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골프는 설계자의 의도와 플레이어의 의도와의 영원한 게임
[특별기고]골프는 설계자의 의도와 플레이어의 의도와의 영원한 게임
  • 골프비즈뉴스
  • 승인 2019.10.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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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BMW 레디이스 챔피언십이 열린 LPGA 인터내셔널 부산
LPGA투어 BMW 레디이스 챔피언십이 열린 LPGA 인터내셔널 부산

골프를 할 때 흔히들 ‘설계자의 의도를 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설계 따로 플레이 따로'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설명을 하자면 설계자는 플레이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설계는 결코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골퍼는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 그리고 일반 아마추어 그룹의 세 그룹이 있다. 그 구성비가 30%, 70%, 90%정도로 분포하고 있을 때 골프장 사업주는 세 그룹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한 설계를 가지고 코스를 만들게 돼 있다.

과거 600년 전에 골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이 될 때는 지금의 티잉그라운드 (보통 4~5개)는 각각의 간격이 세 그룹의 실력 차이를 접어주는 간격이 되어 같은 랜딩에어리어를 사용할 수 있거나 같은 파를 구현할 수 있었지만 해마다 각 그룹 간의 실력 차가 더 벌어졌다. 이제는 아예 낙구 지점이 제 각각이 되어버려 낙구 지점을 일치시켜 줄 수가 없어져 버렸다. 과거 회원권 분양 화보에 낙구 지점(IP)가 모두 같게 보이는 그림은 이미 그때도 전부 가짜 그림이었던 것이다.

설계자도 30%, :70%, 90%의 그룹 중 어느 하나를 택해 설계를 하기 때문에 나머지 그룹들에게는 전혀 맞지를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마치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의 계단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 높이와 폭을 정해 설계를 했기 때문에 어린이와 운동선수에게는 맞출 수가 없다는 사례와 똑같다는 것이다. 산은 같은 산인데 주니어, 성인, 노인 모두에게 맞는 산은 없듯이, 이 지구상에 이 3자를 모두 만족시킨 산과 계단은 없다는 것이다.

골프장 부문도 꼭이 이를 맞추려면 프로용 티잉 그라운드와 아마추어 티잉 그라운드의 간격을 우선 90야드로 벌려놓아야 하는데 “그건 좀 그렇다! 너무 떨어졌어!”라는 생각으로 전 세계적으로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를 않는다. 불공평은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이때 그 불공평을 없애는 차선의 방법은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외에 해저드의 위치로 각 IP지점을 달리 유도하고, 페어웨이 폭이나 잔디를 깎는 높이를 위치에 따라 목적에 맞게 난이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플레이어로 하여금 클럽의 변경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스 등에서 채택하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건축의 계단은 아예 설계의 융통성은 없지만 골프 코스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요리가 가능해서 다행이다. 

PGA투어 더 CJ컵이 열리는 제주 클럽나인브릿지
PGA투어 더 CJ컵이 열리는 제주 클럽나인브릿지

그래서 요즘은 “골프는 티에서 몽둥이(드라이브)를 잡는 재미로 친다”라는 말은 고전 중에서도 아주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짜고짜 드라이버만 잡는 그런 프로를 우리는 TV 속에서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마치 고정관념처럼 "아니야!" 하면서 다짜고짜 드라이버를 잡거나 잡아야 된다고 외치고 있는 사람을 아직도 주변에서 볼 수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앞서 명시한 '설계 따로, 플레이 따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설계를 할 때의 기본적인 사고법은 '설계자의 의도는 어느 한 그룹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므로 ‘설계란 본래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영원한 게임관계이자 맞짱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근접한 정의를 하나 내려 보자면, '코스 세팅의 의도대로 공을 쳐야 한다'가 더 진화된 정의이다.

코스 완성 후에 추가되는 변화무쌍한 세팅까지 포함된 개념 즉, 과거 제일 컨트리클럽에서 동해오픈을 할 때 그 넓은 페어웨이를 아주 좁혀서 난이도를 높여놓았더니 프로들도 러프에 빠지면 쩔쩔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그때의 코스세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설계를 할 때 주로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 선택과 해저드, 러프 구간의 결정 등, 3박자만이라도 잘 조합을 하면 코스 길이와는 관계가 없이 어느 정도는 자유자재로 코스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고도 프로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는 아예 파를 조정해 맞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설계자와 코스 세팅자들이여! 당신들이 어떻게 해 놓아도, 나는 정복하고 말거야!”하는 것이 결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장애물 경기자와 등산가가 장애물과 산을 탓하지 않듯이 플레이어는 코스를 탓해서는 안 되고, 게임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아마추어가 플레이 기술은 프로를 따라잡지 못해도 코스 매니지먼트의 의식 수준만큼은 순식간에 프로 수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안용태 박사
안용태 박사

글/안용태 체육학 골프박사, GMI 회장,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 전 제1대 잔디연구소장, 전 안양  컨트리클럽 총지배인, 전 일동레이크 골프클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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