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언더파' 김선배의 가족복, 사업복, 골프복의 비결은 ‘겸(謙)’
[골프&라이프]'언더파' 김선배의 가족복, 사업복, 골프복의 비결은 ‘겸(謙)’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4.09.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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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을 한 뒤 홀에 대고 큰절을 올리는 김선배 대표.
홀인원을 한 뒤 홀에 대고 큰절을 올리는 김선배 대표.

그는 누구를 만나도 선배다. 후배를 만나건, 선배를 만나건 선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이름이 김선배다. 한자로 요렇게 성 김(金)에 착할 선(善), 그리고 북 돋을 배(培)로 쓴다. 그러니 나이와 학연, 그리고 지연할 것 없이 그를 만나면 호칭을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이렇게 이름 석자 갖고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족과 사업, 그리고 골프다. 신풍비앤피 김선배 대표에게 골프는 '진심'이다. 김 대표와 얽힌 골프이야기를 4회에 걸쳐 풀어본다. [편집자주]

#처복, 자식복 게다가 사업복까지 다 갖게 된 비결

그는 7남매(아들5, 딸2)의 막내로, 아내는 아들 일곱에 딸 하나인 집안에서 자랐는데, 부부사이에서 딸만 둘을 낳았다. 81년 20살에 결혼해서 큰애 낳고, 태평양그룹이 하는 용산에 있는 인쇄소 다니면서 인쇄 기술 배웠다. 1982년에 군에 간 뒤, 직장 생활하다가 26살에 지금의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큰애는 자신의 사업을 함께 하고 있고, 둘째는 종합병원 내과의사로 재직중이다. 

“마누라가 지금도 고맙죠. 우리 마누라 같은 사람 없어요. 살림 잘 했고, 애들 교육 잘 시키고 해서~”라며 은근 아내 자랑을 하며 자신 성공의 70%를 아내 공으로 돌린다. 부부가 함께 골프 하냐 물으니 아내는 골프를 못한다며 “(우리 부부는)로또야 로또, 정말 안 맞아~”라며 짓궂은 그러나 아쉬운 표정으로 웃는다. 

그가 직장에 다닐 때 “내가 황소처럼 일하고, 내가 맡은 기계만 플러스(이익)나니, 땡땡이 안 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그는 인쇄한 박스를 상차한 후 불량이 나지 않도록 밧줄을 묶을 때 밧줄 아래에 종이를 대고 묶는 습관을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켰다 한다. 밧줄에 뭉개져 못 쓰는 인쇄물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런 그의 모습을 2층 사무실에서 거래처 사장이 눈 여겨 보고 난 후 자기 직원들에게 “김 군 봐라. 저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그가 얼마나 섬세하게 주어진 일에 성실했는지 보여 일화다. 하지만 그는 그런 행동들은 “스르르 몸에서 우러나와서 하지 않았나”라고 겸양한다.

어느 날 담당 이사가 그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묻길래 “독립하는 거요”라고 말했단다. 그런 후에, 그 이사 집에 “정육점 가서 산 고기를 신문지에 말아 쥐고, 장미꽃 한 송이 사가지고 찾아 가서 인사”를 했고, 그 뒤로 인쇄 계 2대 놓고 지금의 성수동 자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담담히 웃으며 말한다.

지금의 자기를 있게 한 것은 “그분(담당이사)이 그렇게 나를 예뻐하고 인정을 해 줬던 덕이야.”, “내가 고기 사 들고 이사님 댁에 안 갔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라며 사업에 성공한 요인을 “80%가 운이라고 생각해”라고 자신을 겸손하게 낮춘다. 

86아시안게임 끝나고, 88올림픽 하기 전인 87년 9월 19일 지금의 자리 서울 성수동에서 <신풍금박>이란 개인사업체로 인쇄업 시작해서 10년만에 꽃을 피워 97년도 IMF 때 대박이 났다고 한다. 가발 패키지 박스 압포장해서 미국 수출하는 인쇄 특수(박스)분야에 집중한 것이 주효한 결과였다. 박스까지 품목 확장을 하기 위해 98년 10월 1일 지금의 <신풍비앤피(box and printing)>로 상호변경을 했다. 

그는 술, 담배를 안 한다. 담배를 안 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거래처 갔더니, 그 사장님이 “당신에게서 담배 냄새가 엄청 난다. 불편하다.”는 말 듣고서, 바로 담배 끊었다. 그가 말한다. “그 소리 들으니 얼마나 창피합니까? 그래서 25년 피우던 담배를 그 말 한 마디에 바로 끊었다. 그래서 나도 보면, 아주 독해요. 내 스스로 그래요”라고 자평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아주 싫어하는 그의 성품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의 싱글패.
김 대표의 싱글패.

