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판'커진 아시안투어와 신바람난 한국선수, 그리고 LIV 골프
[안성찬의 골프이야기]'판'커진 아시안투어와 신바람난 한국선수, 그리고 LIV 골프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2.08.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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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 티티혼 티퐁, 체이스 켑카(왼쪽부터). 사진=아시안투어
김비오, 티티혼 티퐁, 체이스 켑카(왼쪽부터). 사진=아시안투어

"이제는 골프를 제대로 좀 해야겠는데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 출전한 한국선수의 말이다.

대회수나 상금규모가 열악해 '방향 키(key'를 잃었던 한국선수들에게 아시안투어의 '판'이 커지면서 희망이 생기고 있다. 그동안 아시안투어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명맥을 유지하긴 했지만 규모가 작아 선수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존립위기까지 놓였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줄기 빛'이 생긴 것이다.

아시아골프서키트로 시작한 아시안투어는 초장기에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그런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에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에서 대회를 늘려가며 각자 도생했다. 

세계 골프계는 미국과 유럽으로 양분되면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계속됐다. 그나마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끌이면서 연중 대회를 열며 자력으로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 아시안투어에 일본이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다만, 일본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달리 아시안 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대회가 있고, 별도의 스폰서 기업도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세계 골프계에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끼어들면서 프로골프계의 새판이 짜여지고 있다. 대주주인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전면으로 나섰고,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이 최고경경자(CEO)로 앉은 LIV 골프 인베스트먼츠가 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에게 좋은 걸까. 1차 수혜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인 DP월드투어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다. LIV골프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선수들은 스카웃하고 있다. 선수들은 신바람이 났지만, PGA투어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집안 단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남은 자'와 '떠난 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 득이 될게 없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떠난 자'는 돈도 챙기고, PGA투어에도 남고 싶어 법적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물론 미국 연방법원은 PGA투어에 손을 들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LIV골프는 자금력은 탄탄할지 모르지만 대회운영이나 선수 등 조직력에서는 PGA투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대회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아시안투어의 협조를 받고 있다. 재미난 사실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있다. 결국 LIV골프는 유러피언투어를 포기하고 아시안투어와 손을 잡았다. 

아시안투어의 '생명줄'과도 같은 LIV 골프는 얼마나 투자를 할까. 

올해부터 10년간 3억 달러(약 3948억원)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연간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를 8~10개 정도 열겠다는 얘기다. 흔히 스폰서 이름이 붙는 대회 명칭도 없다. 그냥 시리즈다. 앞서 태국(3월)과 잉글랜드(6월), 그리고 싱가포르(8월)에서 열린 대회는 총상금이 각각 150만~200만달러였다. 제주 롯데스카이힐에서 열리는 4차전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는 총상금 150만달러(약 20억원)가 걸려 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국대회에후 4개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회당 총상금은 150만~200만 달러다. 여기에 운영비 등을 보태면 대회당 최소 227만 달러(약 30억원)가 소요된다. 1년이면 2279만 달러(300억원), 10년이면 2억2796만 달러(약 3000억원)다. 

조민 그렉 노먼(오른쪽). 사진=아시안투어
아시안투어 CEO 초 민 탄트와 LIV 골프 인베트먼츠 CEO 그렉 노먼(오른쪽). 사진=아시안투어

아시안투어 중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대회 총상금은 겨우 40만~100만달러 선이다. 코로나19 탓에 2년 정도 '개점휴업'을 한데다 재정 상태가 악화된 아시안투어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시안투어와 인터내셔널 시리즈 상위 선수는 올해 LIV 대회 출전권도 주어지는 '당근'도 내놨다.

이에 따라 한국선수들도 아시안투어를 넘보고 있다.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시리즈 싱가포르에 김비오(32·호반건설) 등 국내 정상급 선수 10명이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선수는 50명이 넘는다. PGA투어 진출이 여의치 않은 한국선수들 중에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병행하고 있는데 아시안투어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 셈이다. 다만, PGA투어가 아시안 투어에서 뛴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수용할지 문제다.

정상급 선수들은 신바람이 났지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회수 및 상금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가 생긴 것에대해 겉으로는 반기는 눈치지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타기근에 허덕이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모처럼 다시 살아날 코리안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아시안 투어로 빠져나가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은 여전히 직업으로 선수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자신들은 물론 앞으로 상금으로 생활을 해야할 꿈나무들을 위해서 반기는 분위기다. 

한편, 초 민 탄트 아시안투어 CEO는 “LIV와 함께 아시안 투어를 승격시킬 기회가 생겼고, 우리는 그 기회를 완전히 수용했다”며 “아시아 골프의 새 시대가 열리려고 한다”고 했다. 롯데스카이힐CC(제주)=안성찬 골프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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