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휴먼스토리- 두번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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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신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8.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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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골퍼 1호 강춘자이야기

정신적 지주, 언니 강금주

* 무척 진취적인 생각을 한 분인 것 같다. 골프에 매진하고 결혼도 골프와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살고 있다. 후회는 없는가? 부모님께서는 강춘자를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하하하"
역시 호탕하게 웃는 그녀.
"후회같은 것은 없어요. 부모님도 나보다 골프를 나중에 아셨지만 다 좋아해 주셨다. 끝까지 응원해 주셨고 좋은 기회로 받아 들였다. 골프를 소위 미래산업으로 파악하고 저로 하여금 그 길을 걷게 한 언니의 안목은 참으로 놀랍다. 언니는 제게 있어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다. 선수로서 대회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배구를 그만두고 훗날 골프로 전환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언니 강금주씨의 선견지명적 권유와 헌신적 뒷바라지 때문이었다.

강춘자는 언니와 스승 조태호 프로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79년에는 삼양오픈과 쾌남오픈서 각각 우승을 차지한다. 귀국 1년 후 강춘자는 또 한국여자오픈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당시로써는 파격적 금액인 300만원을 우승상금으로 받는다.

97년에 무릎연골 이식수술을 받은 이후로 현역으로써 왕성한 활동에 종지부를 찍게 된 그녀. 96년도 챔피언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오픈대회 10승과 챔피언시리즈 3승을 포함해 총 13승을 거둔 다음 한국여자프로골퍼 1호로서 자신이 담당해야 할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은 10년 더부살이 생활을 청산하고 88년 12월5일 역사적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창립을 일궈 낸 순간이다. 단 4명으로 출발했던 KLPGA는 현재 정회원 350명, 준회원 700여명의 거대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김미현, 박세리, 박지은, 박희정, 안시현, 한희원 등으로 대표되는 회원 다수가 세계골프무대의 중심인 미국LPGA에서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 지금은 여자프로골퍼들이 많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을 비롯해서 각자 하고자 하는 골프에 매진하고 세계대회에서도 당당히 선두구너에 올라있다. 지금의 여자프로 골퍼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후배들이 세계무대에 나가 국위를 선양시키고, 성취감도 높이고 다 좋다. 반겨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골프는 철저히 개인적인 운동이다 보니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선후배의 단합이 쉽지 않다. 협회에서 양성해서 세계 대회에 내보내는 일도 있지만, 요즘은 개인이 크고 작은 대회에 나가 경기를 하므로 특히 소속감이 결여될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세계무대로의 진출은 적극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소속감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신들의 오늘이 주위의 많은 분들이 관심과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완성됐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자프로부를 창설해 여기저기서 상금을 구해다가 대회를 열어 준 한장상 프로님, 지인들의 개인 주머니 갹출로 어렵사리 대회를 이어 간 초대 김성희 회장님, 그리고 협회의 발전을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 기업과 골프 애호가 등을 후배 프로들이 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요즘도 필드에 자주 나가시나요? 어떤 동호회에서는 72홀을 17시간씩 돌며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본 경험도 있으신지?

"지금도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라운딩을 하고 있다. 72홀은 돌지 못했지만 54홀은 젊었을 때 돌아봤다. 그래도 힘든 줄을 몰랐다. 역시 젊음이 좋다."

* 요즘의 골프 웨어는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기능성을 가진 옷들이 많다. 그 당시엔 골프 웨어는 어떠했으며, 어떤 옷을 입었나?

"그 때는 골프웨어라고 특별히 구분된 옷도 없었다. 경기 때에는 시장에서 사 입은 간편한 T셔츠 차림이었다. 돈 많은 부유층에서야 외제를 사 입었지만, 우린 가끔 학생들의 부모가 외국 다녀오며 선물한 옷이 가장 좋은 골프웨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때가 있었나라고 할 만큼 그 시절은 참으로 어려웠다. "

*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발전을 위해 더욱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이며,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부회장직을 맡아 협회의 대 소사를 치뤄내고 있다. 또 1주일에 3번 레슨을 한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다. 국내 선수는 아니지만 3명의 선수를 키우고 있다. 2명이 세미프로가 되었고, 2부 투어에 나간다. 이밖에 골프채널의 해설을 맡아 열심히 하고 있다.

* 골프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번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최상호 선수는 골프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최고의 직업을 가졌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렇다. 아마도 골프를 직업으로 한 사람들은 거의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난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고졸 학력으로 원하는 골프를 마음껏 하고 수입도 괜찮았다. 평생의 이 직업에 만족한다."

이 여름 날,

만나 뵙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라도 대접해 드리면서 좋은 말씀 들어야했는데.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녀와의 긴 전화 통화를 끝내고 일어서는 마음은 상쾌하다.

근사한 커피숍에서 맛있는 커피를 사겠다며 근간에 만나자는 그녀.

쿨하게 산다고 자신이 말하듯, 선배에 깍듯한 예의, 후배를 걱정하는 마음, 골프에 대한 긍정적이고 활달한 그녀의 마음이 엿보여 기쁘다. 어느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이런 그녀가 있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미래는 밝고, 활기 찰 것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