.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88)은 임한솔(38) 정의당 부대표에게 걸렸다. 

임 부대표는 영상 촬영자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오고간 고성을 고스란히 녹화해 언론에 배포했다. ‘알츠하이머’ 때문에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골프하는 모습이 꼼짝없이 앵글에 잡힌 것이다. 임 부대표는 전 전 대통령을 10개월 넘게 추적해 지난 11월 7일 라운드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마이크까지 들이댔다. 

임 부대표는 생각보다 치밀했다. 미리 제보를 받고, 홍천의 골프장을 사전답사까지 했다. 사실 임 부대표의 골프장 촬영은 전 전 대통령의 체납이 단초였다. 임 부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의원에 당선된 뒤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 미납 외에 지방세 체납액이 9억7800만원)으로 수년째 서대문구 1위였다. 이것이 단초가 돼 임 부대표는 볼을 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다. 돈은 한푼도 없다고 하면서 세금은 내지 않고 골프를 하는 전 전 대통령을 공론화시키기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임 부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낙선한 뒤 2016년 보궐선거 낙선 등 3수 끝에 진보정당에 처음으로 서대문구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아내를 골프채로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전 김포시장
골프채로 때려 아내를 숨지게 하다. 우리는 종종 라운드하면서 농담을 한다. 골프채는 살인무기라고. 이 때문에 연습스윙을 할때도 절대로 골퍼나 동반자가 서 있는 쪽으로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연약한 여자를 골프채로 때려 숨지게 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용서가 되지 않을 일이다. 물론 골프채 외에 다른 것으로도 폭행을 해 숨지게 했을 터. 그런데도 언론은 유독 골프채로 때린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언론들은 대부분 아내 죽음을 골프채와 연관 지은 것이다. 결국 아내를 골프채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유승현(55) 전 김포시의회 의장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임해지)는 선고 공판에서 유 전 의장에 대해 살인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했다. 가족 간 애정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파괴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불륜 사실에 화가나 때렸고,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은 징역 20년 이었다. 

유 전 의장은 지난 5월 15일 김포시 자택에서 술에 취해 아내 ㄱ씨를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제5대 김포시의회 의장을 지낸 그는  2002년 김포 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2017년부터는 김포복지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사진=TV조선 캡처

■정치권 ‘핵’이 됐던 유재수의 갑질 논란
“사줘, 꿔줘, 돈줘”를 끝없이 요구했던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결국 구속됐다.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재수 전 부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금품과 이익을 받아온 것.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015년 자산운용사 설립을 계획 중이던 A씨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 100권을 출판사나 서점이 아닌 자신에게 직접 사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떠안은 A씨는 책값 198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유 전 부시장은 같은 해 9월 금융투자업 등을 하는 B씨에게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요구했고, 강남구 모 오피스텔을 A씨 명의로 임차기간 1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계약하게 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 오피스텔을 실제로 2016년 3월까지 사용했다. 이 기간 동안 B씨가 오피스텔 월세, 관리비 등으로 대납한 돈은 약 1300만원이다.

B씨는 또 2016년 6월과 12월에 유 전 부시장의 요구로 그의 아내와 아들의 항공권 구매대금 약 246만원, 약 195만원을 대신 냈다. 여기에 B씨는 2016년 8월 ‘아내에게 줄 골프채(드라이버와 우드)를 사달라’는 유 전 부시장 요구에 따라 각각 8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 1개, 우드 1개를 사 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유 전 부시장을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만일, 비록 가정법이지만 골프가 아닌 식사 및 술 접대나 수십, 수백만 원 하는 술을 사달라고 했어도 이리 요란했을까.

문제가 발생하면 도마 위에 오르는 골프, 죄송하지만 위의 3명은 골프계에서 영원히 추방되길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런 죄 없는 골프가 죄인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대중스포츠로 가려는 발목을 잡는 죄인은 바로 이들이다. 

혹시 이들 3명이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든 옥황상제께서는 아름다운 코스와 골프채는 줘라. 대신에 볼을 주지 마라. 열 받아서 화병(火病)이나 울화병 (鬱火病)으로 다시 한 번 죽으라고. 최소한 확인 사실(射殺)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나.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역사나 가정사의 죄인(罪人)들이니까. 

골프로 웃을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