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5.골퍼의 버킷 리스트를 고르라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5.골퍼의 버킷 리스트를 고르라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1.08 2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PGA(게티이미지)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PGA(게티이미지)

2007년 제작되었던 잭 니콜슨(에드워드 역)과 모건 프리먼(카터 역) 주연의 미국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이 후 이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해서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하게 되었다.

원래 이 말은 ‘죽다’라는 의미의 ‘양동이를 차다’(Kick the Bucket)'란 관용어로, 죄수들의 교수형을 집행할 때 목을 맨 상태에서 교도관들이 양동이를 치워버리는데, 그러기 전에 교도관들이 죄수들의 소원을 들어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끔찍한 유래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소망 목록'이라는 순화어를 제시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린 것을 알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한 가지씩 이뤄나간다. 그 중에서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에드워드가 카터가 죽으면서 썼던 편지에서 부탁한 의절했던 딸을 찾아가 화해하고 거기서 외손녀를 만나 키스해주며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던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키스하기’를 이루는 장면이다.

영화 버킷리스트 포스터
영화 버킷리스트 포스터

골퍼들의 버킷 리스트는 가장 멋진 골프코스 라운드나 좋아하는 프로와의 동반 라운드 등 다양하겠지만, 더 구체적으로 소원을 묻는다면 언더 파, 홀인원, 원볼 플레이 등의 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이버 장타, 정확한 아이언 샷, 1m 이내의 웨지 어프로치, 그리고 퍼팅의 신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무얼 선택할까? 단연코 퍼팅의 신일 것이다. 

2021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연장 6차전의 접전 끝에 자신보다 티샷거리가 40야드 이상 긴 브라이슨 디샘보(미국)를 이기고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우승한 것은 그의 퍼팅실력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인비가 ‘골프는 역시 퍼팅’이라고 하며 장거리 퍼트를 성공시킨 후 무표정하게 손을 들어 인사하던 모습에는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도 붙어있다.

LPGA 통산 72승(메이저 10승)을 거두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2004년 시즌 평균 68.69타를 기록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6개월 동안 다른 클럽 없이 퍼팅만 연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퍼팅 자세를 바꾸지 않고 스피드와 거리 조절에 집중했는데, 오른손만으로 50~100번 정도 퍼트를 하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해, 양손으로 버디 구역인 6피트(1.8m)에서 15피트(4.5m) 거리의 퍼트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3피트(90cm)짜리 퍼트를 50번 연속 성공시키거나, 30피트(9m) 지점에서 홀 3피트 옆에 24개 연속 붙이는 연습도 병행했는데 중간에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2001년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에서 여자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무이하게 59타를 쳤는데, 이날 11개의 그린에서 원 퍼트로 홀을 마치며 총 25개의 퍼트를 기록할 정도로 신들린 퍼팅을 선보였다. 

안니카 소렌스탐. 사진=SNS
안니카 소렌스탐. 사진=SNS

소렌스탐은 퍼팅할 때 손보다는 몸통으로 스트로크 하기 위해 손가락보다는 손바닥으로 퍼터를 잡고, 볼은 스탠스 중앙과 왼쪽 발꿈치 사이에 두고 체중도 약간 왼쪽에 둔다. 양손은 퍼터헤드가 스윙의 최저점에서 볼을 때릴 수 있도록 반드시 볼 바로 위에 오거나 약간 왼쪽에 오도록 한다. 조준을 할 때는 직접 목표를 겨냥하기보다는 목표 선상의 볼 앞 2피트 지점을 겨냥한다. 먼 곳보다 가까운 곳을 겨냥하기는 것이 더 정확하고 쉽기 때문이다. 퍼트의 거리감은 백스트로크의 길이로 결정되는데, 임팩트 구간에서 퍼터 헤드를 가속하기 위해 포워드스크로크의 크기를 최소한 백스트로크 만큼 길게 한다.

퍼팅과 관련된 골프명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Never up, Never in’(지나가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이다. 골프 역사상 짧게 쳐서 홀에 들어간 퍼트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단 1cm라도 홀을 지나가도록 퍼팅을 해야 볼이 홀에 들어갈 수 있다. 인생에서 절대 짧아서는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퍼팅과 허리띠다. 짧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