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8.골프장에서 모자는 꼭 써야하는 걸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8.골프장에서 모자는 꼭 써야하는 걸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1.2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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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대부분의 골퍼들은 코스에서 라운드를 할 때 모자를 쓴다. 그렇다면, 모자는 꼭 써야하는 걸까? 에티켓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모자는 개인적 취향에 의한 선택일 뿐이다. 골프 장비규칙(Equipment Rules) 6장에는 티, 장갑, 신발, 옷, 테이프사용, 거리측정기 그리고 얼라인먼트장비와 티마커 등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모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 종류는 야구모자(cap), 차양이 넓은 햇(hat), 헌팅캡(Hunting Cap), 버킷햇(bucket hat), 바이저(visor) 등 매우 다양하다. 골프 역사 초기에 디 오픈 챔피언십을 1861, 1862, 1864, 1867년 4회 우승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 톰 모리스(스코틀랜드)와 1901, 1905, 1906, 1908, 1910년 5회 우승한 제임스 브레이드(스코틀랜드)와 같은 골퍼들은 요즈음 브라이슨 디샘보(미국)가 즐겨 쓰는 헌팅캡을 애용했다. 

톰 모리스. 사진=SNS
톰 모리스. 사진=위키피디아

헌팅캡은 일반적으로는 플랫캡(Flat Cap)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앞 챙이 짧고 둥그런 모양의 모자를 총칭하는 디자인으로 그 유래는 아일랜드다. 패디캡(paddy cap), 버넷 (bunnet), 아이비캡 (Ivy cap), 드라이빙캡 (driving cap) 등 다양하게 불리는 만큼 스타일의 변형도 많고,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착용하는 사람들의 신분과 기호를 반영하기도 한다.

영국 노동계층이 주로 쓰고 다니던 플랫캡이 19세기 들어 방직산업의 발전으로 고급 소재를 사용하면서 영국 상류층이 주말 교외나들이용 또는 사냥 등 레저용 캐주얼웨어로 자리 잡으며 헌팅캡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순사 이미지가 떠오르는 헌팅캡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사진=PGA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우측). 사진=PGA

야구 모자는 골퍼의 필수품이 되었으며 거의   모든 투어 프로골퍼가 착용하는데, 그것은 스폰서 로고, 즉 돈과 관계가 있다. 헌팅캡이나 바이저에는 로고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 3억~6억원의 가치가 있다면 누구나 야구 모자를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프로 골퍼들에게 모자의 로고는 자신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가장 노출이 많은 곳이 모자 앞부분이기 때문에 이곳에 후원사 이름이 새겨지고, 흰색 모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로고나 이름, 상징색 등을 두루 활용하려면 흰색 모자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후원사 입장에서는 로고가 잘 보이기를 바란다. 팬 사인회나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고, 선수들이 눈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선글라스를 모자 위에 얹을 때에도 가급적 후원사 로고를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즉, 프로골퍼의 모자는 움직이는 광고판인 것이다. 

위쪽이 열려 있고 앞쪽에 챙이 있는 바이저는 눈부심 방지 효과를 원하지만 머리카락을 과시하고 싶은 골퍼에게 이상적이다. 가장 유명한 바이저 착용 골퍼는 이안 폴터(영국)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며, 가끔 클래식 바이저를 흔드는 필 미켈슨(미국)도 코스에서 볼 수 있다. 골프 바이저는 야구 모자를 남용하면 손상될 수 있는 긴 머리를 가진 경향이 있는 여성 골퍼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그 이외에 버킷 햇을 쓴 리키 파울러(미국)나 로리 맥길로이(영국)와 저스틴 로즈(남아공)처럼 모자를 쓰지 않는 골퍼들도 있다. 

제임스 브레이드. 사진=위키피디아
제임스 브레이드. 사진=위키피디아

골퍼가 모자를 쓰는 주된 이유는 자외선 차단, 눈부심 감소, 타구사고 대비의 세 가지다.

골프코스에서 많은 시간 동안 태양에 노출되기 때문에 모자를 쓰면 그늘을 만들어 머리, 얼굴과 목을 보호할 수 있다. 피부 보호가 걱정된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르고 우산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모자를 쓰면 쓰지 않을 때보다 어드레스 때나 샷 이후에 볼을 훨씬 쉽게 볼 수 있다. 광택 마감 처리된 골프볼은 화창한 날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부 골퍼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모자챙은 임팩트 위치에서 뛰어난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태양을 향해 볼을 쳐본 적이 있다면 볼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스 샷을 했을 때 볼의 낙하지점을 놓쳐서 로스트 볼이 되는 것과 페널티구역 구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스에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타구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자는 충격흡수나 보호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볼 뿐만 아니라 샷할 때 클럽에 의해 발사되는 티나 돌멩이, 나뭇가지나 잔디가 눈이나 얼굴에 맞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그 이외에 타이거 우즈는 모자를 산만함을 줄 수 있는 외부의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데 이용했다고 한다. 깊숙이 눌러 쓴 모자의 챙은 볼에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를 쓰고 골프를 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취향이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도 있고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로 완벽한 골프 복장을 완성하는 훌륭한 액세서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두건 쓰고 모자 쓰고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려서 5시간 함께 라운드하고도 식사 테이블에서 처음 뵙는 분처럼 느끼게 하는 김 여사님, 그러 실거면 야간 골프를 하세요. 그리고 좁은 공간에 18홀 설계해서 옆 홀에서 친 볼이 늘 다른 홀 고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골프장 사장님들, 고객들에게 군용 방탄모 지급해주세요.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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