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PGC...AAC '백년대계(百年大計)' 골프의 꿈
[안성찬의 골프이야기]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PGC...AAC '백년대계(百年大計)' 골프의 꿈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9.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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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에 전시된 마스터스, AAC, 디오픈 우승트로피(왼쪽부터) [상하이(중국)=안성찬 포토]
대회장에 전시된 마스터스, AAC, 디오픈 우승트로피(왼쪽부터) [상하이(중국)=안성찬 포토]

[상하이(중국)=안성찬 골프대기자]“AAC는 시작하면서부터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골프 게임을 육성시키고 선수의 기량을 키운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APGC 케이 무라츠 회장)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골프대회를 주최하고 장려해야할 의무가 있다. AAC는 오거스타의 창립이념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특히, 이 대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참가국 선수들은 자국에 돌아가 주니어 골퍼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매우 기대된다.”(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선수들이 인프라가 최고로 갖춰진 세계무대에 진출해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마추어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고 본인의 능력을 알게 해주고 싶다. 변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마다 골프코스의 퀄리티와 더욱 더 도전적인 코스를 제안해 더욱 미래 지향적으로 나갈 것이다.”(영국왕실골프협회(R&A) 마틴 슬럼버스 회장)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골프대회(AAC)를 보면 볼수록 놀랍고 부럽다. 대부분 주니어선수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가 미국을 비롯해 영국,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유럽, 남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160여국에서 4일간 생중계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나 PGA 챔피언십, 디 오픈, US오픈도 아닌데, 웬만한 골프관계자나 골퍼들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프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프로대회 뺨치는 대회운영을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색다른 것이 있을 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이는 PGA 투어 중 전 세계에서 최고의 ‘흥행몰이’를 하며 성공한 마스터스가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아시아 태평양 골프연맹(APGC)가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대회는 3개 단체가 분업화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모든 비용을 댄다. 대회 코스운영 및 선수 선발은 R&A가 한다. 그리고 APGC가 주관한다.

이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우승자에게 던지는 매혹적인 ‘당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PGC는 이런 강력한 ‘무기’를 던져 놓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치열한 샷 대결을 유도한다. 올해 중국 상하이 시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9파72·7041야드)에서 열린 제11회 대회에는 40개국 120명이 출전했다. 
그렇다면 마스터스와 R&A, APGC는 무엇 때문에 이런 골프대회를 구상했을까.       
대회를 잘 들여다보면 ‘거시경제(巨視經濟)’와 일맥상통한다. 골프강국인 미국과 골프원조 영국,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이 합류해 ‘걸작품(傑作品)’을 만들어낸 것이다.
3개 단체 회장들이 밝힌 대로 대회를 만든 명분은 골프선진국보다 조금 뒤쳐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골프발전을 위해서다. 보다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 육성해 각국의 골프발전뿐 아니라 골프인구를 늘리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시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시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

■메이저급에 준하는 코스관리 및 세팅
대회가 열린 시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코스는 오는 10월31일부터 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총상금 1025만 달러)가 개최된다. 코스관리는 대회 6개월 전부터 시작했다. 버뮤다 잔디인 페어웨이 폭은 겨우 20~30야드. 나머지는 거의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다. 이 때문에 선수들을 괴롭히는데 안성맞춤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마땅히 칠 곳이 별로 없다. 장타자는 자칫 워터해저드나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고, 단타자는 파온(par on)이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출전선수들은 코스공략에 나름대로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특히 이 코스는 페어웨이를 끼고 워터해저드가 길게 늘어서 있다. 또한 그린주변이 대부분 러프다. 혹은 그린 뒤는 머리카락을 삭발한 듯 내리막 지형이어서 볼을 잡아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잠시 방심하면 더블보기는 기본이고, 쿼드러플보기인 ‘양파’도 밥 먹듯 한다. 다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스가 어려운 탓에 진행상 그린의 스피드를 조금 느리게 했다. 

