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7.열매들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7.열매들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2.2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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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다.

빨갛게 익으려고 빨간 꿈을 꾸었을까?

까맣다.

까만 열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화려한 보랏빛으로 영글어

무지개 꿈을 꾸었을까?

 

산수유, 낙상홍.

가을 끝에 만난 열매들

때로는 보석처럼 영롱하다.

태양을 받아들이고

비바람도 품었지.

따사로운 손길 받아

열망으로 몸을 달구고

시원한 바람 목욕도 했지.

 

쥐똥나무.

연초록 새순이 기지개를 켜고

풀꽃들의 축제에 훨훨 날던

벌 나비 날아와 달게 마신

꿀 한 모금이 세상을 비추일 때

그들의 꿈이 서린 나날까지도

그렇게 안에서 품어냈지. 

남천, 사철나무.

애쓰지 않아도 스며드는

햇살과 비바람에 몸을 맡겨

혹, 벼락 치던 밤엔 떨지 않았을까?

태풍에도 의연히 이겨낸

승리의 열매.

겨울을 밝혀 알알이 환한 얼굴

날마다 아침을 밝게 비춘다.

 

좀작살나무.

팥배나무.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