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를 만나도 선배다. 후배를 만나건, 선배를 만나건 선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이름이 김선배다. 한자로 요렇게 성 김(金)에 착할 선(善), 그리고 북 돋을 배(培)로 쓴다. 그러니 나이와 학연, 그리고 지연할 것 없이 그를 만나면 호칭을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이렇게 이름 석자 갖고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족과 사업, 그리고 골프다. 신풍비앤피 김선배 대표에게 골프는 '진심'이다. 김 대표와 얽힌 골프이야기를 4회에 걸쳐 풀어본다. [편집자주]
<1>김 대표에게 골프는 무엇일까.
“선물입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제 홀인원 했는데요, 오늘 처음 만나 뵙는 분 드리려고 준비한 것”이라며 불쑥 내민 것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골프공 1더즌(dozen)이었다.
친근하고 수줍게 미소 짓는 그의 표정에서 참 선하고,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느꼈다.
신풍비앤피 김선배 대표이사. 그와의 첫 만남과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말 오후를 웃고, 박수치고, 감탄하며 보냈다.
엄마품 같은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하고, 중심에는 넉넉한 섬진강이 지나는 구례에서 태어난 그는 풍수적으로 보나, 태생적으로 너그러움과 온유한 성품을 타고난 듯 하다.
그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가 흥미진진하다. 필모그래피는 영화감독, 배우,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의 고유 영화 목록을 뜻한다.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미나리)을 탄 윤여정의 경우 영화 ‘미나리’가 필모그래피가 된다.
골퍼에게도 배우와 같은 필모그래피가 있다. 골퍼로서 살아 온 스토리, 성과,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김선배의 골프 인생 필모그래피는 드러나지 않아서 되려 우뚝했고, 자랑하지 않아 오히려 빛났으며, 쥐고 있지 않아서 너무 너그러웠다.
#골프에서 아직 못 이룬 기록은 알바트로스뿐
그는 지난 7월 26일 강원도 춘천 로드힐스 골프&리조트에서 라운드를 했다. 절친과 절친의 친구들과. 아침에 골프장으로 가면서 ‘오늘 처음 보는 분도 동반하는 데 홀인원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문득 했는데, 생각이 씨가 되었는지, 로드 코스 8번홀 파3 130m에서 잭시오 8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다.
8번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만든 홀인원이라 숫자 ‘8’의 우연 일치에 놀라웠지만, 그 순간, 아침에 든 생각대로 홀인원 되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한다. 생각대로 이뤄지니 그의 골프에 대한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신기(神氣)(?)가 보통 아니다.
IMF가 끝나고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돼 주변에 미혹되지 않는 마흔살인 2001년에 골프를 시작해서 지금 구력은 23년째다. 지금까지 약 1500여 회 라운드를 했으니, 웬만한 아파트 값을 골프 하는 데 쓰지 않았을까 싶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까닭에 거의 미쳐서 골프에 몰입했다. 누구로부터 골프 레슨 한 번 안 받고, 오직 독학 골프를 한 그가 아직 이루지 못한 단 한 가지 기록은 파보다 3언더를 내야 하는 스코어 알바트로스(albatross) 뿐이다. 순한 겉모습과 다르게 맘먹은 것에는 다부지게 달라붙어 반드시 해내고 마는 열정과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게는 독학 골프의 티(?)가 남아 있어 그런지 그와 처음 동반하는 이가 그의 스윙 폼을 보면 ‘이 사람은 90대 치는 이다’, ‘그냥 덤벼들며 친다’, ‘성의 없이 친다’,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다’는 느낌을 갖곤 한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점점 그의 진가를 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엄지척을 하곤 한다. 드라이버 평균 거리 265야드에 이르는 그는 싱글 핸디 캐퍼로서 이글 숫자는 셀수도 없고, 라운드할 때마다 버디를 못 하면 그날은 무척 서운할 정도라고.
#‘그 분’이 제대로 오면 생기는 일들
남들은 평생해도 못 이루는 싱글을 골프 입문 5년만에 이뤘다. 2006년 6월 경기도 포천 베어크리크GC에서 76타를 쳤다. 이날 크리크(OUT)코스 2번홀(파4), 3번홀(파3), 4번홀(파5)에서 '사이클 버디'를 동시에 달성했다. 2015년 8월 22일 전남 승주CC에서 1언더파 71타(이스트 코스 35, 센터 코스 36)로 생애 첫 언더파를 쳤다.
평생의 꿈인 홀인원은 지금까지 2번을 했다. 2017년 7월 12일 경기도 여주CC에서 구례군 향우회 월례회가 7팀(28명) 열렸는데, 드림코스 4번홀(파3)에서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이 당시 총무직을 맡고 있었는데다, 참가 인원이 많아서 당시에 홀인원 턱으로 돈을 엄청(?) 썼다고 한다.
올 7월에 강원도 춘천 로드힐스CC에서 홀인원 한 것이 두번째다. 8번홀 파3 130m에서 8번 잭시오 아이언으로 샷을 한 후 볼이 그린에서 사라졌는데, 보이지가 않아서 혹시나 하고 핀으로 가보니, 볼이 핀과 홀벽 사이에 끼어서 있었고, 완전히 홀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감사의 절을 하고 막 일어나니까 그제서야 볼이 홀로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의 동반자가 “난 홀인원 하는 것 처음 봐”라고 말하자, 그는 “내가 요사이 여기 직원들에게 내가 홀인원 할 거라고 노래를 했거든”하며 “우리 곧 대박 난다, 대박 나”라고 동반자들에게 덕담을 하며 행운을 나눴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묻자 “홀인원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속으로 너무 좋았고, 약간 눈물도 났다. 오랜만에 다시 홀인원을 해서 기쁘기도 하고, 뭔가 감사한 마음도 들어서”라고 달뜬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 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뭇 생명이 다 지쳐 있는데, 그가 로드힐스G&R에서 3주 연속 이글을 하고, 4주째인 어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펄펄 나는 걸 보면 무엇을 잘 맞출 때 하는 우스개로 하는 말 ‘그 분이 오셨다’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마치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샷 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김 대표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이런 사람한테 ‘그 분이 안 오면 안 되지’하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