■돋보이는 미디어 센터 운영
프로대회에서는 매번 잘 친 선수와 전 대회 우승자들을 미디어센터로 안내해 인터뷰를 갖는다. AAC도 마찬가지다. 각국의 선두그룹은 프로 때처럼 인터뷰를 진행한다. 미디어 인터뷰실은 기자들이 100여명은 앉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물론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각 개인의 기자 및 방송, 카메라 기자석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기에 각종 음료수 및 다과를 준비해 놓고 있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대회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일스(대표이사 스마일 조시)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미디어를 위한 자료를 챙기는가 하면 전 세계에 경기 상보 및 뉴스를 릴리스한다.

왼쪽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 APGC 케이 무라츠 회장, R&A 마틴 슬럼버스 회장. 사진=AAC
왼쪽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 APGC 케이 무라츠 회장, R&A 마틴 슬럼버스 회장. 사진=AAC

■규모가 한 차원 다르게 대회를 주최 AAC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선수들은 대회 기간 중 모든 혜택을 받는다. 주최 측으로부터 항공 및 숙식을 제공받는다. 한 끼 식사가 5만원 이상이고, 1실에 30만원 넘는 호텔방이 무료로 주어진다. 선수들은 오전에는 호텔에서, 점심에는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다. 비단 선수뿐 아니다. 미디어 관계자 및 대회를 운영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똑같이 제공된다. 여기에 이틀간 외부의 특급호텔을 빌려 별도의 만찬을 한다. 비용이 상상 이상이다. 재미난 사실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는 일요일까지 중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 대회 갤러리로 나서도 되고, 관광을 해도 된다. 이 역시 비용은 주최 측 부담이다. 
여기에는 스폰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스폰서마다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를 협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삼성그룹이 빠졌다. 3M, AT&T, 델타, 메르세데스 벤츠, UPS가 후원하고, 스코어링 파트너로 롤렉스와 IBM이 참여했다. 이 대회는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 시스템에 반영된다. 주최 측은 스폰서를 유치해 ‘프로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순수 아마추어 선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막강한(?) 스폰서 덕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선수들도 이 대회 출전이 가능케 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기자실

■전 세계 160여개국 생중계
AAC는 WAGR의 공식 사이트(www.aacgolf.com)를 통해 라이브로 중계된다. 특히 대회 기간 내내 독창적인 비디오와 콘텐츠로 채워진다. APGC와 마스터스, R&A는 매 라운드마다 3시간씩 방영한다. 따라 1, 2라운드는 상하이 시간으로 오후 1시(한국 시간 오후 2시)부터 중계를 했다. 본선인 3, 4라운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한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중계됐다. 또한 마지막 날은 경기를 마친 뒤에 3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가 제작 방영된다.
이번 대회 주최국 중국에서는 시나가 주도적으로 방송한다. 시나는 중국과 중국계 커뮤니티를 이끄는 선두적인 온라인 매체다. 한국은 SBS스포츠, 미국에서는 ESPN2, 일본은 도쿄방송(TBS)이 중계한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는 스카이스포츠, 호주에서는 폭스스포츠가 방송하고, 유럽에서는 골프TV, 라틴아메리카에서는 ESPN, 남아프리카는 슈퍼스포츠, 캐나다는 TSN이다.
영어 아나운서는 마스터스에서의 빌 마카티가 올해로 10번째 AAC에 참여하는 단골앵커다. 뉴질랜드 출신의 프랭크 노빌로는 미국 CBS의 해설가로 8년째 이 대회에 참여했다. CBS의 스포츠리포터 아만다 발리오니스와 프로골퍼 출신의 폭스스포츠 호주 방송의 폴 고우가 코스 현장에서 선수들 인터뷰를 진행했다.

AAC는 비록 아마추어 대회지만 주최 측의 골프를 생각하고 ‘깊이’와 실천하는 ‘눈높이’가 한 차원 다른 것 같다. AAC는 세계골프사에 남을 만한 '백년대계(百年大計)'나 '만년지계(萬年之計)'를 향한 거대하고 탄탄한 ‘브릿지’(bridge)임에 틀림없다.

우승자 린유신이 인터뷰하는 미디어 센터
우승자 린유신이 인터뷰하는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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