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룰을 지키는 것은 골프의 기본 양심
그는 누구를 만나도 선배다. 후배를 만나건, 선배를 만나건 선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이름이 김선배다. 한자로 요렇게 성 김(金)에 착할 선(善), 그리고 북 돋을 배(培)로 쓴다. 그러니 나이와 학연, 그리고 지연할 것 없이 그를 만나면 호칭을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이렇게 이름 석자 갖고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족과 사업, 그리고 골프다. 신풍비앤피 김선배 대표에게 골프는 '진심'이다. 김 대표와 얽힌 골프이야기를 4회에 걸쳐 풀어본다. [편집자주]
<2>프로 캐디를 하고 나서 골프룰의 중요성을 알다
김 대표의 고향인 전남 구례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출신의 골프스타들이 태어났다. 골드시니어 이강선(75)과 '독사' 최광수(64)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특히 이강선과 오랜 세월 돈독하며, 그로부터 골프에 대한 많은 배움을 얻었다.
이강선은 1949년생으로 1971년에 프로가 되어 회원번호(TP 1971-0043)는 43번이다. 1987년 9월24~27일 열린 내셔널 타이틀인 제30회 한국오픈에서의 우승, 44세인 93년에 메이저인 KPGA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통산 코리안투어 8승, 챔피언스투어 그랜드시니어부문 3승에 빛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김 대표는 이강선의 캐디로 코리안투어대회를 여러 번 치렀다. 주말 골퍼로서는 매우 귀하고 흔치 않은 일을 경험한 것이다. 이강선의 캐디로 첫 등판한 것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현 클럽72)에서 열렸던 대회다. 이후 2021년 9월 9일~12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7회 신한동해오픈 대회, 2023년 6월 8일~11일 경남 양산 A-ONE CC에서 열린 제66회 KPGA선수권대회에 이강선의 캐디로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다.
“왜 프로 골퍼의 캐디를 하려고 한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처음엔 내가 이 프로님에게 제안을 한 거다, 골프를 하다 보니까 골프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린 읽는 것은 자신이 있다”고 하면서 대회 출전하는 선수에게 적어도 민폐는 안 끼칠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캐디가 그린만 잘 읽는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캐디 하면서 입에 단내 날 정도로 진짜 힘들었다. 캐디를 해본 이후에 캐디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캐디들에게 진짜 잘 대해줬다. 버디 하면 팁도 주고, 지갑에 2달러짜리 가지고 다니면서 행운을 빌어주며 건네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캐디 경험이 준 선물
캐디(Caddie)의 사전적 의미는 ‘골프 코스에서 클럽을 관리하며 골프 치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조언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구례초등학교 선배인 이강선을 도우면서 골프 세계를 더욱 깊이 알고 싶은 마음에서 캐디를 자청한 것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캐디 경험은 골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골프 룰을 익히고, 매너와 에티켓의 중요성을 알았다. 현장 레슨을 받는 기분이 들었고, 한편으론 마음이 뿌듯했다.”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이강선 프로의 캐디를 시작할 때까지 그는 야디지 북(YARDAGE BOOK)을 몰랐다. 그린 라인 보는데 자신이 있어서 호기롭게 캐디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야디지 북을 읽을 줄 모르다 보니, 이 프로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무거운 말없이 캐디백만 메고 다니는 형편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제대로 된 캐디가 되기 위해 더욱 골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는 홀마다의 전체 모습과 그린까지 한눈에 상세히 볼 수 있는 야디지 북 읽는 법을 배우고, 골프 룰을 더욱 정확히 알기 위해 더 로열&에인션트(R&A, Royal and Ancient)와 미국골프협회(USGA) 「골프규칙재정」에 대해 공부했다. 특히, 플레이 중 발생하는 여러 위기, 트러블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는 캐디가 되려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멘탈 게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캐디 체험하고, 골프를 더 깊게 알게 되면서 그는 “골프 룰을 안 지킨다던지, 매너가 없다면 절대 다시 초대 안 한다”면서 “골프는 룰 대로 한다. 볼이 놓여 있는 그대로 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동반 플레이어에게 내가 지적하면, 내 것이 안 맞아. 그 순간부터~”. 이 때문에 룰을 안 지키는 동반자를 만나면 속이 좀 상하죠”라고 말한다.
동반자가 룰을 속여도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싫어해서 아무 말 안하고 넘어가는 그의 품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범띠 골프모임인 '62타이거골프'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절친 이기동 박사(경기대 교수)는 이런 그에 대해 “룰대로 치는 보기 드문 골퍼입니다. 그래서 함께 동반하면 편하고, 즐거워요. 골프가 명예의 게임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진정한 골퍼이거든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