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9.골프화는 왜 신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9.골프화는 왜 신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2.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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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토마스. 사진=CJ그룹(게티이미지)
저스틴 토마스. 사진=CJ그룹(게티이미지)

골퍼가 사용하는 모든 골프장비는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는 변화를 거쳐 왔고, 클럽이나 볼과 마찬가지로 골퍼들이 신는 신발도 못을 박은 불편한 모양부터 일상화로도 착용 가능한 스파이크리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골프화는 골프셋업의 기본인 스탠스(stance), 즉,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준비하고 자세를 잡는 몸과 발의 위치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클럽과 볼을 제외한 골프용품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857년 스코틀랜드 골퍼 매뉴얼에서는 초보자 골퍼는 미끄러운 땅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작은 못이 있는 튼튼한 신발을 신도록 권고하고 있다. 접지력을 돕기 위해 밑창에 작은 못이 박혀 있는 신발이었는데 못이 발에 박힐 경우 부상을 입을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이 신발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아서 많은 골퍼들이 신발에 박힌 작은 못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

1891년에는 별도의 나사식 스파이크(screw-in spikes)가 있는 골프화가 도입되었는데 이 전의 홉-네일(hob-nail)신발과 부츠보다는 더 편안했지만, 여전히 스파이크가 그린을 손상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많은 골프 클럽에서는 이 신발을 코스에서 신는 것을 금지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11월 나이키골프가 바닥이 칼날 형태의 플라스틱 스파이크로 돼 있는 루나 골프화를 처음 선보이고, 2017년 10월에는 루나2도 내놓았지만, 스파이크로 인한 그린 훼손을 이유로 착화를 제한하는 골프장이 봇물처럼 나오기 시작하면서 결국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골프화가 또 다른 의미 있는 개선을 보기까지 약 15년이 걸렸다. 미국 스포츠 장비 제조 회사 스팔딩(Spalding)은 1906년에 끈 주위에 안장 모양의 가죽 조각을 추가한 ‘새들 옥스퍼드’(saddle oxford)를 소개했다. 신발 중앙에 짙은 색 밴드가 있는 투톤 가죽 신발은 처음에는 테니스, 배드민턴과 같은 라켓 스포츠를 목표로 해서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골프화의 표준 모양이 되었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착용되고 있다. 

1980년대에 런닝화 및 기타 운동화가 더욱 유연해지면서 골프화도 발 지지와 편안함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골프화에 미끄럼 방지용 비금속 밑창을 도입하여 골프화를 더 편안하고 그린과 클럽하우스 바닥에 덜 손상되게 했는데. 이제는 이 새로운 플라스틱 스파이크가 스파이크 골프화의 표준이 되었다. 이 플라스틱 밑창은 그린의 손상도 줄여줄 수 있었다.

2010년대에 골프 신발의 새로운 트렌드인 스파이크가 없는 신발이 등장했다. 2010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캐주얼한 에코골프화를 선보인 프레드 커플스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신발 판매의 엄청난 상승을 촉발했다. 그는 요통을 완화하려는 생각에서 신고나왔지만, 에코는 2010년에 예상했던 신발 판매량의 24배 이상을 팔았다고 한다. 커플스는 "이전에는 항상 매우 전통적인 신발을 신었지만 이제는 하이브리드 스타일만 신고 있다"라며 “스타일도 멋있고, 너무 편안하고, 시합할 때 필요한 접지력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또한 집에서 골프 코스까지,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내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PGA 골퍼들이 스파이크가 없는 신발을 신으면서 보다 캐주얼한 골프 신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제 골퍼들은 골프장에 손상을 거의 또는 전혀 끼치지 않는 더 편안한 골프화를 갖게 되었고, 대부분의 골프화 제조업체는 경량화 경쟁에 뛰어 들었다. 선수들이 4시간 이상 피로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신발은 최대한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아디다스, 나이키, 풋조이와 같은 브랜드들이 골프화 개선 경쟁을 더욱 주도하고 있다. 

스파이크가 있는 전통적인 골프화는 패션 감각과 독특함이 있고, 제작에 사용되는 가죽 소재로 인해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서 제품을 구입하면 교체 걱정 없이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다. 접지력이 더 좋아서 경사지고 젖어 있는 지형에 적합하다. 반면에 스파이크 없는 골프화는 유연성, 다리 지지력 및 편안함을 제공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만성 요통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건조하고 평평한 지형에 더욱 적합하다.

어떤 골프화를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플레이할 장소와 개인 취향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신발을 신어 자신감이 커질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장비규칙 6.3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안정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발을 신을 수 있고, 밑창의 스파이크는 허용되지만 스탠스를 취하거나 얼라인먼트를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디자인되었거나 스트로크를 하거나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징을 갖추는 것은 안 된다. 

못이랑 관련된 얘기가 있다. 말굽에 다는 편자에 못 하나가 없어서 말이 다치고, 그 바람에 장군이 죽고 전투에 져서 한 나라가 망했다는,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옛날얘기다. 2021년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가볍게 여기며 그 가슴에 대못을 박진 않았는지 돌이켜보는 날 들을 보내시길......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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