#절친들과 에이지 슈터가 되는 게 소망
2003년 백돌이 시절, 경주 리조트 골프장에서 파4에서 첫 버디를 기록했는데, 에이프런에 있는 볼을 퍼터로 홀인 시켰다. 이때부터 그는 스스로 퍼팅에 싹수가 있었다고 한다. “20년 전 갔던 골프장도 지금 가면 코스가 다 기억나죠. 우리 친구들은 10년 넘게 플레이를 한 골프장을 지금도 갈 때마다 물어봐요.” 골프에 대한 과거 기억이 상당히 명료하다는 게 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어떻게 첫 버디를 기억할 수 있는지…

약 10년 전 남서울CC에서 라운드 하는 데, 앞 팀에서 플레이하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파3 대기하는 중에 나누는 담소를 들었는데, “자네는 아직도 파워가 있어”, “그런가?”, “오늘 저녁 우리는 뭐 먹을까?” 하고 두런두런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에 너무 반했단다. 그래서 그는 ‘나도 저런 골프를 하고 싶고, 저 나이 되도록 동반할 수 있는 친구 1팀을 만들면 좋겠다’ 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가 되고 싶어 한다. 에이지 슈터는 한 라운드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한 골퍼를 뜻한다. 18홀 기준으로 남자는 6000야드 이상, 여자는 5400야드 이상의 전장이어야 한다. 에이지 슈터는 골프 기량 뿐 아니라 건강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록 달성은 골프의 완성을 향한 명예로운 도전이라고 불린다. 그의 도전이 달성될지 응원하고 지켜볼 일이다. 왜 골프 많이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골프 취미가 돈도 적게 들고, 심신에 좋고, 사업에도 좋다”며 “지금도 골프 가는 전 날 저녁이면 설레는 맘으로 가득 찬다”고 말한다. 

“제 인생은 골프입니다. 골프장 가면 자연, 맑은 공기, 잔디보는 게 다 좋잖아요. 동반자 중 누군가 진짜 잘 맞은 프로 샷이 나왔을 때 그냥 박수가 저절로 나와요, 난 그걸로 만족해요.” 사업도 열심히 하고, 골프도 열심히 하자는 그는 “요사이에 18홀 돌면서 버디 하나 정도 안 나오면 좀 서운하다”고 말한다. 골프에 대한 그의 끝없는 갈망이 멈추지 않는 한 그의 삶은 청춘일 거라는 얘기다. 

김 대표의 스윙. 사진=이기동 박사
김 대표의 아이언 샷. 사진=이기동 박사

#겸(謙)의 남자, ‘낮춤’으로 성공한 인생
김 대표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의 인생경험이 나에게 ‘선물’일 거란 예감이 들었다. 처음 보는 인생 유형의 골퍼를 뜻밖에 만났으니까. 배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니까.

요즘 말로, 그는 골프에 진심이다. 그는 정해진대로,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기를 당연히 여긴다. 코스는 정직하고 겸손한 골퍼를 좋아한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는 먼저 좋은 동반자가 되려 하고, 먼저 주고, 다투지 않는다. 움켜쥐지 않고 너그럽게 나누고 편다. 마지막 18홀 티샷을 하고 그린을 향해 페어웨이를 당당하게, 흐뭇하게 걸어 갈 수 있다. 한점 부끄럼 없는 명예의 게임을 한 후 그는 골프가 인생의 다른 이름이란 걸 또 다시 되새긴다. 

김 대표를 나타내는 한 글자를 골랐다. 바로 ‘겸(謙)’이다. 3천년 전 중국 주나라 때 만들어진 『주역周易』 64괘 중 15괘가 ‘겸謙’이다. 땅속에 산이 있다는 것은 안으로는 높으나 밖으로는 낮다는 것이다. 겸허하고 겸허하니 큰내를 건너도 화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건널 수 있어 이롭고 길하다. 자신을 낮추고, 교만하지 않고, 어려움에 처해도 무사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니 산은 자신을 깎아 낮은 땅을 메워주듯 자신의 많은 것을 덜어내어 다른 사람들의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만사가 형통하고, 복을 받아 좋은 결과가 있으리니. 겸이 있었기에 그는 골프에서, 가정에서, 사업에서 성공하고, 승리할 수 있었으리라.

김 대표, 그는 스스로를 낮추고 아래로 물러나 있었다. 그는 다투지 않았다. 낮음, 낮춤, 뒤로 물림, 소박함을 드러내고 순박함을 간직한 김선배는 그래서 높고 강하고 컸다.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골짜기를 거느리는 왕이 되는 까닭은 그가 능히 수많은 골짜기의 아래가 되기 때문이니…따라서 능히 수많은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이다.(『노자』, 통행본 66장, 백서본 45장).”

김선배 대표는 ‘낮춤’으로 성공한 인생을 얻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일까? ※도움말&사진=김선배 대표, 이기동 박사(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