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골프국가대표 조인찬 씨, 일본오픈 우승...'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시각장애인 골프국가대표 조인찬 씨, 일본오픈 우승...'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9.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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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소감을 밝히고 있는 조인찬 씨.(왼쪽에서 4번째)
우승소감을 밝히고 있는 조인찬 씨.(왼쪽에서 4번째)

시각장애인 아마추어 골프국가대표 조인찬(67·벤투스 회장)씨가 일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1급 시각장애인 조 씨가 18, 19일 이틀간 일본 하코네 가나가와현 코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ISPS 한다 일본오픈 블라인드 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조씨는 5개 메이저 블라인드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8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2012년 캐나다오픈, 2015년 US오픈, 2016년 브리티시오픈을 잇달아 제패한 뒤 이번에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20년 일본에서 열리는 하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골든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첫날 89타를 쳐 공동선두에 올랐던 조인찬 씨는 2라운드에서 84타를 쳐 합계 173타를 쳐 우승컵을 안았다.

황반변성환우회장을 맡고 있는 조 씨는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다.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한 덕에 골프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눈이 나빠진 것은 1988년 '황반변성'이라는 질병이 찾아와 오른쪽 눈을 잃게 됐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부에 이상이 생겨 시력장애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시력감퇴는 물론 심해지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남은 왼쪽 눈을 살리기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2000년 2월 왼쪽 눈도 실명되고 말았다. 2005년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조 씨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체를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변시력이 남았다는 것이다.

'세상을 잃은 듯' 한동안 집안에서 칩거를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골프에 집중했다. 블라인드 골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욕심도 생겼다. 메이저대회 제패였다. 

조인찬 씨와 서포터 김신기 씨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조인찬 씨(우측)와 서포터 김신기 씨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특히, 종로구 연동교회에 다니는 김신기(69) 장로가 서포터를 해주면서 기량이 크게 늘었다.

사실 시각장애인은 정안인(正眼人)보다 엄청 불편하다. 이 때문에 정상일 때와는 달리 타수를 낮추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연습에 매달리는 것이다. 연습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연습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트게임과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기위해 강훈을 했다. 스윙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가 골프를 잘하는데는 젊은 시절부터 계속해서 골프를 한 이유도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도 한 몫 했다.

조 씨는 골프외에 문화광광해설사 1호 자격증도 갖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고궁 및 유적지의 해설도 맡고 있다. 또한 공인중개사 자격까지 딸 정도로 모든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   

조인찬 씨는 "정말 기쁘죠.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늘 곁에서 서포터로 아낌없이 도움을 준 김신기 장로님에게 감사드립니다"고 우승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