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포커스]한국주니어선수가 세계골프무대의 정상에 오르려면...
[골프포커스]한국주니어선수가 세계골프무대의 정상에 오르려면...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11.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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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는 백을 메거나 수동카트를 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사진은 한국의 최상현과 중국의 진보(우측). 사진=AAC
국제대회는 백을 메거나 수동카트를 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사진은 한국의 최상현과 중국의 진보(우측). 사진=AAC

[두바이(아랍에미리트)=안성찬 골프대기자]‘뒷심’부족인가. 아니면 준비부족인가.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8년 만에 우승을 기대했던 한국은 올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다만, 조우영(20‧한체대 2년)이 선전해 공동 3위로 만족해야 했다.

우승은 세계아마추어랭킹 1위 나카지마 게이타(일본)가 차지했다. 나카지마는 내년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영광을 안았다.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 얘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AAC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 챔피언 코스(파71‧7203야드)에서 3일 개막해 4일간 열전을 치렀다.

우승하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꿈의 무대’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프로대회에 못지 않게 ‘샷 전쟁’을 방불케하는 대회다.

한국은 첫날과 이틀째는 3명이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무빙데이’ 3라운드가 지나자 미국에 유학 중인 최상현(21‧미국 뉴멕시코대 4년)만이 우승권에 들고, 나머지 4명은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우승하기에는 타수 차이가 너무 났기 때문에 행운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다. 세계아마추어랭커들이 샷 대결을 벌이는 ACC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주도권을 잡으면서 기량면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다. 

다만, 한국 선수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 먼저, 캐디가 없다. 한국에서는 주니어골프대회도 모두 골프장의 하우스 캐디를 동반한다. 때문에 체력소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AAC나 세계아마추어 골프대회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모두 자신의 백을 메거나 수동카트를 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고 달갑지 않은 일이다. 거리 측정은 물론 그린 읽기, 스케줄 등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조언을 받을 사람이 없다. 한국에서 샷만 하면 되는 대회와는 완전히 ‘딴 판’인 것이다.  

국제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연습라운드를 보면 훨훨 난다.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스윙폼이나 기량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 최강답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체력전’으로 돌변한다. 비교적 코스가 업다운이 거의 없고, 평탄하지만 카트를 끄는 것 자체가 여간 엄청난 체력소모를 동반한다.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바닥이 나 ‘방전(放電)’되기 십상이다. 

여기에 한술더떠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중동 사막의 뙤약볕에서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어느 순간 ‘멘탈’과 ‘몸’이 따로 노는 것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무엇이 잘 안 되느냐”고 물어보면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샷이 크게 흔들린다”고 토로한 것만 봐도 해외 국제경기는 체력전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중국, 일본 선수들은 조금 다르다. 호주 선수들은 기본적인 체력에서 이미 준비가 돼 있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호주의 골프트레이너들을 불러 들여 체력 부문에 엄청난 공을 들여 더욱 단단해 지고 있다.

중국 선수도 마찬가지. 미국에 유학 중인 진보(19‧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 2년)는 “4일간 카트 없이 백을 어깨에 메고 플레이했지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역시 미국 플로리다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디펜딩 챔피언(2019년) 린유신(21‧중국)도 체력에는 자신감을 보였고,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 1위를 40주 동안 유지하고 있는 나카지만 게이타(일본)도 체력면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선수들은 대회에서 출전하면 모두 백을 메거나 수동 카트를 끌고 경기를 치른다. 캐디를 동반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대한골프협회 한 관계자는 “2009년 AAC 창설 첫해에 한창원의 우승과 2013년 이창우의 우승을 되돌아보면 기적(?)같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체력이 우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에 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이나 국제대회에 나가려는 주니어 선수들은 골프기술은 물론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처럼 ‘지옥훈련’을 거쳐야 하고, 반드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기억할 일이다. 

AAC 임원 및 관계자와 각국의 선수들. 사진=AAC
AAC 임원 및 관계자와 각국의 선수들. 사진=AAC

한편, AAC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셜널 골프클럽과 영국왕립골프협회(R&A),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이 공동 주체 및 주관한다. AA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골프발전을 목적으로 창설된 대회이다. 3개 국제골프단체가 서로 분업화해 대회를 연다.

마스터스는 비용마련을 위해 스폰서 유치한다. 올해는 AT&T, 3M, 델타, 벤츠, UPS, 롤렉스가 후원했다. R&A는 선수랭킹 및 선수관리를 하며 APGC는 대회운영을 한다. 대회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3개 단체는 골프장과 긴밀한 협업으로 코스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AAC는 선수들의 항공, 숙박, 식사 등 모든 비용은 주최측에서 지불하는 초청대회다.

APGC 회원사는 41개국으로 이번 대회에는 코로나19 특수상황으로 29개국 93명이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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