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노조, 2차 부분 파업...직장내 성폭행 사건, 재판 2월11일
KPGA 노조, 2차 부분 파업...직장내 성폭행 사건, 재판 2월11일
  • 안기영 기자
  • 승인 2022.0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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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단체 최초 파업 후 일시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회장 구자철) 노동조합(위원장 허준)이 2차 파업을 선언했다.

KPGA노조는 “파업의 시작은 우선 24일부터 부분파업으로 개시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씩 진행한다. 사측이 계속 불성실하게 나온다면 향후 불규칙하게 파업 시간의 변경과 확대 운영으로 전면파업까지 나아가겠다.” 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단체협약 안과 관련해 사측은 진정성 없는 대응으로만 나와 본 쟁의 행위를 속개한다” 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초 파업에서 잠정복귀한 이후에도 노사 간 대화는 지지부진했으며 사측이 종래와 같이 ▷대안 없는 시간 끌기 ▷조합에 책임전가 ▷증거자료가 명백함에도 거짓/왜곡된 주장 ▷회원 대상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일관 한다면, 추후 파업의 수위를 더욱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기타 다양한 쟁의행위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PGA노조는 지난 21일 분당경찰서에 집회신고까지 마쳤다.

사측은 지난해 5월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닷새 뒤 오히려 추행 피해를 입은 A직원에게 언론 부실대응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명하고 이후 각종 사유를 덧붙여서 3개월 정직의 중징계 처분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기노동위’)는 이달 17일 공개한 부당징계 판정서를 통해 ▷사측이 A직원에게 행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은 ‘부당징계’ 임을 인정한다 ▷A직원에게 내린 직위 해제 및 대기발령 등을 취소하고 정직, 대기발령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 고 주문했다.

이어 경기노동위는 “사측이 A직원의 징계혐의라 주장한 1)언론 관련 대응 및 보고 부재, 2)부정채용 및 상사 기망, 3)회사의 인사명령 내용 외부 유출, 4)사업계획 보고 지연, 5)암프로오픈 대행사 간 업무 조율 시 문제야기 등의 모든 이유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양정이 적정한지 및 징계절차가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 고 판정 했다.

또한 “A직원이 사측 입장에 서서 언론보도에 대응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A직원에게 그러한 행위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임을 주장했다면 관련 언론대응 등의 업무에서 A직원을 배제하고 업무대행자 등을 지정해 이를 대행케 하는 것이 바람직 했다.” 며 경영진의 2차 가해를 인정했다. 

노동위원회는 노사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준사법적 권한을 보유하며 노동조합 운영 및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 등 근로기준법 상의 법률문제에 대한 심사 결정권을 갖는다.

KPGA 노조 항의 집회.
KPGA 노조 항의 집회.

KPGA노조는 “경기노동위의 결론으로 그동안 노조의 주장이 진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경영진이 A직원에게 뒤집어 씌운 다섯 가지 징계사유 중 단 한 가지도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 회피만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며 “주52시간 운영의 정상화, 일방적으로 후퇴시켰던 단체협약 사항의 회복도 전혀 해결할 의도가 없다. 오직 노조에 책임전가와 변명, 시간 끌기만 할 뿐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KPGA노조의 조합원들은 피해를 입은 A직원을 지지하기 위하여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힘내세요 A직원님!’ 이라는 순수한 응원메시지를 각자 자리에 부착하였으나 사측은 이 마저도 강제 철거하였다. 합법적인 쟁의권을 갖은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활동을 위력으로 방해한 것이다. 악의적인 경영진의 행동이 연이어 계속되자 KPGA노조는 2차 파업을 결정하였다.

2020년 6월 29일 설립된 KPGA노조는 경영진의 근로조건 악화와 추행 피해자에 인사 보복 등으로 지난해 8월 2일부터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101일 간 파업에 임했다. 첫 파업 기간 중에는 구자철 협회장의 모기업인 LS타워 앞에서 조합원 전원이 참여한 철야 농성을 2주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 ‘KPGA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형사 소송을 당한 K부장에게 불구속 구공판 기소 처분을 내렸다. 

불구속 구공판이란 검찰이 피의자를 불구속한 상태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벌금형을 초과해 징역형 선고의 필요성이 있는 중대 사안의 경우 재판부에 형량을 구하는 처분이다. 보통 징역형의 실형선고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중 하나가 유력한 상황일 때 진행하며, 2020년 검찰에서 기소한 형사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 판정이 나온 사례는 0.81%(출처: e나라지표, 검찰통계시스템 제공) 였다.

통상적으로 초범이고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면 벌금형의 '약식기소'로 처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해당 사건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공판 처분까지 한 것으로 내다봤다. 재판은 오는 2월 11일로 예정됐다.

가해자인 K부장은 주로 사원, 대리급의 동성 부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및 화장실 등지에서 엉덩이와 귓불을 어루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수년 간 저질러 왔다. 

피해 직원들은 성추행 사실을 내부에 알렸으나 사측은 부실대응으로 일관하다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었다. 이후 KPGA 모 임원은 관계자들에게 “자기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모르겠으나 남자끼리 그냥 엉덩이 좀 툭툭 치고, 귀 좀 만진 것 가지고 이해해 주면 되는 걸 자꾸 언론에 내보내 협회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 며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등의 2차 가해를 일삼았다. 

피해 직원들 중 일부는 추행사건 이후 경영진의 ‘2차 가해’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고 현재까지 수개월 동안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장애’ 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12일에는 KPGA 허준 노조위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여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사건’ 및 ‘주 52시간 제도 편법운영’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임종성 의원은 “KPGA에서 발생한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사건에서 경영진이 올바른 사후조치를 했는지 의문이다” 라고 언급한 뒤 “이후 피해자 중 한 명이 언론대응 부실을 이유로 징계를 받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고 말한 바 있다.

국정감사 이후 지난해 11월 25일부터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KPGA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으며 ▷임금체불 ▷주52시간 제도 위법/편법 운영 ▷성추행 2차 가해 등에 대하여 현재까지 조사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