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안성찬 골프대기자]'유채꽃향기처럼'
제목만 봐서는 누가봐도 멋진 카페를 떠 올릴 터. 그런데 아니다. 그냥 '밥집'이다. 그것도 가정식 백반집이다. 재미난 사실은 제주도에 있다. 그러면서 전라도 가정식 백반집을 운영한다.
왜 그럴까. 남편 고향이 치즈로 잘 알려진 전북 임실이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호남 전통음식점을 차렸다. 식단도 간단하다. 재미난 사실은 고객이 원하면 뭐든지 해준다.
가정식 백반이라고 하면 '뭐 그게 그거겠지' 한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 다르다. 청국장부터 모든 식자재를 임실에서 공수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도 임실에서 보내온 참깨나 들깨를 직접 짠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이유다. 주방이 특이하다. 유리도 없이 그냥 다 보여준다. 그만큼 음식을 믿고 먹어도 된다는 얘기다.
가정식 백반이지만 가성비가 높다. 가격에 비해 반찬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일주일 내내 다른 기본찬 외에는 매일 다른 국과 생선조림이 나온다. 끝판왕은 청국장이다. 효모가 살아 있다. 콩과 두부가 어우러진 맛에 주인장의 음식맛을 내는 손길이 닿아 있다. 기본찬으로 젓갈, 조기구이, 김, 생채, 잔멸치가 나온다. 밥은 미리 해놓지 않는다. 예약이 들어오거나 식사시간이 되면 그때서야 밥을 앉힌다. 그래야 최고의 밥맛이 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뷔페나 양식에 조금 물린 여행객들을 위해 순대국, 제육볶음,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술꾼'을 위해 생삼겸살이 입맛을 돌게 한다.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제주도 흑돼지의 두툼한 명품 삼결살을 내 온다.
'유채꽃향기처럼'이 자리잡은 곳은 조금 외진데 있다. 찾기가 쉽지 않은 탓에 3년이 됐지만 아직 소문이 덜나 있다. 이 탓에 제주도민보다는 오히려 여행객들이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는 곳이다.
자리를 잡은 곳은 제주시 해안마을의 캠퍼트리 호텔가는 길에 있다. 해안마을 삼거리에서 캠퍼트리쪽으로 가다가 왼쪽 빌라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다.
셰프는 올해로 40년간 요리를 하는 김정임 대표다. '가위손'이 아닌 '도깨비 손'이다. 주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리를 한다. 그런데 감칠 맛이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한 손님이 식사를 하고 갔다. 음식 멋을 잊을 수 앖다며 제주도 단체 여행을 오면서 무려 60명이나 이곳에 데려온 적도 있다.
이유가 뭘까. 집안의 내력이다. '맛의 달인' 어머니의 DNA를 제대로 물려 받았다. 김 대표는 언니가 음식점을 할 때부터 청소를 하며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고 음식에 대한 조리법을 익혔다. 그러다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서울에 와서 식당을 시작했다. 아이를 기르고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배운 것을 놓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서울에서 문을 연 곳이 일반 식당인데도 문패가 '구름에 달 가듯이'였다. 카페인줄 알고 찾아온 많은 연인들이 밥만 먹고 갔다는 것. 좋은 일도 했다. 마음도 따듯하다. 어르신들에게 '무료식권'을 나눠주고 언제든지 식사를 하라고 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손님의 발길이 뜸하면 직원과 삼겹살을 구워놓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한다.
오랜 시간 요리를 하다보면 '그 냄새'에 질릴 법도 한데 김 대표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다.
김 대표는 "제가 요리한 것을 손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며 "그래서 조금 피곤해도 새벽부터 밤 늦께까지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지역이 어디가 됐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식당을 운영하며, 어르신들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며 "우리 국민 모두가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그래야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김정임 대표의 소망이 이뤄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