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0.어린 시절 친구와 걷는 가을 풍경, 그리고 山寺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0.어린 시절 친구와 걷는 가을 풍경, 그리고 山寺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1.25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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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나비

오랜 친구와

가을 햇살이 눈부신 길을 걸어요.

스무 살 새내기 시절 인연이

오래도록 가슴이 퐁퐁퐁 울려와요.

솜털이 뽀송하던 얼굴

잔주름 가득한 눈웃음으로 왔어도

높은 하늘가로 소녀적 깔깔거림을

올려 보내면서 걸었어요.

살아온 세월은 무수히

가슴에 찍혀있던 발자국처럼

꼭꼭 눌러가며 쌓여있고

폴폴폴 날려버리고 싶은 이야기

서로의 마음결에서 끄집어내었어요.

산사의 고요함 속에

뭉글어진 마음을 살며시 얹고는

안위를 염려하는 속엣 것은 굳이...

눈빛만으로도 알아버린 나이라서요.

오밀조밀 일렁이는 가슴속의 무늬들

투명한 햇살, 걸러지는 마음 자락에

들어오는 새소리, 바람소리 잡아

자연의 깃듦에 수놓으며

그저 좋아서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여요.

이 가을날 좋은 시간을 만드는

너와 나, 함께하여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은 또 흘러가요.

어디메쯤 흘러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아무것도 뇌이지 않아 더 좋아요.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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