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를 만나도 선배다. 후배를 만나건, 선배를 만나건 선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이름이 김선배다. 한자로 요렇게 성 김(金)에 착할 선(善), 그리고 북 돋을 배(培)로 쓴다. 그러니 나이와 학연, 그리고 지연할 것 없이 그를 만나면 호칭을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이렇게 이름 석자 갖고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족과 사업, 그리고 골프다. 신풍비앤피 김선배 대표에게 골프는 '진심'이다. 김 대표와 얽힌 골프이야기를 4회에 걸쳐 풀어본다. [편집자주]
<3>고수의 지혜를 전수 받는 그만의 방법은?
그는 골드시니어 이강선의 캐디로 대회에 참가할 때 자신의 차로 직접 이 프로를 모시고 다녔는데, 이 카풀을 하면서 문답으로 골프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문답법은 비판적 사고의 과정을 이끌어주는 방법의 하나인데, 소크라테스식 대화법(Socratic method) 또는 산파술이라고도 한다. 그는 평소 골프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면 이 프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김 대표가 원래 알고 있던 지식을 상기해 내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르침을 줬다는 것.
이 프로는 골프 지혜를 주는 산파 역할을 한 것이고, 김 대표는 그 지혜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흡수하니, 고향 선후배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제의 다름아니다.
「캐디 시크릿(Caddie Confidential: Inside Stories from the Caddies of the PGA Tour」의 저자 그렉 마틴(Greg Martin)-그는 포틀랜드 대학 졸업 후 24년 동안 미국 PGA투어에서 캐디로 활동했고, 마크 캘커베키아(Mark Calcavecchia), 덴 포스만(Dan Forsman)의 캐디를 지냈으며, PGA 통산 5승의 포스만과는 21년 동안 함께 했는데, 이는 PGA투어 역사상 선수와 캐디가 파트너로 함께 한 가장 긴 시간이다-은 이렇게 말한다.
“캐디는 보이지 않는 경기의 핵심(backbone)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상학자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학자여야하고, 어떤 때는 전업치료사가 되어야 한다. 캐디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바로 헌신이다.”
김 대표는 플레이하면서 티잉 구역(Teeing Area)과 페어웨이(Fairway)에 있는 꽁초와 비닐, 버려진 티를 보는 족족 다 줍고, 디봇(Divot) 을 메우고, 그린 보수까지 한다. 미신을 믿는 선수가 링크스(links)에서 경기를 하기 전이라면 그 선수의 주머니 속에 행운의 동전(penny, nickel)을 넣어주는 것도 마다 않는다지만, 김 대표는 2달러 지폐를 주며 캐디의 행운을 빈다.
이때문에 김 대표는 동반자가 버디를 하거나, 멋진 플레이를 할 경우 예외 없이 자기 일처럼 박수를 치고, 좋아하며, 기뻐한다. 그게 내기 골프가 됐건, 친선이건 관계 없다. 골프의 멋진 순간, 장면 그 자체를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반자를 존중하기에 그럴 수 있다. 그는 골프에 헌신하고, 플레이에 집중하며, 동반자를 귀하게 여긴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하비 페닉(Harvey Penick)이 “골프를 한다면 당신은 내 친구”라 말한 까닭을 그는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골프로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골프의 비밀, 캐디 시크릿. 그걸 아는 것 그 이상으로 필드에서 골퍼로서, 캐디로서 그것을 실천하는 김선배는 이미 골프로 성공한 골퍼라 할 수 있다.
#골프모임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
김 대표는 골프 모임이 총 9개다. 회장을 3개(구례군재경향우회, 초등동문, 성동구상공회22기)모임에서, 총무를 1개(62타이거골프모임)를서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1년에 족히 150라운드 플레이를 한다. 가장 큰 모임은 지난달 14일 열린 제7회 구례군 한마음 골프대회. 경기도 여주CC에서 120명(30팀)이 참가해서 진행됐는데, 그가 가장 정성 들이는 고향 모임이라 한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을 때는 2017년 9월에 개최한 제2회 구례군향후회장배에 60팀(240명)이 참가했을 때 그가 총무로서 거의 혼자의 힘으로 기획, 섭외, 찬조, 운영, 진행까지 완벽히 소화해 냈을 때란다. 이때 회원 대부분이 ‘좋았다, 수고했다’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고 한다.
중학교 친구들 골프 모임에서 14년 동안 총무하다가 올해 다른 친구에게 넘겨 줬을 정도로 모임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한다. 갑장 모임 62타이거골프모임에서는 입회한지 1년도 안 돼서 총무를 맡은 것은 그의 특유한 너그러움, 성실, 친화력이 회원들의 맘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골프 모임 총무를 하면 다들 몸에 사리가 생길 정도로 몸 고생, 맘 고생 한다. 그에게 어떠냐 하고 물으니 ”난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 영수증과 통장을 1:1로하고, 다 체크카드로 돈 관리를 하기에 문제가 없다. 모임 하면 돈 관리는 확실히 하는 것, 이게 삶의 철칙”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직접 회원들에게 다 전화해서 형님, 회장님하고 부르면서 참석 여부 체크하면 거의 다 참석하겠다고 말한다”고 하며 총무는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하고 목소리 듣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모임 관리 노하우를 귀뜸한다.
이기동 경기대 교수는 그이 절친 김 대표에 대해 “그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에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모임을 위해 자신의 시간, 돈, 에너지를 아낌없이 쓰는 게 쉽지 않은 데, 그는 그걸 해내거든요. 친구를 먼저 섬기며 다가오는 그의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합니다”라고 존경담아 칭찬한다.
그렇다, 섬김과 봉사(serve)로 모임을, 조직을 리드(leda)하는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미친다. 그는 진정한 서번트(servant) 리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종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